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은행 등 국내외 경제기관들이 잇달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우리 경제가 경착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게 해주는 경기선행 관련 지표들이 줄줄이 악화되면서 이러한 걱정을 더욱 키우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미래 먹거리 산업 위주로 기업 투자가 확대될 수 있는 정책 추진에 집중해 경기선행 지표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5월 25일 경제전망 수정치를 내놓으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보다 0.2%포인트 낮은 1.4%로 수정했다.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1.1%에서 0.8%로 0.3%포인트 낮췄고,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 역시 2.0%에서 1.8%로 하향조정했다. 상반기 성장률이 생각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는 한편, 하반기 반등 강도 역시 예상보다 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 셈이다.
실제 1분기 성장률(0.3%)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후 민간 소비가 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간신히 벗어났을 뿐, 수출이나 투자 등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탓이다. 수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 하반기에 고금리와 경기 하강이 계속되면 그나마 경제에 버팀목인 소비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전망치 하향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한국 경제를 비슷하게 내다보고 있다. KDI는 5월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상반기 성장률은 1.1%에서 0.9%로, 하반기 성장률은 2.4%에서 2.1%로 하향조정했다. 해외 연구기관들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하향조정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1.6%에서 1.5%로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도 이번 달 말이나 7월 초에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우리나라 경기 동향을 예측하게 해주는 경기선행 관련 지표들은 악화일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향후 경기 방향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4월 98.0(2020년=100)을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흔들거렸던 2009년 3월(97.9) 이후 14년 1개월 만에 최저치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 100.3을 정점으로 10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또 수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재고가 쌓이고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향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4월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117.2%)에 비해 13.2%포인트나 급등한 130.4%를 기록했다. 이러한 제조업 재고율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그전까지 제조업 재고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외환위기로 국가부도 사태에 빠졌던 1998년 3월(128.2%)이었다. 우리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이 팔려나가지 않는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경기전망도 좋지 않고 재고도 쌓이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표인 설비투자조정압력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조정압력이 마이너스라는 건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줄일 필요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4분기 -5.9%포인트였던 설비투자조정압력은 올 1분기에 -7.7%포인트를 기록하며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 이러한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타격을 받았던 2009년 2분기(-8.3%포인트) 이래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내다보는 경기 상황이 나쁜 것이다. 특히 설비투자조정압력이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1~2분기 선행한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기업 투자가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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