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백내장 수술’을 둘러싼 보험사와 의료계·소비자의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백내장 수술이 급증하자 보험사는 과잉진료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6월 대법원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사들은 수술 건수가 많은 안과 병원들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백내장 관련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후속 조치에 나섰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은 금융당국에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며 원성을 높이고 있다. 보험사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도 늘어나면서 법조계는 백내장 관련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실손보험금 지급액 중 백내장이 두 번째로 많아
손해보험업계 따르면 대형 손해보험사 A 사가 지난해 12월 접수한 백내장 다초점렌즈 수술 건수는 581건이다. 이는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한 3월(6590건)보다 6009건(91.2%) 급감한 것이다. 또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 B 사도 지난해 12월 접수한 백내장 다초점렌즈 수술 건수가 721건으로 같은 해 3월(9372건)보다 8651건(92.3%)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한 번에 양쪽 눈을 모두 수술하는 경우도 지난해 1분기 94.9%(1만6966건)에서 4분기 79.5%(1540건)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6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변화다. 앞서 대법원 민사2부는 백내장 수술을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라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 고시는 입원실에 최소 6시간 이상 머물 때를 입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백내장 수술은 2시간이면 끝난다는 점을 근거로 입원 치료가 아니라고 봤다.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보장 한도에서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수술 건수가 급감한 것이다.
2022년 국내 손보사들이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10조 9335억 원으로, 이 중 백내장 수술(7082억 원)은 도수치료(1조 14309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마저도 2021년(9514억 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보험사들이 과잉 백내장 수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지급보험금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다.
통상적으로 백내장 수술비는 500만~1000만 원 내외. 하지만 보험사가 통원 치료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지급 한도가 20만~30만 원으로 줄게 됐다. 최대 보험금 지급 한도가 2000만~3000만 원이었을 때는 소비자들이 ‘당연히’ 수술을 선택했지만, 실손 혜택이 사라지자 수술을 포기한 셈이다. 보험업계로서는 오랜 기간 ‘손해율’로 고민했던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보험사, 수술 많이 한 안과 의사에 형사소송 제기
보험업계는 백내장 수술이 과잉 진료였다며 수술 건수가 많았던 안과 전문의들을 상대로 형사소송 등을 제기했다.
당연히 안과의와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과잉 진료’가 아니라 ‘선제적 대응’이었다는 것이다. 형사 사건으로 고소된 안과의의 변호인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백내장, 녹내장이 나타나는데 초반에 선제적으로 수술한 것이 왜 과잉 진료냐”며 “더 나아가 수술을 선택한 것은 소비자이고 이와 관련해 계약을 맺은 것은 보험사인데, 왜 수술한 의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백내장 수술을 하고도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며 소비자들이 보험사에 제기하는 분쟁도 심화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며 2022년 금감원에 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총 3만 6466건으로 전년 대비 8351건(29.7%) 늘었는데, 대부분 백내장 관련 분쟁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의의 정상적인 진료에 따라 수술을 받았음에도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 움직임도 보인다.
앞선 변호사는 “보험사가 계약을 한 이후에 ‘수술 기준’ 등을 문제 삼아 지급 기준을 스스로 바꾼 것은 계약을 지키지 않은 셈”이라며 “대법원은 백내장 수술이 6시간 이하일 경우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 뿐, 백내장과 관련해 모두 과잉 진료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기에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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