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첫 성적표는 작년과 대조적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으며 최근 5년간의 실적 중 가장 저조하다. 신세계인터의 메인 브랜드였던 셀린느의 매출 공백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패션 부문 매출 급감
지난해 연말, 쇼핑 커뮤니티에서는 때 아닌 ‘셀린느 구매 붐’이 일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제공하던 셀린느 세일리지 할인 혜택이 곧 종료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 아무개 씨는 “2023년부터 7~10% 할인 혜택을 받던 세일리지가 셀린느 브랜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퍼졌다. 할인 혜택을 받으려고 작년 연말에 셀린느를 구입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셀린느의 세일리지 할인 혜택을 중단한 것은 셀린느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신세계인터와의 유통 계약을 종료하고 국내 시장 직진출을 결정했다. 셀린느가 신세계인터와 결별하며 작년까지 신세계백화점에서 제공되던 세일리지 할인이나 사은행사를 통한 상품권 혜택 등도 모두 중단됐다.
셀린느는 신세계인터의 수입 패션 부문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효자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셀린느 매출이 신세계인터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서 셀린느의 계약 종료 소식이 알려졌을 때 업계에서는 신세계인터가 매출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신세계인터는 “한두 개 브랜드가 빠진다고 회사가 휘청이진 않는다”며 셀린느의 매출 공백이 크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신세계인터의 자신감과 달리 셀린느의 빈자리는 컸다. 신세계인터는 1분기 매출이 3122억 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3522억 원) 대비 11.4% 감소됐다. 지난해 331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올해 103억 원으로 69%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신세계인터 측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다 보니 상대적으로 하락한 듯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몇 년간의 실적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매출은 2018년(3043억 원), 영업이익은 2017년(43억 원)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확인됐다.
실적 부진은 특히 패션 부문에서 눈에 띄게 나타났다. 1분기 신세계인터의 패션 사업 부문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화장품 부문이 17% 성장하고, 라이프 부문이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신세계인터 관계자는 “일부 수입 브랜드가 이탈하면서 매출이 감소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쿨한 이별’이라지만…끌로에 계약 종료에 신규 브랜드 찾느라 분주
셀린느가 빠지며 생긴 매출 공백을 아직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신세계인터는 지난 8년간 키워온 프랑스 명품 브랜드 ‘끌로에’마저 떠나보내게 됐다. 리치몬트그룹이 이달 말 신세계인터와 계약을 종료하고 오는 7월부터 국내 운영을 직접 맡기로 한 것이다.
신세계인터 측은 앞서 셀린느와 계약 종료 시에도 그랬듯 매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 주장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끌로에 재계약 시점이 돼서 서로 고민을 했고, 잘 합의해 직진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현재 끌로에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1%도 안 되기 때문에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셀린느와 끌로에가 빠진 자리를 채우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꾸레쥬, 미국의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리포메이션과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하반기 중 2개 이상의 브랜드와 추가로 신규 계약을 맺겠다는 계획도 있다.
신세계인터는 신규 브랜드 론칭으로 매출 공백을 채우겠다는 계획이지만 새로 발굴하는 브랜드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름이 알려진 명품 브랜드 대부분은 이미 국내 시장에 진출한 만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찾아내야 한다. 성공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
신세계인터 관계자는 “빠진 브랜드로 생긴 매출 공백을 신규 브랜드로 채울 계획이 있지만 아무래도 얼마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신규 브랜드를 들여온 뒤 키워 나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는 국내 패션 기업 중에서도 수입 브랜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현재 신세계인터가 운영 중인 패션 브랜드 총 40개 중 해외 브랜드는 32개, 자체 브랜드는 8개다. 작년까지만 해도 신세계인터는 해외 브랜드의 높은 비중 덕에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MZ세대 사이에서 명품 열풍이 불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상황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명품 열풍에 국내 매출이 확대되자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직진출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린느, 끌로에에 이어 메종 메르지엘라, 마르니, 질 샌더, 디젤 등의 계약 종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 브랜드를 보유한 OTB가 지난해 한국 법인을 출범하고 직진출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신세계인터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국내 브랜드 관리를 함께 진행 중이나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는 자체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인터는 자체 브랜드를 키워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는 동시에 뷰티 사업 확대에도 힘을 쏟아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인터 관계자는 “스튜디오 톰보이가 지난해 남성복을 론칭하고 해외시장도 진출하는 등 계속해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자체 브랜드를 추가로 신규 론칭할 계획은 없으며 5대 여성복 브랜드(스튜디오 톰보이·보브·지컷·델라라나·일라일) 육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코스메틱 개별 브랜드의 성과도 긍정적이다. 패션 시장이 안 좋을 때는 화장품이 선전하고, 화장품 사업이 주춤할 때는 패션 부문에서 성과를 내며 상호 보완이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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