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가 채무가 1000조 원대를 넘어서면서 나라 곳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세수 부족으로 올해 30조 원 가까이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가 채무를 관리할 수 있는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가 시작된 지 3년 가까이 흘렀지만 법제화는 여전히 국회에서 공전 중이다. 이런 상황에 국회를 통과한 각종 법안들로 인해 매해 지출해야 하는 나랏돈은 점점 불어나는 추세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미뤄지고 부채는 늘어나자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재정 준칙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이 5월 31일 국회에 제출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채무는 1033조 4000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94조 3000억 원 늘어났다. 국가채무가 1000조 원대를 넘어서면서 국가 채무를 일정 수준 이상 늘릴 수 없도록 하는 재정준칙 도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현재 재정준칙 도입을 핵심으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2020년 10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정준칙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 추진되다 무산된 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다시 제출된 것이다. 개정안대로 재정준칙이 도입되면 정부는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재정적자 규모를 2% 이내에서 관리하게 된다. 재정준칙은 세계 105개국에서 실시 중이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회원국 중에서는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도입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준칙은 2016년부터 국회에 제출됐던 법안”이라며 “수없이 많은 논의를 한 만큼 빨리 입법화돼 중장기적인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5월 19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기존대로 각각 ‘Aa2’와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정준칙의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국회에서 공전하는 사이 재정 지출이 필요한 각종 법안은 국회를 줄줄이 통과하면서 국가 재정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던 2010년에 국회를 통과한 재정 관련 법률은 302건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러한 재정 관련 법률 중에서 실제로 재정 소요가 추정 가능한 법률 163건을 조사한 결과, 향후 5년 간(2021~2025년) 재정 부담은 25조 4970억 원 늘어난다. 재정지출 증가 규모는 연평균 6조 4144억 원으로, 5년간 32조 720억 원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증세 정책으로 발생한 세수 증가가 연평균 1조 3150억 원, 5년간 총 6조 5750억 원을 기록해 전체적인 재정 부담을 조금이나마 낮춰준 점이다. 2021년에는 재정 관련 법률에 따른 재정 부담이 더욱 늘어났다. 2021년 국회 통과 법률 중 재정 관련 법률은 283건이었다. 통과 법률안 수는 줄었지만 재정 부담은 오히려 증가했다. 재정 소요 추정이 가능한 법률 153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5년 간(2022~2026년) 늘어나는 재정부담은 73조 565억 원이나 됐다. 법률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 규모는 연평균 7조 6641억 원으로, 5년간 38조 3205억 원이 필요했다. 각종 감세 정책으로 인해 세수 감소는 연평균 6조 9472억 원으로, 5년간 34조 736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국회를 통과한 재정 관련 법률이 154건으로 급감했지만, 늘어나는 재정 부담은 90조 원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됐다. 재정 소요가 추정 가능한 법률 110건을 분석한 결과, 향후 5년 간(2023~2028년) 재정 부담은 91조 7635억 원 증가했다. 재정지출 증가는 연평균 1조 9533억 원, 5년간 총 9조 7665억 원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각종 세법 개정으로 인해 세수는 연평균 16조 3994억 원, 5년간 총 81조 997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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