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한 주택가에 방사선 이상 수치가 검출된 지 12년이 넘었다. 당시 서울시는 피폭된 주민 100여 명을 50년 동안 추적 관리하겠다며 안심 시켰다. 그러나 비즈한국 취재 결과 2013년 건강검진을 1회 진행한 후 추가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 동안 방사선 피폭 주민에 대한 관리가 없었던 셈이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으로 방사선에 대한 불안감이 나오는 가운데 방사선 피폭에 대한 국가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가 한복판 아스팔트 도로에서 세슘 검출
지난 2011년 11월, 서울시 주택가 한복판에서 방사선 아스팔트를 처음 발견한 건 주민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안감을 느낀 한 주민이 방사능 측정기를 소지하고 다니다가 우연히 측정해 신고한 것.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주관으로 8개 유관 기관이 현장 측정한 결과 일대 도로에서는 최고 1400nSv/hr(나노시버트/시간당) 방사능과 세슘137이 검출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서울시는 도로포장용 아스팔트나 골재 원재료에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판단했다. 인근에는 초·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이 몰려 있었다.
이후 서울시는 노원구 월계동 일대 도로를 전수 조사했고, 최초 신고 지역 외 2곳에서 이상 수치가 나왔다. 당시 노원구 월계동 907번지와 277번지 일대 이면도로에서 검출된 최대 방사선 수치는 1.8μSv(마이크로시버트)였다. 일반 이면도로 평균 방사선 수치가 0.2μSv임을 감안하면, 9배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 도로를 철거했다.
이후 서울시 전역 아스팔트 콘크리트(아스콘)에 대한 방사선량을 2012년 1월까지 시민단체와 합동으로 조사했다. 2001년 이후 시공한 포장도로 총 5549개 구간 2만 802개 지점의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1개 구간(송파구 마천동길)에서 측정값이 최고 0.76μSv/hr로 나왔다. 서울시는 정밀분석 결과 방사선 농도 최고 4.7Bq/g으로 방사성폐기물(10Bq/g)에 미치지 않지만, 시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철거한다고 밝혔다.
#50년간 추적 관찰, 전담부서 신설하겠다더니…
서울시는 2011년 12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방사능 검출지역 주민 역학조사’도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8875명 중 5598명(63%)이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피폭 사실이 인정된 주민(누적 피폭량 5mSv 이상자)은 102명(1.8%)이었다. 2012년 9월 주민설명회에서 서울시 보건정책관은 “정기적으로 2년에서 5년 이후 10년 단위로 계속해서 코흐트 관리하고 역학조사도 정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담 부서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듬해인 2013년 서울시는 방사능 검출도로 주변 주민 1000여 명에 대해 2억 2400만 원 규모의 건강검진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를 마지막으로 건강검진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환경보건팀 관계자는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 2011년 12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서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원자력안전법 규정) 1mSv를 초과한 사람은 87명이었다. 이후 추적조사를 위해 2013년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전문가 회의를 거쳐 검진 대상을 482명으로 선정했는데 이 중 절반 정도만 검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검사 결과 갑상선암 등이 나온 주민은 2명 정도였는데, 연세가 많고 도로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불안감을 느끼는 스트레스성 지표는 있을 수 있다고 나와 지역 주민 대상으로 노원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47명에 대해 정신 건강 추적을 2015년까지 진행했다. 건강검진을 추가로 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기자 설명회에서 환경보건과를 신설한다고도 이야기했는데, 환경보건과는 신설되지 않았다. 현재도 이런 부분을 전담하는 과는 없다. 환경보건팀 역시 숙박업소 관리 등을 함께 전담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와 합동 조사를 진행했던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국장은 “당시 환경운동연합 소속 간사로서 대응했는데, 역학조사와 건강검진 후 추가 주민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최초 신고지인 월계동 도로에서 만난 주민 A 씨는 “여기 40년 동안 살았다. 당시 상황이 기억난다. 건강검진을 하라고 해서 딸하고 함께 검진을 받으러 간 적은 있다. 이후 특별히 연락을 받거나 건강검진 안내가 온 적은 없었다. 보상도 없었다. 2001년도에 설치된 도로이니 10년이 넘게 도로를 이용했다. 아마 이 근방에선 내가 가장 오래 살았을 거다. 그때 살던 주민들은 대부분 이사 갔다. 인근 빌라도 재건축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인근 상가를 운영하는 부부는 “건강검진을 하라고 한 번 안내가 오긴 했다. 국가건강검진은 매번 받고 있어서 굳이 검사하러 가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 온 연락은 없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한다는 인근 공인중개사 B 씨는 “50년 동안 추적 검사라니 어이가 없다. 언제 그런 걸 지킨 적이 있나. 기대도 안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 “장기간 추적 조사 이뤄져야”
추적 검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 주민 건강검진을 진행한 서울의료원의 판단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료원에 확인해 보니 당시 방사선량 노출 수준이 높지 않아 추적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또 건강검진에 응한 주민들이 절반 정도에 그쳤고, 집값 하락 등의 우려로 주민들이 소극적인 분위기였다고 한다”고 귀뜸했다.
당시 원안위는 문제의 도로를 이용하는 지역주민이 받을 수 있는 연간 방사선량은 0.51~0.69mSv로, 일반인이 자연으로부터 받는 국내 연간 평균선량(3mSv)의 약 6분의 1과 4분의 수준으로 평가되어 안전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사선 피폭 이후 영향이 바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당시 서울시 역학조사에 참여한 하미나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방사선 피폭 영향은 직선 모양으로 영향을 받는다. 일정 기준치부터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노출이 되면 직선으로 증가하는 형태다. 기준치는 사회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한 것일 뿐, 기준치 이하라고 해서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다. 방사능은 기본적으로 암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인근 주민과 학생들의 암 발생률을 체크했다. 역학조사 이후 주민들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2013년 건강검진 이후로는 서울시에서 별도로 자문 요청한 부분은 없다. 현재 10년이 지난 상태인데,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과대학 교수 역시 “암 발생률은 방사선 피폭량과 정비례한다. 의학적인 안전 수치는 방사선 수치가 0이어야 한다. 또 피폭 후 영향이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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