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는 상장법인들이 제출한 공시서류를 즉시 조회할 수 있는 종합적 기업 공시 시스템이다. 투자자 등 이용자는 이를 통해 기업의 재무정보와 주요 경영상황, 지배구조, 투자위험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트 홈페이지에서는 ‘많이 본 문서’를 통해 최근 3영업일 기준 가장 많이 본 공시를 보여준다. 시장이 현재 어떤 기업의 어느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비즈한국은 ‘지금 이 공시’를 통해 독자와 함께 공시를 읽어나가며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기업의 이슈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고자 한다.
코스닥 상장사 알에프세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알에프세미는 반도체 소자 및 LED조명 전문기업이지만 최근 최대주주변경과 함께 이차전지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히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4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공시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서 올해 9.4배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 1월 2일 종가 기준 2270원이던 주가는 지난 8일 2만 125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는 9473명(76.17%)이다.
연달아 오름세를 보였던 알에프세미의 공시가 이번 주 ‘많이 본 문서’에 이름을 올린 까닭은 지난 1일 유상증자 납입에 따라 최대주주가 변경된 데 이어 지난 5일 전환사채권 발행에 대한 공시가 게재됐기 때문이다. 알에프세미는 지난 1일 ‘최대주주변경’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기존 이진효 대표 외 5인에서 진평전자 주식회사로 변경된다고 알렸다. 지난 3월 31일 진평전자를 대상으로 200억 원 규모의 신주발행을 결정한 데 따라 지난 1일 유상증자 주금 납입이 완료된 것. 그 결과 진평전자는 알에프세미 지분 31.2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공시에 따르면 진평전자는 지분 100%를 보유한 반재용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알에프세미의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공시에서는 진평전자 최대주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Jinping Technology Limited’였으나, 지난 5월 8일자로 진평전자의 최대주주가 반 대표로 변경됐다. 회사 측은 진평전자와 홍콩진평과기유한공사(홍콩진평)의 지분 100%를 보유한 반 대표가 지분스와프를 통해 지배구조를 변경하면서 진평전자가 국내 지주회사로서 홍콩진평과 알에프세미를 지배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대주주가 진평전자로 변경된 알에프세미는 이차전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지난 5일 ‘주요사항보고서’ 공시를 통해 진평전자로부터 리튬인산철(LEF)배터리 판권 및 공급계약을 130억 원에 이전받는다고 밝혔다. 알에프세미는 앞서 지난 4월 17일 실적 개선과 이차전지사업의 빠른 진입을 위해 해당 계약을 맺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7월부터 이차전지 부문에서 실제 매출 발생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알에프세미는 이차전지 진출 기대감을 업고 주가가 상승 중이다. 그러나 새로운 최대주주 진평전자와 전환사채 인수자인 블랙펄1·2·3호조합에 대해 구체적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반 대표의 경우 2018년 중국계 자본 CISM에셋매니지먼트가 텔루스 인수 및 이차전지 신사업 진출을 추진할 당시에도 CISM에셋매니지먼트 글로벌 투자총괄 이사로서 텔루스 사내이사 후보로 언급된 바 있다.
진평전자를 이끄는 반재용 대표는 과거 텔루스(현 코아시아씨엠)의 공시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2018년 7일 11일 텔루스의 주주총회소집공고 공시에 따르면 반 대표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텔루스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었다. 2018년 4월 17일 텔루스의 공시에 따르면 당시 중국계 자본 ‘CISM에셋매니지먼트(CISM ASSET MANAGEMENT LIMITED)’는 텔루스의 8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2.07%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텔루스는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기존 카메라 렌즈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별개로 이차전지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 중국투자공사(CIC)와 중국 국영기업인 중신(CITIC), 싱가포르펀드 등이 참여하는 3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뒤 2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도 알렸다.
그러나 유상증자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초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은 2018년 7월 27일이었으나 최종 납입은 2019년 1월 25일로 미뤄졌고, 실제 발행금액도 190억 원 규모로 줄었다. 납입주체 또한 아이맵디오스텍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디오스홀딩스, 발해컨소시엄 등 다른 투자자들로 변경됐다. 그 결과 텔루스는 불성시공시법인으로 지정됐으며 공시위반 제재금 1600만 원을 떠안게 됐다.
알에프세미 전환사채 600억 원을 인수하는 블랙펄1·2·3호조합의 구체적 정보도 확인하기 어렵다. 지난 5일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권발행결정)’ 공시에 따르면 알에프세미는 블랙펄1호조합과 블랙펄2호조합에 대해 총 400억 원 규모의 5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블랙펄3호조합에 대해 200억 원 규모의 6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투자조합이 보유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최대주주보다 지분율이 높아져 향후 경영권 변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시에는 3개 조합의 최대주주가 지분 99.01%를 보유한 블랙펄홀딩스라는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블랙펄홀딩스는 2022년 9월 신설된 신규 법인으로, 그해 11월 아름드리운용을 인수한 바 있다.
구본진 블랙펄홀딩스 대표는 전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트루벤인베스트먼트와 브릿지스톤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재용 진평전자 대표 역시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역임한 바 있어, 블랙펄홀딩스가 알에프세미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구 대표와 반 대표의 인연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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