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전 명가’ LG전자는 대기업답지 않은 실험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도 휴대용 스크린, 고가의 신발관리기 등 독특한 신제품을 연이어 내놨다. ‘굳이 필요할까’ 싶었던 맥주 제조기, 식물관리기 등이 뜻밖의 인기를 끌었던 만큼, 이번에 나온 LG전자의 신개념 가전도 시장에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LG전자는 최근 포터블 스크린 ‘스탠바이미 Go’를 출시했다. 스탠바이미 Go는 LG의 인기 제품인 무선 스탠드 스크린 ‘스탠바이미’의 휴대용 버전이다. 서류 가방처럼 생긴 일체형 스크린으로, 별도의 조립이나 설치가 필요 없다. 케이스를 열면 27형 모니터가 나오며 케이스 자체를 거치대, 스피커로 사용한다. 스피커는 20W 출력, 4.0 채널로 돌비 애트모스(전방위 입체 음향)를 지원한다.
스탠바이미 Go는 야외 생활을 즐기는 캠핑족과 차박족을 노린 제품으로 전원 연결 없이 최대 3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영상 시청뿐만 아니라 스크린을 눕혀 게임이나 음악 감상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다만 휴대성이 강점인데도 무게가 12.7kg에 달해 ‘모니터가 텐트보다 무겁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하가 117만 원짜리 이 휴대용 스크린은 지난 7일 라이브 방송에서 진행한 사전 판매에서 10분 만에 매진됐다. 초도물량은 약 200대로 알려졌다. 9일부터 LG전자 온라인숍에서 정식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동나 16일부터 재구매가 가능하다. 5월 말 스탠바이미 Go 출시 소식에 전자기기 커뮤니티 등에서 “태블릿 PC나 노트북과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LG전자가 또 실험적인 걸 냈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무거워서 안 살 것 같다” 등 상반된 평이 나온 것과 달리 초기 성적은 나쁘지 않은 셈이다.
LG전자는 2011년 출시 이후 시장을 선점해 톡톡히 재미를 본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의 후속작도 냈다. 이번엔 신발이다. 신제품 ‘슈케어’는 살균·탈취 기능, 습기·냄새 제거 등을 기능을 갖춘 신발관리기, ‘슈케이스’는 신발의 변색을 막고 신발 보관을 위한 최적의 습도를 유지하는 신발 전시함이다.
슈케어는 160만 원대, 슈케이스는 40만 원대로 한정적인 용도에 비해 가격대는 낮지 않다. 고가의 한정판 신발을 수집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2030세대를 노린 제품으로 보인다. LG전자에 따르면 3월 말 출시 후 2개월간 온라인숍에서 슈케이스를 구매한 소비자의 절반가량이 30대였고, 슈케어 소비자도 30대 비중이 30%를 넘었다. 가수 지코, 디자이너 바조우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아티스트와 협업한 한정판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 초에는 가전과 공간을 합친 ‘집’을 신상품으로 선보였다. 지난 3월 공개한 LG 스마트코티지는 LG전자의 가전과 기술을 적용한 소형 모듈러 주택이다. 구조물을 미리 만들어 현장에 설치하는 ‘프리패브’ 방식으로 설치한다. 공개된 콘셉트에 따르면 스마트코티지는 약 9.5평(31.4㎡)의 복층 원룸 구조로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 컴팩트, 식기세척기, 인덕션 전자레인지 등 LG전자의 프리미엄 제품을 장착했다.
스마트코티지는 LG전자의 가전을 풀옵션으로 갖췄을 뿐만 아니라 자체 에너지·냉난방공조 기술, 스마트홈 서비스까지 융합한 집합체다. LG전자는 5월 30일 GS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스마트코티지 상품화 개발에 나섰다. GS건설은 스마트코티지의 설계와 생산을 담당한다.
LG전자는 “워케이션(휴가지에 머물면서 일하는 것)이나 오도이촌(5일은 도시, 2일은 농촌에 거주하는 생활 양식)과 같은 새로운 주거문화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근무 방식에 주목해 개발했다”라며 “시골의 오래된 집을 대체하거나 청년 주거용으로 활용해 농촌에 도시 인구의 유입을 늘리고, 지방 소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출시 배경을 밝혔다.
LG전자는 스마트코티지를 레저용 주택인 세컨드하우스로 내세웠는데, 실제로 출시 소식이 나오자 주말농장족이나 귀농인 등 스마트코티지를 농막으로 활용하려는 이들의 관심이 높았다. 다만 본격적인 상품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내 출시 여부도 미정이다.
시장에서 LG전자의 이 같은 시도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한편 판매 성과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스타일러의 경우 처음에는 낯설고 비싼 가전으로 여겨졌지만, 대기업 중 LG전자가 먼저 시장을 장악하면서 지금은 혼수 가전으로 자리 잡은 성공한 제품으로 꼽힌다. 2021년 처음 출시한 200만 원에 육박하는 가정용 식물재배기 ‘틔운’, 20만 원대 ‘틔운 미니’는 반신반의하며 구매했던 소비자도 호평하며 취미 가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실험작이 사업 실패로 이어진 역사도 무시할 수 없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전개할 당시 △국내 최초로 후면 커버에 천연가죽을 입힌 G4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 △탈부착형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 V50 ThinQ △화면 2개를 결합한 세계 최초 스위블(회전) 스마트폰 LG윙 △출시 예정이었던 롤러블폰 등 ‘최초’ 수식어를 단 제품을 줄줄이 선보였다. 그런데도 모바일사업본부가 5조 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낸 끝에 2021년 7월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2030세대가 소비를 이끄는 만큼, 용도를 세분화한 제품을 내는 LG전자의 전략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전제품 광고로 보는 주방문화의 변천’을 출간한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신제품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에는 통할 것”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스타일러는 처음엔 생소했지만 이제는 대중적인 제품이 됐다. 냉장고가 김치 냉장고나 와인 냉장고로 세분화해 성공한 것처럼, 신발 관리기도 점점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신발뿐만 아니라 양말처럼 더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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