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몇 년간 뜨거웠던 와인의 인기가 사그라든 분위기다. 와인 수입량은 줄어드는 추세고, 수입사들의 실적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와인 시장의 호황기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데, 이런 와중에 유통 대기업은 와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와인 수입사 실적 하락, 올해 수입량도 줄어 “쌓인 재고 처리 못 해 신규 주문도 감소”
팬데믹 영향으로 급격히 성장한 와인 시장이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7만 1020톤(t)으로 전년(7만 6575톤)보다 7%가량 감소했다. 올해는 전년보다 성장세가 더욱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 관계자는 “올해 1~4월까지의 와인 수입량 및 수입액을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물량은 11%, 금액은 6% 정도 감소했다. 와인 수입량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 특히 지난해 수입된 와인 물량을 수입사들이 소진하지 못하면서 올해 새 주문을 덜 하게 된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위스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와인의 인기는 다소 시들해졌다. 앞서의 관계자는 “주류시장은 소비자의 음주량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보니 특정한 주종이 인기가 있으면 다른 주종은 상대적으로 덜 팔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21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던 와인수입사들도 지난해 실적은 일제히 하락했다. 신세계L&B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3.15% 늘어난 2064억 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은 45% 줄어든 116억 원을 기록했다. 금양인터내셔날도 매출은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작년 매출액은 14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29%가량 감소해 186억 원에 머물렀다.
아영FBC 역시 매출액이 12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6% 감소해 82억 원으로 집계됐다. 나라셀라도 매출액은 1071억 원으로 21.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119억 원)은 7% 줄었다.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공급사의 생산 및 선적 지연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매출 기회를 상실한 부분이 있었다”며 “하반기에는 국제 및 국내 경기상황 악화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팬데믹 종식 등으로 와인 판매가 감소해 전체적인 성장률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와인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이 당연한 흐름이라 보고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와인 시장은 비정상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과도하게 성장했다. 급격한 상승 폭이 있었던 만큼 현재는 자연스러운 조정 측면이 온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와이너리 인수, 유통 대기업이 와인 놓지 않는 이유
올해 와인 시장에서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유통 대기업의 진출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와인 전문점을 새로 열고 있는 데다 와이너리 인수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2월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인수했다. 국내 유통업계가 해외 와이너리를 사들인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같은 해 8월에는 ‘와일드푸트 빈야드’, 이달에는 ‘얼티미터 빈야드’까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스타필드 하남에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전문점 ‘와인클럽’을 열었다.
한화그룹도 와이너리 인수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 법인을 통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세븐 스톤즈’를 약 445억 원에 인수했다. 이달 초에는 와인 자회사 ‘비노 갤러리아’를 설립하기도 했다.
와인전문점 ‘보틀 벙커’를 운영 중인 롯데는 와이너리 인수를 검토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부터 국내외 와이너리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와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해외 선진 양조 기술 습득의 일환으로 와이너리 인수를 고민하게 됐다. 아직 인수 시점 및 지역 등에 대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와인 인기가 사그라든 시점에서 대기업이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의아하지만, 업계에서는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와인을 접하게 된 소비자가 많았는데, 한 번 와인을 시작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와인을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소비자의 와인 지식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고가의 와인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와인 시장은 소비층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꾸준히 소비가 늘어가는 형태를 보여왔다. 주종의 특성상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현재의 조정기만을 놓고 와인 시장이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펜데믹 이후 주류시장이 과도기에 놓인 만큼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소비자들의 음주 문화가 상당 부분 변했다. 팬데믹 종료 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게 될지, 아니면 달라진 음주 문화가 정착할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기업들도 명확히 방향성을 잡지 못한 과도기다.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대기업이 단순히 와인 사업의 확대 목적으로만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것은 아닐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와이너리 비즈니스 자체만으로 큰 수익을 낼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익보다는 브랜드 홍보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 와이너리 인수 등으로 해외 비즈니스에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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