[비즈한국]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으로 이화그룹 상장사 3곳(이아이디, 이트론, 이화전기)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한국거래소는 이들이 기업심사심의위원회(기심위)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기업의 상장적격성을 들여다보는 1심 격인 기심위는 상장폐지와 개선기간부여, 거래재개 등을 결정한다. 소액주주들은 김 전 회장과 이화그룹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거래 정지를 번복한 거래소에도 책임을 묻고 나섰다.
이화그룹 상장사 3곳은 지난달 초 거래가 정지됐다가 거래 재개 당일, 혹은 거래가 재개된 지 하루 만에 다시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가 거래 정지와 재개 결정을 번복했기 때문. 이화그룹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9일과 20일 두 차례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거래 정지를 번복한 거래소를 규탄했다.
거래소는 검찰이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에 대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지난 5월 10일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거래를 정지 시켰다. 그러나 3사가 김 전 회장에 대해 “현재 당사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공시하자 거래 정지를 풀어줬다. 당초 회사측 공시에 명시된 배임 규모가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 그러나 이내 12일 다시 “(검찰의 구속영장과 관련해)추가적 제보를 받았다”며 거래를 정지 시켰다.
문제는 거래가 재개되며 악재가 해소된 것으로 믿고 신규 진입하거나, 평단가를 낮추기 위해 소위 ‘물타기’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증폭됐다는 점이다. 이화그룹 주주연대 관계자는 “검찰이 김 전 회장 횡령 의혹을 오래전부터 들여다봤다고 하는데, 거래소가 3사의 공시 내용을 확인이라도 해봤더라면 이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거래소가 권한은 마음껏 휘두르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화전기는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김 전 회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김성규 사장의 구속영장청구서에 횡령으로 기재된 금액이 8억 3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일 공시에 따르면 횡령·배임 발생 금액은 이화전기 42억 4900만 원, 이트론 311억 3800만 원, 이아이디 416억 4900만원이다. 3사는 김 전 회장의 횡령 금액을 기재하고 “김○○(회장)의 지위는 공소장에 적시되어 있는 지위로 기재했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조사로 이화그룹 3사는 두 달 가량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6월 22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22일 추가조사 필요성 등을 감안해 조사기간을 오는 7월 13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알 수 있는 정보를 통해 거래정지 여부를 판단했다”며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조금 더 숙려기간을 갖고 살펴보기 위해 조사 기간을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그룹 소액주주 연대는 이화그룹 3사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네이버 카페와 오픈채팅방에는 900여 명의 소액주주가 모여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을 논의 중이다. 소액주주들은 거래소에 거래재개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전달하고, 거래소를 상대로 이화그룹주 거래정지 종료를 요구하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앞서의 소액주주 연대 관계자는 “당초 거래소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준비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보류했다”며 “소액주주들이 거래소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소액주주들은 이화그룹과 김 전 회장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 중이다. 거래 재개를 위해 먼저 의결권을 모아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 3% 이상을 확보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회사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모두 모으면 3%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주주 연대는 이미 3% 가량의 이아이디 지분을 모았고, 이화전기와 이트론의 지분도 2% 이상 모았다.
더불어 검찰에 이화그룹과 센트럴타임즈의 유착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도 제출할 예정이다. 센트럴타임즈는 지난 3월 이화전기가 보유 중이던 이아이디 전환사채를 인수해 개인투자자와 투자조합 등에 쪼개어 매각했다. 이아이디 전환사채가 ‘이화전기→센트럴타임즈→개인・투자조합’으로 넘어가면서 센트럴타임즈가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이아이디 전 대표가 센트럴타임즈 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만큼 소액투자자들의 의구심은 깊어졌다.
여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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