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올해 3월 시즌 4까지 방영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등이 인기를 끌면서 낚시 인구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제2차 낚시 진흥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국내 낚시 인구는 2018년 기준 850만 명으로 추정된다. 해양수산부는 2024년까지 낚시 인구가 1012만 명으로 증가할 거라고 전망한다. 낚시 어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2018년에 428만 명 수준이었다.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 국내 낚시 산업 규모를 2조 4358억 원으로 추정했다. 미끼 산업은 제외하고 낚시터 운영업, 낚시어선업, 제조 및 부품 등 관련 산업만 합산한 규모가 이 정도다. 낚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국 곳곳에 실내 ‘낚시 카페’도 생겼다. 바닷가, 강가가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낚시를 할 수 있게 된 거다.
낚시 후 ‘인증’ 하는 문화도 생겼다. ‘낚시스타그램, 피싱스타그램, 낚시캠핑, 낚시’ 등의 키워드로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것. 낚시는 하나의 레저스포츠로 여겨지지만, 낚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한다. 최근 지자체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불법 낚시 행위를 단속하거나 낚시 금지 지역을 늘리고 있다. 낚시 쓰레기로 수질오염이 증가하고, 불법 낚시 등으로 생물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이유다.
#낚시 인구 늘자 수질 오염도 증가했다
낚시로 인한 수질 오염이 증가하자 지자체들은 단속에 나섰다. 5월 9일 대전시는 3대 하천과 금강에서의 불법 낚시 등을 단속한다고 밝혔다. 수질 오염을 유발하는 불법행위가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달 11일 경상북도 영주시는 영주댐 등 낚시 금지 구역 내 불법 낚시를 집중 단속했다. 녹조가 쉽게 발생하는 영주댐은 집중적인 수질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6월 2일 한국농어촌공사 사천지사 역시 경상남도 사천시 두량저수지 일원에서 불법 낚시 등을 단속하고 나섰다.
낚시 금지 구역 지정도 증가하고 있다. 6월 2일 경기도 평택시는 오산천과 황구지천을 낚시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미끼 등으로 수질오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3월에는 전북 익산시 도순저수지가 낚시 금지 구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달, 원앙이 서식한다.
2022년 12월 기준 전국의 낚시 금지 구역은 140곳, 낚시 제한 구역은 7곳이다. 이곳에선 낚시나 떡밥 던지기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그러나 낚시 금지 구역은 늘고 있지만 지자체 관계자들은 실질적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관계자는 “그나마 단속 기간에는 단속을 나가지만, 낚시를 하는 구역이 워낙 넓고 매일 단속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모두 감시하긴 어렵다. 무분별한 어획과 쓰레기 투기로 민원도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낚시로 인한 해양 오염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낚시에 사용하는 미끼가 수질 오염을 유발하고 낚시인들이 버리고 간 생활 쓰레기, 낚시용품 등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2021년 동아시아바다 공동체 오션에서 발행한 ‘해양 쓰레기 생물피해 사례집2’ 등에 따르면 낚싯바늘, 낚시 쓰레기 등이 바다를 부유하고 산호초가 낚시줄 등에 걸려 훼손되기도 했다.
#‘낚시 스폿’엔 쓰레기 천지, 관리하는 사람도 없어
비즈한국은 ‘낚시 스폿’으로 알려진 인천 영종도를 찾아갔다. 영종도의 여러 항구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A 씨는 “여기로 자주 낚시를 하러 온다. 물고기가 잘 잡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요즘 낚시 쓰레기가 논란이어서 내가 가져온 쓰레기들은 전부 가져간다. 나도 낚시를 하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많다”고 전했다.
낚시인들을 많은 만큼 쓰레기도 많았다. 음식물 봉투나 낚시용품, 떡밥 등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물이 빠진 갯벌에서는 버려진 낚시찌, 낚싯대 등이 눈에 띄었다. 낚싯줄이 여기저기 감겨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낚시하던 사람이 쓰레기를 투기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지만, 감시하거나 규제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낚시에 입문했다는 B 씨는 “요즘 다들 낚시를 한다고 해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다만 버려진 쓰레기들이나 떡밥을 보면 걱정이 된다. 낚시 떡밥이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는데, 친환경 낚시 떡밥 인증 제도가 있으니 제조 업체에서도 자발적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낚시 면허제 도입 논의해야”
쓰레기 투기와 수질 오염을 유발하는 바다·강 낚시보다 낚시카페가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낚시카페는 동물 학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고기를 잡아서 다시 물에 풀어주지만, 낚시 바늘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낚시카페에 가봤다는 C 씨는 “가족들과 함께 낚시카페를 간 적 있는데, 죄책감이 들어 더 이상 가지 않는다. 물고기들 상태가 좋지 않았고, 바늘로 반복해서 잡다 보니 입 쪽에 상처가 있거나 피를 흘리는 물고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어업과 달리 낚시는 오락의 일종으로, 인간의 생존과는 다른 문제다. 낚시카페는 잡았다 풀어주는 일을 반복하면서 물고기에게 고통을 계속 가한다. 낚시는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제주 바다 등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 곳을 가면 플라스틱 통, 비닐봉지 등 그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정말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낚시 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낚시 자체를 금지하거나 모든 낚시객을 감시하기 어려운 만큼 면허제를 통해 최소한의 낚시 매너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다. 낚시 면허제는 운전면허증처럼 면허증을 발급 받아 낚시를 하는 것으로 어획 가능한 종과 장소가 엄격하게 규제된다. 현재 호주, 유럽,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낚시는 물고기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측면이 있다. 산천어 축제 등도 마찬가지다. 또 버려진 낚시 도구들은 생태계를 파괴한다. 낚시 자체를 금지하기는 힘들겠지만, 낚시 면허제 도입 등을 통해 최소한이라도 지키게 해야 한다. 낚시인들도 상당수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면허제 도입을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홍석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은 “낚시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낚시 인구가 증가하는 건 악재다. 버려진 낚싯바늘, 낚싯줄은 야생생물에 위험하다. 낚시 행위가 수자원 관리 체계를 교란한다는 문제도 있다. 낚시를 통한 어획량이 크기 때문에 수산 자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낚시 면허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도입이 안 됐다. 낚시로 인한 여러 문제를 낚시 면허제와 낚시어선 허가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낚시인들이 해양 생태계를 이해하고 면허를 취득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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