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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변경이 침수 유발? 동작구 상가 부실시공 논란, 구청 판단에 쏠린 눈

침수 피해로 130호 중 8호만 영업…책임 소재 두고 수분양자·시공사·구청 입장 제각각

2023.05.31(Wed) 10:37:01

[비즈한국] 서울 동작구의 한 상가에서 부실시공 여부를 둘러싸고 입주 거부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낮은 층고 등 건물 일부가 홍보 내용과 달라 선분양제의 한계가 부각되는 가운데 시공사의 임의적인 계획 변경과 지자체 대응이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 상가는 준공인가 석 달 만인 지난해 여름 폭우로 침수됐는데, 내리막길 입구와 광장의 낮은 지면으로 주변 상가보다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관련 기사 부실시공이냐 천재지변이냐…롯데시네마 신대방관 9개월째 문 닫은 까닭). 설계 변경과 부실시공의 책임 소재를 두고 수분양자와 시공사, 관할 구청의 입장이 엇갈려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준공된 서울 동작구 상가에서 수분양자들의 입주거부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침수 피해를 입었던 지하 1층 상가는 현재 비어 있다(위).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침수된 상가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독자 제공


#국토부는 “구청 재량”이라는데 

 

5월 17일 동작 협성휴포레 상가 수분양자 30여 명이 동작구청을 항의 방문했다. 시공사의 설계 변경에 대해 구청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지난해 8월 수도권을 덮친 집중호우로 지상 1층과 지하부가 침수됐다. 5월 준공인가를 받고 7월 말 입주를 막 시작하던 시기에 발생한 피해다. 분양 당시부터 기대를 모았던 롯데시네마는 개관 일주일여 만에 운영을 잠정 중단됐고 지상부에 있는 오피스, 아파트 외에 상가 입주는 사실상 멈춰섰다. 수분양자들은 건설사가 건물 진입로의 경사면과 중앙광장 지면 높이 등을 임의로 변경한 점이 화를 키웠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하상가 수분양자 유 아무개 씨는 “7월 말 마지막 잔금을 치른 후 일주일 만에 물난리가 났다. 1년 가까이 에스컬레이터 등의 시설이 방치된 상태고 아직까지 임대 문의조차 없다”며 “도림천 범람으로 인한 침수라면 인근 건물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어야 하는데 이 상가만 유독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상가 1층 수분양자 A 씨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갑작스러운 설계 변경으로 중앙부 야외 광장의 구조가 바뀌었고 비가 많이 오자 대형 풀장처럼 물이 갇혔다”고 주장했다. 이 상가는 지하 1층~지상 2층 130호 중 110호가 분양된 상태다. 현재 1층 일부 가게 중심으로 8호만 영업 중이다.

 

​시행사 청민건설과 시공사 협성건설은 정반대 입장이다. 침수 피해는 천재지변이고, 설계 변경은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는 높이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협성건설 관계자는 “당시 신대방동 일대에 시간당 강우량이 가장 많아 피해가 컸다. ​도림천이 붕괴될 정도였던 100년 만의 폭우를 침수의 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공 중 설계 변경으로 내리막길이 된 진입로(위)와 단차가 생긴 광장. 사진=강은경 기자

 

구청은 항의 방문 다음날인 18일 시공사와 시행사에 ‘보수보강과 지하상가 수분양자들의 상가운영을 정상화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구청은 “또 다시 우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하상가에 대한 보수보강이 완료되지 않아 폭우 시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며 시공사 측에 조치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구청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청 판단을 또 미루고 국토부 ​공문을 앞세웠다는 것.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건축물분양법에서 직접 규정하지 않더라도 상가의 대지가 인근 하천보다 저지대인 것이 사실이라면 상가 지면을 파내는 것으로 인해 빗물배수가 원활하지 않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허가권자인 구청이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고 공문을 보냈다. 이 같은 공사를 할 때 수분양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인지 통보를 해도 되는 사항인지에 대해서는 허가권자가 건축여건과 관련 서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구청이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낸 적은 없다.

 

#낮아진 지면에 2차 침수 우려

 

침수 원인을 두고 시공사와 일부 수분양자가 다툼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건축물 일부가 홍보 내용과 다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분양자들에 따르면 ‘5.5m 천고’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지하상가의 천장 높이가 실제로는 2m로 시공됐고, 일부 상가 내부에는 배치도에 없는 기둥이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분양 홍보 당시 낮엔 평평한 광장 일부를 테라스처럼 이용할 수 있어 식음료 업종에 유리하다고 안내 받았다. 하지만 소방차도 들어올 수 없는 높이로 시공돼 결국은 중도에 1층 광장을 파내는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2차 침수 우려’다. 지하상가 수분양자 B 씨는 “세입자를 받아 영업 중일 때 또 다시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면 보상 비용까지 대야 할 것 아닌가. 건물 일부를 보수공사 한다고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일부 수분양자들이 계약해지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비대위는 구청에 직접 중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침수 피해에서 시작한 갈등이 부실시공 의혹으로 번지자 구청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앞서 서울 동작경찰서가 ‘건축물 분양법’ 위반 혐의로 시행사를 수사했지만 무혐의 처분됐다. 비대위 측은 이에 이의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구청의 공식 입장을 근거로 다시 법적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실인 상가 2층(위)과 공사가 진행 중인 롯데시네마 연결 에스컬레이터. 사진=강은경 기자


건축물 분양법 7조는 분양 받은 사람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설계 변경의 경우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시행령에 개략적으로 규정된 설계 변경 대상 7개 항목에 광장 지면 높이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허가권자인 동작구청이 설계 변경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건설사에 요구할 수 있는 피해 보상 범위가 달라진다.

 

일단 시공사 측은 상가 활성화를 통해 수분양자들의 이익 제고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협성건설 관계자는 “​롯데시네마와 비용 처리를 두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상화까지 시간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 손해를 일부 감수하고 공사 비용을 먼저 투입해 상가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운영 재개로 상가가 정상화되면 공실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진입로, 광장 설계 변경과 구청 공문에 대해서는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경 사항 중 하나로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공문 역시 구청이 국토부를 인용해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없어 중대한 설계 변경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국토부 공문에 관련 판단이 있으니 시공사 측에서 다시 조치해달라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그동안 (시공사와 수분양자의 갈등 관련) 민원이 발생하면 시공사 측에 관련 내용을 고지하고 조치를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일부 인정한 국토부 역시 직접적인 개입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사안은 자연재해, 소방시설 관련 건축법 시행령 등 복합적으로 문제가 얽혀 있어 건축물 분양법만으로 풀어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일일이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소급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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