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화오션 출범과 누리호 발사로 한화그룹과 김동관 부회장에 재계의 시선이 쏠린다. 김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하고 계열사에 흩어졌던 그룹 방위사업 분야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면서 한화그룹의 방산부문 사업구조 재편을 이끌었다. 그간 준수한 성적표를 보였던 김 부회장은 향후에도 부친 김승연 회장처럼 굵직한 M&A(인수합병)와 투자를 통해 한화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관 부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은 지난 24일 한화퓨처프루프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6557억 원을 출자했다. 주식 취득 후 두 회사의 지분율은 각각 50%가 됐다. 한화퓨처프루프는 올해 3월 미국에 설립한 전략자산투자 및 지분인수 계열사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한화퓨처프루프를 통해 에너지, 우주항공 등의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당초 한화퓨처프루프는 2021년 6월 한화종합화학이 향후 변경할 상호를 선점하기 위해 상호 가등기를 신청했다가 폐쇄한 바 있다. 이후 한화종합화학은 2021년 9월 사명을 한화임팩트로 변경하고 수소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모회사인 한화에너지와 함께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주식 2213만 주를 취득한 바 있다.
한화그룹의 니콜라 투자는 당시 한화솔루션 부사장이던 김 부회장의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움직임이 본격화되던 때다. 한화그룹 역시 니콜라 상장 당시 김 부회장에 대해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은 김동관 부사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 부회장이 니콜라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과 직접 만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니콜라의 나스닥 상장으로 한화그룹은 보유 중이던 지분 가치가 7배 이상 뛰는 ‘투자 대박’을 터뜨렸다. 한화가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서학 개미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러나 2020년 9월 공매도 업체인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기술력과 양산차 생산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니콜라는 사기 의혹에 휩싸였다.
이후 니콜라 주가는 물론 한화그룹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화그룹을 바라보고 니콜라에 투자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니콜라 사기 논란에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이 발목 잡힌 셈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한화그룹은 정공법을 택했다. 같은 달 조기 인사를 통해 김 부회장을 한화솔루션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 니콜라 논란으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잠재우고 김 부회장 중심의 승계구도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평가됐다.
니콜라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나스닥으로부터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니콜라 창업자가 재판에서 사기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화그룹은 2021년 니콜라 투자 지분 절반을 매각했으나 여전히 기존 매입분의 절반가량(약 1100만 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사업 진출 교두보’로 꼽힌 니콜라 투자가 실패로 끝맺게 됐지만, 김동관 부회장의 태양광 투자는 순항 중이다. 지난해 한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매출은 11조 2022억 원으로 화약제조업 부문(9조 2056억 원) 매출을 뛰어넘었다. 그룹 전체 매출(금융·기타 제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가량에 이른다.
김 부회장은 당초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문인 한화큐셀을 통해 그룹 내 태양광 에너지사업을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2012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이던 당시 파산 직전이던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 인수를 주도했기 때문. 이후 한화큐셀은 미국 태양광 모듈 1위 업체로 자리매김했고, 2022년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한화솔루션 전체의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향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에 따른 실적 성장도 기대된다.
2021년 1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쎄트렉아이 지분 인수 역시 김동관 부회장의 작품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우주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인수했고, 이후 김 부회장이 쎄트렉아이의 무보수 등기임원(기타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김 부회장은 2022년 11월 그룹 항공우주사업 전반의 전략수립 진두지휘에 집중하기 위해 쎄트렉아이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 부회장은 향후 우주항공 사업 육성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한화그룹이 KAI(한국항공우주)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KAI 안팎에서는 매각설에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특혜 시비와 군사 기밀 유출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월 강구영 KAI 사장은 KAI 매각설에 대해 “수요가 있어 매각설이 나오는 것 같다”며 “KAI를 민간에 사유화 했을 때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KAI 임직원의 99%가 매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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