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승차난은 줄었지만…" 개인택시 강제휴무제 해제 둘러싼 갑론을박

운행 차량 늘자 법인택시 수익 줄고 기사 떠나는 '악순환'…지자체들 7개월 만에 휴무제 재개

2023.06.15(Thu) 15:52:02

[비즈한국] 심야 택시난 해결을 위해 시행된 ‘부제(강제휴무제) 해제’가 택시 기사들의 수익 악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오히려 현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휴무일 없이 영업할 수 있게 됐지만 업계 전반으로 보면 낮 시간대 경쟁이 더해져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법인택시 기사들의 이탈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택시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국토부의 확대 적용 기조에 대해 ​일부 지자체는 해제 기준이 지나치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해 시행된 부제 해제가 오히려 현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택시 부제가 전면 해제된 지난해 11월 10일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15개 지자체, 개인택시 휴무제 재개…신청 여부 두고 국토부-서울시 신경전 

 

해제 7개월 동안 평가가 엇갈린 개인택시 휴무 제도가 1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을 재개한다. 지난달 19일 국토교통부는 택시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국 19개 지자체의 택시 부제 재운영 신청을 심사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택시 부제는 택시기사의 과로를 방지하고 차량 정비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운행을 쉬게 하는 제도다. 3부제라면 3일에 한 번씩 택시 운행을 쉰다.  

국토부가 개인택시 3부제를 해제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택시기사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심야 시간에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자 국토부는 휴무 제도를 해제해 택시 공급을 안정화하려고 했다. 당시 국토부는 훈령에 부제 해제 기준을 추가해 전국 33개 지자체에 강제휴무제 해제를 통보했다. 

45년 만에 택시 부제를 해제한 서울시는 이번 심의위 심사 대상에서 빠졌는데, 이 배경을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보인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기한 내에 공식적으로 심의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서울시는 신청 기한 내에 실무자 선에서 심의 유예를 요청했고 심의 하루 전 공문을 보내 심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야할증요금 인상 등의 효과로 승차난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판단해 부제를 다시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토부 훈령에 따르면 다음 심의 신청은 내후년 2월에야 가능한 상황이다. 이를 불합리하다고 보고 개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외에도 대구·부산·광주 등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강제휴무제 부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이번 재운영 신청에서 사실상 거절인 ‘보류’ 결정을 받았다. 부산광역시는 지난달 18일 국토부에 ‘승차난 발생 지역’ 기준과 부제 운영 심의 기간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광주광역시 등도 개선 요구에 동참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3년간 법인택시 기사 수가 4분의 1 이상 감소한 지역 △택시 운송 수요가 전국 평균(51.7%) 이상으로 높은 지역 △승차 민원이 지속 제기되는 지역을 승차난 발생 지역으로 규정한 기준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고 심의 기간도 지나치게 길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사진=박정훈 기자


#‘법인택시 사라질라’ 현장선 “빗나간 해법” 지적

 

법인택시를 운행하는 조 아무개 씨(56)는 “개인택시들이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나와 운행한다. 심야 택시가 부족해진 건 법인택시를 모는 기사들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인데 다시 경쟁만 부추기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법인택시 기사 이 아무개 씨(60)는 “원래는 새벽부터 일하면 오전 사납금 14만 5000원은 채웠는데 요새는 모자랄 때가 많다. 회사는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 한다. 요금이 오른 이후 손님은 줄고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부제가 풀어지고 요금이 오른 게 개인택시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법인 기사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선 법인택시 기사 수 감소가 택시 운행량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팍팍해진 영업 환경으로 법인택시 기사 수가 줄면 장기적으로 택시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서울은 법인택시가 전체 택시 수의 32%를 차지한다. 2023년 1월 말 기준 법인택시 기사는 2만 415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비해 1만 명 넘게 감소했다. 현재까지도 회복이 더뎌 법인택시 가동률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가동률 30%를 넘지 못하면 차고지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지급할 수 없는 고사 직전의 회사로 분류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된 후 승객은 늘었는데 법인택시 기사의 급여나 처우가 개선되지 않아 기사들이 현장으로 되돌아오지 않은 것이 승차난의 원인”이라며 “운행 시간이 자유로운 데다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은 개인택시와 달리, 법인택시는 심야시간 등 실제로 승객이 필요할 때 꾸준히 운행한다. 법인 기사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택시 부족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야 시간대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사진=최준필 기자


국토부는 개인택시 강제휴무제 해제가 택시 승차난 해소 측면에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 12월 1일부터 7일까지 심야 시간(22시~3시)대 평균 배차 성공률은 62%로 11월(36%) 대비 대폭 상승했다. 공급이 탄력적으로 이뤄지며 심야 택시난이 완화됐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운행 차량이 크게 늘면서 오히려 빈차 대란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법인택시업계 관계자는 “수익금이 줄면 기사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진다. 안 그래도 배달 업계로 기사들이 옮긴 상황에서 법인 기사들이 떠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과잉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추진하는 감차가 부제 해제로 인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성급한 정책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지지만 국토부는 제도 시행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택시 업계에서는 생업이 달린 만큼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금 인상의 여파가 2~3개월 정도에 한정됐던 과거와 달리 택시를 찾는 승객의 발길이 뚝 끊겨 업계가 느끼는 압박감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부제 해제로 인해 오히려 법인택시의 수익이 줄어들고 기사가 일을 그만두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기준금을 올리지 않겠다던 회사들이 기준금 인상을 꺼내들었고 일부 회사는 부도 위기를 맞아 기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두 마리 토끼 노린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롯데와 다른 길 가려면…
· 시멘트 가격 폭등, 알고보니 사모펀드 배당이 원인?
· "그만두기가 죽기보다 어려웠다" MZ 직장인 10명 '직장 내 괴롭힘'을 이야기하다
· 롯데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 일단락됐지만…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 "일단 매수하세요" 증권사 리포트, 이번엔 달라질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