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귀뚜라미 보일러로 잘 알려진 귀뚜라미그룹은 지난해 냉방·공조·골프장·에너지 등 비(非)보일러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매출 ‘1조 클럽’을 달성했다. 그러나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비상장사로 운영되는 데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주요 계열사인 나노켐은 지난해 매출 99%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귀뚜라미홀딩스 계열사인 나노켐은 1991년 5월 31일 설립돼 보일러 관련 부품의 제조 및 판매를 주목적으로 한다. 비상장사다 보니 주주현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공시된 2010년 나노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분은 최진민 회장 외 3인 45.27%, 귀뚜라미문화재단 23.35%, 귀뚜라미 31.38%를 보유했다.
다만 2019년 귀뚜라미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나노켐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귀뚜라미홀딩스가 보유한 나노켐 지분이 2011년 31.38%에서 2012년 52.81%로 상승한 것으로 보아 별도의 지분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노켐은 알짜 회사다. 주요 계열사인 귀뚜라미보다 규모는 작지만 자본잉여금이 2500억 원대, 이익잉여금이 2171억 원에 달한다. 별도의 배당도 실시하지 않아 착실하게 내부에 쌓이고 있다. 반면 부채는 120억 원도 채 되지 않는다. 무차입 경영을 할 만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나노켐이 이익잉여금을 쌓는 과정엔 귀뚜라미가 큰 역할을 했다. 나노켐이 매년 높은 비율로 귀뚜라미와 내부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2000년 전자공시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나노켐의 2000년 매출은 399억 원이며 이 중 350억 원가량을 귀뚜라미와의 내부거래로 올렸다. 2022년 말에도 매출 619억 원의 거의 전부인 616억 원이 귀뚜라미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나노켐의 매출과 내부거래액은 꾸준히 상승했다. 편차는 있지만 매년 매출 90% 이상이 귀뚜라미로부터 나온다. 내부거래 금액도 꾸준히 증가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극심한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비상장사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이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오른다.
귀뚜라미그룹 내에서도 나노켐의 내부거래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보일러 제품을 제조하는 또 다른 계열사 귀뚜라미홈시스와도 비교된다. 귀뚜라미홈시스의 내부거래액은 2013년 매출 72억 원 중 40억 원(56%), 2014년 매출 48억 원 중 17억 7900만 원(36%), 2015년 매출 36억 원 중 18억 원(50%) 정도다.
귀뚜라미홈시스는 2016년부터 내부거래 금액이 급감하면서 전체 매출도 크게 줄었다. 2022년 말 기준 1억 3400만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부거래를 통해 꾸준히 몸집을 키워나가는 나노켐과 상반되는 모양새다.
다만 우상향하는 매출과 달리 나노켐의 영업이익은 2020년부터 급감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9년 445억 4922만 원 △2020년 468억 9457만 원 △2021년 593억 9260만 원 △2022년 619억 557만 원으로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019년 54억 1833만 원 △2020년 21억 6329만 원 △2021년 14억 7530만 원 △2022년 4억 9891만 원으로 줄었다.
이와 관련해 귀뚜라미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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