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이전설은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예전에는 ‘KDB산업은행만 갈 수는 없다’는 단순한 전망이었다면 최근에는 특정 지역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총선을 앞둬서가 아니겠냐.”(금융당국 관계자)
산업은행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 고시된 가운데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이전설에 무게가 실린다. 총선을 10개월 앞둔 지금,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수출입은행은 부산, 기업은행은 전주로 가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내부에서 우려감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해당 은행 직원은 “산은 이전을 지켜보면서 직원들끼리 ‘우리도 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최근에는 ‘진짜 갈 수도 있겠다’며 불안해한다”고 토로했다.
#부산, 대전, 강원 등 ‘적극’
각 광역자치단체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책금융기관 유치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부산이 가장 적극적이다. 부산은 산은과 기은을 비롯해 수은,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한국투자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7개 정책 금융기관이 모두 부산으로 이전해야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육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산 외의 도시들은 기은이나 산은, 혹은 한국은행처럼 금융공기업 한 곳의 유치를 추진한다. 경남은 기은 유치전에 뛰어들었는데 국내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집중된 지역임을 내세우고 있다. 대전은 경남은행, 부산은행처럼 대전만의 지역 은행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강원도도 적극적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아예 한국은행 본점의 춘천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는데, 한국은행뿐 아니라 금융감독원·기은·수은 등의 이전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전북과 전남은 NH농협은행이 있는 농협중앙회와 Sh수협은행을 보유한 수협중앙회를, 강원과 부산은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이전을 각각 희망하고 있다.
#산은 부산 이전 진행에 따른 여파?
이전 대상 후보군이 넓어진 것도, 이전을 희망하는 지자체가 늘어난 것도 모두 산업은행 부산이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 영향이다. 산은이 지방 이전 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다른 기관들이 더 이상 서울에 남을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방 표심을 잡기 위해 선심성 정책이 쏟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는 기은과 수은 이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2차 이전 공공기관을 지정할 방침인데, 기은과 수은을 포함해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앞선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시작되면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은은 성격이 산은과 비슷하기에 부산으로, 기은은 국민연금처럼 전주로 가게 되는 안이 꽤 구체적으로 거론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500여 곳에 이를 수 있다고 잠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전 후보군에 포함된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다들 서울에 있고 싶어하는데 이전설이 구체화되는 걸 보며 불안해한다”고 토로했다. 산은 관계자는 “지난해 시위를 할 때만 해도 수은 등에서 우리보고 ‘열심히 싸워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비슷한 처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산은처럼 주요 금융 공기업들은 관련 법에서 본점을 서울로 명시해 법 개정이 이뤄져야 이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역 민심도 ‘금융공기업 지방 이전’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의 산은, 기은, 수은의 지방 이전 시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선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주당이 반대한다고 하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반대 목소리가 작아지지 않나”라며 “산은의 본점을 서울로 특정한 법안이 수정되면 다른 금융공기업들의 이전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