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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주라거 생산 중단…제주맥주, 라거 시장서 1년 만에 '퇴장'

만년 적자 돌파구 삼아 메이저 시장 도전했지만 오비·하이트진로 벽 너무 높았다

2023.06.13(Tue) 10:51:55

[비즈한국] 지난해 야심 차게 라거 시장에 진출한 제주맥주가 최근 라거 맥주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 라거 제품 론칭 때만 해도 “한국 라거 시장에 균열을 내겠다”며 자신감이 넘쳤지만, 결국 라거 시장에서 조용히 발을 빼는 모습이다.

 

제주맥주의 유일한 라거 제품이던 ‘제주라거’가 최근 생산을 중단했다. 사진=제주맥주 페이스북

 

#출시 1년 만에 제주라거 생산 중단

 

제주맥주는 ​2022년 5월 ​‘제주라거 프로젝트 001’ 제품을 선보이며 라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에일 맥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단 계획이었다. 제주맥주 측은 지난해 5월 열린 제주맥주 브루잉 데이 2022 기자간담회에서 제주라거를 소개하며 “제주맥주의 마스터 브랜드 인지 효과를 고려했을 때 경쟁력은 충분하다”, “제주맥주는 ‘제주맥주니까 마셔봐야지’라는 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크래프트 맥주”라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주맥주의 최초 라거 맥주’라는 의미를 담아 제품에는 ‘프로젝트 001’이라는 넘버링을 붙였다. 두 종류의 라거 맥주를 추가로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제주라거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시장에서 쌓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라거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 자신했지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이 선점한 라거 시장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제주라거의 뒤를 이어 선보이겠다던 다른 라거 제품들도 출시되지 않았다.

 

야심 차게 라거 시장에 뛰어든 제주맥주는 1년 만에 조용히 발을 빼는 모습이다. 최근 제주맥주는 제주라거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이 마지막 물량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라거 제품은 프로젝트성으로 진행한 부분이 있어 제주라거 생산을 중단하게 됐다”며 “추후 프랜차이즈나 브랜드와 협업할 때 다시 라거를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라거 제품 출시를 구상해보려고 하나, 올해는 제주위트에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자는 분위기다 보니 빠르게 출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맥주는 올해 제주위트에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제주맥주 페이스북

 

#다시 ‘에일’ 중심으로, 만년 적자 벗어날까 

 

제주맥주가 라거 라인을 정리하고 다시 에일 맥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돌아오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 에일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10%가량으로 매우 낮다 보니 에일 중심 제품군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제주맥주가 라거 시장 진출을 꾀했던 것도 수익성 때문이다. 

 

제주맥주는 실적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2022년 매출액은 240억 원으로 전년(288억 원)보다 17% 줄었다. 영업손실은 116억 원을 기록하며 2021년 손실액(72억 원)보다 60% 증가했다. 2023년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올 1분기 제주맥주의 매출액은 4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억 원)보다 2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1억 원으로 전년(15억 원)보다 늘었다. 제주맥주는 2015년 법인 설립 후 아직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만년 적자 꼬리표를 떼지 못한 제주맥주는 올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대한제분의 곰표밀맥주 신규 제조사로 발탁된 데 대한 기대감이 크다. 곰표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은 곰표밀맥주 생산을 맡았던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종료하고, 최근 신규 제조사로 제주맥주를 선택했다. 곰표밀맥주는 최근 3년간 6000만 캔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제주맥주가 생산하는 곰표밀맥주의 맛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곰표밀맥주의 레시피 라이선스는 세븐브로이가 보유한 만큼 제주맥주는 자체 레시피를 통해 새로운 맛의 곰표밀맥주를 선보여야 한다. 제주맥주가 생산하는 제품이 소비자의 입맛을 어느 정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곰표밀맥주 생산이 시작돼 이달 안에 출시 예정으로 판매처 등을 협의 중”이라며 “기존 곰표밀맥주와는 다른 맛의 제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래에프앤비와의 시너지에 기대를 거는 부분도 있다. 지난 7일 제주맥주는 달래에프앤비 지분 64.29%를 90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달래에프앤비는 2021년 설립된 외식 프랜차이즈로 70개 가맹점을 둔 ‘달래해장’을 운영 중이다. 제주맥주는 달래에프앤비 인수를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고객과 접점을 확대할 방안을 고민하면서 F&B사업을 계속 검토했다”며 “달래에프앤비는 한국인의 술 마시는 문화를 캐치해 빠르게 성장한 곳이다. 함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 싶어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외식사업으로 진출할 단계는 아니고 고객 접점을 늘려가는 차원”이라며 “맥주 제조사라는 본연의 사업은 변함이 없으며 올해는 제주 위트에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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