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경제계에서는 챗GPT 열풍에 인공지능(AI)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오픈AI가 생성형 AI인 챗GPT를 공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AI 투자 붐이 불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폭등한 때문이다. 엔디비아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으로 시총 1조 100억 달러(약 1285조 6000억 원)를 기록, ‘1조 달러 클럽’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세계적 기업들도 챗GPT 장착에 나서는 등 AI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세계적인 AI 열풍과 경쟁에 한국 정부도 동참하고 나섰지만 교육 기반이나 정부 지원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 대학 중 AI 관련 경쟁력이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은 단 2곳에 불과했고, AI 국가 경쟁력 순위는 후퇴하는 등 구멍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의 샘 올트먼 대표를 만나 AI 발전 방향과 오픈 AI-한국 스타트업 간 협력 문제 등에 대해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올트먼 대표에게 “시험 삼아 신년사를 작성하면서 챗GPT에 질문을 던져보니 제법 그럴듯한 결과가 나오더라”며 AI와 관련해 한국이 어느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등 AI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앞서 대통령 직속기구인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6일 ‘초거대 공공 AI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활용사업 추진 방안과 행정안전부의 AI 행정지원 서비스 시범 개발 추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8일에는 2025년부터 수학과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에 AI가 탑재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직접 세계적인 AI 기업인과 만나 한국의 투자 방향을 논의하고, 정부가 AI를 정부 업무 및 민간 기업에 활용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고, AI 탑재 교과서 도입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AI 경쟁력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의 데이터분석 미디어 토터스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의 글로벌 AI 지수(2022년 기준)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62개국 중 7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 5위에 비해 2계단 하락한 수치다. 1위는 미국이었고, 2위는 중국, 3위는 영국이었다.
순위로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지만 부문별 점수를 비교하면 크게 뒤떨어진다. AI 경쟁력이 가장 높은 미국을 100점으로 할 경우 2위는 중국도 62.92점으로 많이 뒤처지는 수준이었다. 3위인 영국(40.93점)과 4위인 캐나다(40.19)는 40점을 간신히 넘는 정도였다. 7위인 한국은 38.60점으로 1위인 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부문별로 보면 사회적 인프라의 경우 85.93점(각 100점 만점)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AI 관련 인재들의 능력 점수는 14.54점에 불과했다. 인재들이 적다보니 AI 관련 리서치 활동 점수는 26.66점에 그쳤고, 스타트업이나 투자 활동 등 상업 점수는 5.41점이었다. AI 관련 연구나 상업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의 AI 관련 연구 수준은 많이 뒤처진 상황이다. 대학평가로 유명한 유에스(US)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에 따르면 AI 연구 상위 세계 100위 대학 중 우리나라 대학은 고려대(AI 관련 60위)와 KAIST(AI 관련 73위) 등 2곳에 불과했다. 100위 권 대학 중 중국은 절반에 가까운 49개 대학이 이름을 올렸고, 미국은 9개 대학이 순위 안에 들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수는 적었지만 AI 관련 연구를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데다 엔디비아 등 AI 관련 기업들이 많다 보니 전체적인 산업 경쟁력이 훨씬 높았다. 토터스인텔리전스 글로벌 AI지수에서 미국은 리서치와 상업화 모두 100점으로 중국(리서치 71.42점, 상업화 44.02점)을 크게 앞섰다.
정부 정책에서도 허점이 있었다. 정부는 AI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지만 사업간 중복으로 효과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국회에 따르면 대학원 중심 AI 인재 양성 사업이 마포출판진흥센터AI 혁신허브(2022년 기준 100억 원 투입) 마포출판진흥센터AI 대학원(200억 원) 마포출판진흥센터대학 ICT 연구센터( 360억 원) 마포출판진흥센터ICT 명품인재양선(60억) 등 다른 이름으로 우후죽순 이뤄지고 있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의 AI 정책이 인재양성과 R&D에만 집중되고 기술의 사업화는 소홀히 다루고 있다”며 “이는 토터스인텔리전스 조사에서 AI 상업성이 5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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