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시멘트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이익 선취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설비 투자 등으로 일부 전환돼야 할 시멘트사의 이익이 과다한 배당에 사용되면서 가격 인상이 촉진됐다는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9일 국토교통부가 주재한 시멘트 가격 인상 관련 협의에서 사모펀드가 인수한 시멘트사의 고배당과 재무건전성 문제를 학계 의견 중 하나로 거론했다. 시설 투자 등에 사용해야 할 이익이 배당에 쓰이면서 제품 가격 인상이 촉진됐다는 주장이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 부처와 시멘트, 레미콘, 건설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쌍용씨앤이가 몇 년 전부터 주주 배당을 많이 했다. 시멘트사마다 이익률이 다른 이유에 대한 일각의 의견이 제시된 것”이라며 “고배당을 가격 인상과 직접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상생과 협력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수요업계의 바람도 이해가 된다”고 전했다.
쌍용씨앤이는 지난 1일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7월부터 톤당 11만 9600원으로 14.1% 올리겠다고 건설업계에 통보했다. 뒤이어 업계 3위 성신양회도 최근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당 10만 5000원에서 12만 원으로 14.3%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시멘트업계는 전기요금 인상과 환경 설비 투자 등에 따른 비용 인상을 제품 가격 인상 원인으로 지목했다.
시멘트가격 인상 포문을 연 쌍용씨앤이는 1962년 설립된 우리나라 1위 시멘트사다. 토목, 건축에 사용되는 시멘트와 레미콘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환경자원과 석회석 사업도 벌이고 있다. 연간 시멘트 생산량은 1500만 톤 수준으로 국내 시장 20% 이상을 점유한다. 2022년 시멘트 사업 매출은 1조 1453억 원으로 전체 사업 매출의 58%를 차지한다.
쌍용씨앤이의 최대주주는 한앤코시멘트홀딩스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쌍용씨앤이(당시 쌍용양회)를 인수하려고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다. 한앤컴퍼니는 2016년 4월 채권단이 보유한 쌍용씨앤이 지분 46.14%를 약 8837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지분은 올해 3월 기준 77.7% 수준까지 늘었다.
최근 쌍용씨앤이는 실적이 악화하는 추세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7억 원, 순손실 259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했을때 영업이익은 4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순손실 규모는 104억 원 늘었다. 2022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 줄어든 2209억 원, 순이익은 31% 줄어든 1278억 원이었다.
그럼에도 쌍용씨앤이는 지난 5년간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다. 2018년 1분기부터 연간 2000억원 내외의 현금을 분기로 쪼개 배당했다. 연간 배당 규모(순이익 대비)는 2018년 1870억(128%), 2019년 2123억 원(163%), 2020년 2217억 원(160%), 2021년 2210억 원(119%), 2022년 2210억 원(173%) 수준. 올해 1분기에는 적자에도 352억(-136%)을 배당했다.
영업으로 만든 현금이 배당과 투자에 쓰이면서 재무 부담은 커졌다. 쌍용씨앤이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1조 6298억 원으로 2018년 말 6972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는 같은 기간 1.7배에서 3.3배로 증가했다. 영업 현금 창출을 넘어서는 투자와 배당금 관련 자금소요, 운전자금 부담 확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월 쌍용씨앤이에 대해 “최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을 배당재원을 통해 회수하고 있다. 이러한 최대주주의 재무부담 전이 수준에 따른 재무 안정성 변화 추이가 향후 등급 결정 시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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