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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는 긍정 에너지, K-리그 정동식 심판

김민재 닮은 꼴로 나폴리 방문 에피소드보다 더 흥미진진한 삶의 궤적을 듣다

2023.06.12(Mon) 14:51:39

[비즈한국] 친한 지인들이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는 톡방에서 동생 하나가 “누나들, 이거 꼭 봐요~! 나 진짜 이거 보다가 막 울었잖아요.” 톡방에서 또 다른 언니 한 명이 그걸 보더니만, “와 이분 살아오신 인생과 삶 자체가 넘 감동이네. 아, 나 사는 게 넘 반성된다.” 보는 이들 마다 눈물이 흐르는 걸 멈출 수 없었다는 코멘트 일색이다. 그래서 ‘안 챙겨보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정좌하고 앉아 챙겨 본 방송이 있다. 얼마 전 방영됐던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정동식 심판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캡처​

 

K-리그 정동식 심판은 최근 나폴리에서 맹활약 중인 축구선수 김민재와 너무나 닮은 얼굴로 화제의 선상에 오른 이다. 그래서 토크 방송 초미는 이러한 이슈성을 가미해 얼마 전 축구 유튜브 채널에서 정동식 심판이 나폴리에 가서 김민재 선수로 오인되어 현지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은 에피소드들이 전해졌다. 그리고 뒤이어 이어진 것은 정동식 심판, 그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그는 집이 어려워서 20대 때 새벽에 일어나 신문, 우유 배달, 노숙센터 상담원 일, 축구심판, 공사장 일용직 근로자 등 하루에 7개의 일을 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25세 때까지 죽도록 일해서 종잣돈 1억 원을 모았는데, 그 돈을 상가 분양 사기를 당해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단다. 헛헛한 마음에 3개월 방황을 했던 그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같은 일을 7년 동안 더 했다고 한다.

 

이런 진창 같은 삶 속에서 정동식 심판은 현재 K-리그 심판으로 11년째 뛰고 있다. 그는 “심판은 프리랜서 개념이라 수당제로 운영된다. 경기가 없는 겨울철이나 비시즌에는 수입이 없다. 그래서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봐서 환경공무관(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라며 근황을 전했다. 뒤이어 설명하는 그의 하루 일정은 놀라운 경지다. 매일 아침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정동식 심판은 주중에는 환경공무관으로 일하고, 이후 늦은 오후부터는 퀵서비스와 심판 일을 병행한다고 했다. 심지어 이런 빡빡한 그 스케줄 시간 안에, 그는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축구 심판 체력 테스트를 위해 매일 저녁 5시에는 운동하는 시간까지 따로 갖는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는 이들이 모두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정동식은 다음과 같이 환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사람들이 저에게 힘들겠다고 하는데 저는 별로 힘들지 않아요.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해야 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고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 일은 심판이고, 해야 될 일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환경공무관 일을 하고 있고요.”

 

환하게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정동식 심판의 말을 들으며 뒤통수 한 방을 후려 맞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도 힘겨운 인생”이라 노래하는 삶을 사는데, 그는 해야 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며 살 수 있으니까 행복하단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지 않는 고된 일상을 살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의 에너지는 저런 삶의 고단함까지 이겨내는, 그런 숭고한 삶이구나 싶었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순간, 지금의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나는 과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걸까?’ 내 삶과 인생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기 이전에, 진심으로 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 한 번 되새김질해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어떤가. 내 삶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하지? 혹시 요즘 이런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정동식 심판처럼 지금 당신은 자신의 인생과 삶 속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지 자문해 봐라.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일은 과연 무엇일지 찬찬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명료해진다면,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마냥 스트레스로만은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해야만 하는 일에 명확한 명분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명분이 충분히 스스로 수긍이 간다면, 어쩌면 당신 인생 또한 정동식 심판의 삶처럼 그러한 삶을 둘 다 양립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고통스러워만 하지 말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의 본질을 한 번쯤은 꼭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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