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태양계 천체 중 지구 바깥에서 외계 생명체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곳은 어디일까? 화성을 많이 떠올렸지만, 이제는 또 다른 후보지가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토성 주변을 맴도는 얼음 위성, 엔셀라두스다.
엔셀라두스는 우리 달에 비해 지름이 6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500km 크기의 작은 얼음 위성이다. 그런데 2017년까지 토성 곁을 지킨 카시니 탐사선이 이 얼음 위성 속에 아주 거대한 지하 바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표면의 갈라진 얼음 틈 사이로 뿜어 나오는 우주 간헐천의 존재를 직접 확인했다. 비록 태양 빛이 들지 않는 두꺼운 얼음 밑의 지하 바다이지만, 어쩌면 지구의 심해 생태계와 비슷한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 흥미로운 엔셀라두스를 드디어 제임스 웹의 눈으로 더 자세하게 관측했다. 그 결과 토성과 엔셀라두스 바로 곁을 방문한 카시니 탐사선조차 확인하지 못했던 놀라운 모습을 새로 발견했다.
제임스 웹으로 새롭게 관측한 엔셀라두스의 최신 관측 결과를 소개한다.
목성과 토성 모두 고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두 행성의 고리는 큰 차이가 있다. 앞서 갈릴레오 탐사선은 목성 주변 고리가 대부분 암석 부스러기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카시니 탐사선이 확인한 토성 주변 고리는 대부분 얼음 부스러기다. 목성 주변의 희미한 고리는 목성의 강한 중력에 붙잡혀 포획된 소행성들, 그 주변 위성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튀어나간 파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토성의 고리는 주변 얼음 위성에서 뿜어 나오는 수증기, 물로 채워져 있다.
앞선 카시니는 엔셀라두스에서 수백 km 높이까지 뿜어 나오는 물기둥을 확인했는데, 이번에 제임스 웹은 엔셀라두스의 물기둥이 무려 만 km가 넘게 우주 공간 멀리까지 나오는 흔적을 확인했다. 이번 관측으로 확인한 결과, 엔셀라두스는 초당 300kg 정도의 물을 계속 우주 공간으로 뿜어내는 중이다. 이렇게 뿜어진 엔셀라두스의 수증기는 우주 공간에서 빠르게 얼어붙으며 토성 주변에 붙잡힌다.
이번 관측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엔셀라두스가 약 30시간에 한 번씩 토성 곁을 맴돌며 흩뿌린 얼음들이 엔셀라두스의 궤도상에 머무르며 토성을 둥글게 감싸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엔셀라두스가 흩뿌린 물의 30%가 이 얼음 도넛을 이룬다. 나머지 70%는 주변의 다른 위성들과 토성 고리에 물을 공급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토성의 아름다운 고리보다 더 바깥에 또 다른 얼음 도넛이 둥글게 토성을 감싸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뿜어 나온 물줄기 속에서 혹시 토성의 바다에 사는 외계 플랑크톤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카시니 탐사선이 토성의 물줄기 속을 직접 통과하면서 성분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이산화탄소, 메테인, 암모니아와 같은 여러 성분을 나왔다. 가장 최근에는 DNA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인 성분까지 검출됐다. 이로써 엔셀라두스의 바다에서 생명 탄생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6가지 원소(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 인)를 모두 확인했다.
엔셀라두스의 물줄기 속에서는 약 1% 수준의 수소 분자도 검출됐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지구에서는 깊은 바닷속 갈라진 해저에서 열이 새어나오는 심해 열수구 근처에서 미네랄이 물과 반응하면서 수소 분자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엔셀라두스 해저에도 지구처럼 90도를 넘는 뜨거운 온도로 끓고 있는 심해 열수구가 존재할 수 있다.
심해 열수구는 지구에서도 원시 생명체가 처음 탄생한 현장으로 추정되는 가장 유력한 생명의 발원지다. 게다가 수소 분자는 심해 열수구 근처 미생물들의 주요한 에너지원이다. 즉 엔셀라두스의 바닷속에서도 지구의 생명 탄생과 똑같은 과정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외계 생명체가 발견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장이 엔셀라두스에 숨어 있다고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제임스 웹 관측에선 물줄기의 존재만 뚜렷하게 확인했을 뿐, 앞선 탐사에서 확인한 이산화탄소, 메테인과 같은 다른 성분들의 신호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앞으로 추가 관측을 하지만, 이번 제임스 웹의 첫 관측 결과는 엔셀라두스의 물줄기는 사실상 거의 순수한 물로 이뤄졌으며, 설령 다른 분자들이 있더라도 그 양이 꽤 적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엔셀라두스는 아니지만, 천문학자들은 목성 곁의 또 다른 얼음 위성 유로파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목성을 향해 새로운 탐사선 주스(JUICE)가 지구를 떠났다. 주스는 2031년에 목성과 그 주변 위성들을 방문하게 된다. 특히 목성의 가장 큰 위성인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를 직접 스쳐 지나가면서 아주 자세히 탐사할 예정이다. 유로파 표면의 갈라진 얼음 틈 사이로 뿜어 나오는 물을 직접 분석해 유로파의 해저에도 엔셀라두스처럼 심해 열수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증한다.
2024년에는 또 다른 유로파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가 지구를 떠날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아예 유로파만을 집중적으로 탐사하며, 레이더 관측을 통해 직접 꿰뚫어볼 수 없는 얼음 속 지하 바다의 지도를 정확하게 완성할 예정이다.
나아가 천문학자들은 유로파 또는 엔셀라두스 얼음 표면 위에 직접 착륙선을 보내고, 또 그 두꺼운 얼음 표면을 뚫고 들어가 역사상 최초로 외계 바닷속을 누비는 탐사까지 준비하고 있다. 얼음 위성은 아니지만, 표면에서 액체 호수까지 발견된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는 두꺼운 메테인 구름 속을 비행하며 곳곳을 돌아다니는 드론 탐사를 함께 계획하고 있다.
머지않아 인류는 외계 바닷속과 호수 위를 모두 탐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스와 유로파 클리퍼의 발사와 제임스 웹의 관측 모두 외계 바다 탐사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태양계 바깥 외계행성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 안에서 외계 생명체의 확실한 증거를 먼저 찾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3-01666-x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3/112/01GYJ7H5VSDMPRWX0R0Z6R87EC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3arXiv230518678V/abstrac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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