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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짠테크 열풍 속 '득템' 재미 쏠쏠, 생활용품 경매장 가보니

주말 방문객만 2000명…젊은 고객·가족 단위 방문 늘고 중고업자 유입도 많아져

2023.05.30(Tue) 15:54:02

[비즈한국] 고물가로 짠테크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나 유통기한 임박몰, 리퍼숍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취급하는 경매장으로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득템’ 가능하다고 입소문 나면서 경매장을 찾는 3040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의 도깨비경매장. ‘만물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면 경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중고 가전 3만~4만 원대 득템, 30초 경매에 눈치싸움 치열 

 

“유명한 독일 주방 브랜드 H 아시죠? 이 제품이 H 브랜드의 칼 세트예요. 인터넷에서 20만 원이 넘게 판매되고 있어요. 자, 4만 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4만 원 있나요?” 갤러리(판매자)가 박스에서 상품을 꺼내 들자 경매장을 찾은 사람들의 눈은 바쁘게 움직였다. 경매장 곳곳에 설치된 브라운관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경매 물품의 실제 판매가가 띄워졌고, 가격 차이를 눈으로 확인한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커졌다. 

 

경매장의 직원들은 카트에 상품을 올리고 경매장 곳곳을 돌아다녔고, 사람들은 상품 상태를 흘깃 살피며 손에 든 지폐를 만지작거렸다. 경매장 앞쪽에 앉은 입찰자가 손을 들었고 곧바로 상품은 4만 원에 낙찰됐다.

 

중고나 리퍼 제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생활용품 경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가보다 50% 이상 저렴한 데다, 눈치 싸움에 성공하면 초저가에도 득템이 가능하다. 5월 26일 찾아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의 도깨비경매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낚싯대부터 주방용품, 캠핑용 선풍기, 제초기 등 그야말로 장르 불문 갖가지 상품이 실시간으로 경매대에 올랐고, 물건은 빠르게 주인을 찾아갔다. 창문형 에어컨을 3만 원에 구매한 사람도 있었고, 인기 브랜드의 공기청정기를 4만 원에 낙찰 받은 한 남성은 싱글벙글하며 경매장을 떠났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경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후 1시가 되자 경매장 400석 중 남은 빈자리는 거의 없었다. 사진=박해나 기자

 

도깨비경매장은 국내 생활용품 경매장 중 가장 손님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쉼 없이 경매가 진행되는데, 주말이면 1500~2000명가량이 찾아온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누구나 자유롭게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갤러리가 경매대에 상품을 올리고 설명한 뒤 경매 시작가를 외치면 구매 희망자는 자리에서 손만 들면 된다. 단독 입찰일 경우 바로 낙찰되고, 여러 명일 경우 경매가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만약 상품 구매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가 예상가보다 너무 높아지면 입찰을 중단하고 적정 가격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도깨비경매장을 운영하는 김소희 대표(37)는 “유품정리, 이삿짐 분실물, 중고 공구 업체 등 ‘갤러리’라고 부르는 판매자들이 물품을 가져와 경매를 진행한다. 하루 평균 6명의 갤러리가 경매에 나선다”며 “자전거만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도 있고, 생활용품,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갤러리도 있다. 보통 한 갤러리가 경매에 참여할 때는 2톤 트럭 가득 물건을 싣고 오는데 10~30초에 한 개씩 물건이 판매된다”고 전했다. 

 

득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 된다. 경매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조금만 고민의 시간이 길어져도 기회는 사라진다. 꼼꼼하게 온라인 최저가와 비교할 시간도 없다. 게다가 경매장이 330㎡(약 100평) 규모로 크다 보니 입찰자가 앉은 자리에서는 경매대에 올라오는 물건의 상태도 자세히 살피기 어렵다. 순전히 자신의 ‘감’만 믿고 입찰에 응해야 할 수도 있다. 식품의 경우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주로 경매대에 오른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손을 들고 경매에 참여하고 있는 한 입찰자의 모습. 사진=박해나 기자

 

#불경기 지속되자 3040 알뜰족 사이 인기, 올해 인기 품목은 생활가전

 

경매장을 찾는 고객의 50% 이상은 중장년층이다. 출근 도장을 찍듯 경매장을 드나들며 매의 눈으로 득템 찬스를 찾는 단골 어르신 고객이 상당수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매장이 ‘어르신의 놀이터’로 불리곤 했는데, 최근에는 젊은 고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 김 대표는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장년층 고객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30~40대 젊은 고객이 많아졌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도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매장에서 만난 박 아무개 씨도 초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경매장을 찾았다. 그는 “자녀와 함께 나들이 겸 경매장을 찾았다. 지인들로부터 경매장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득템 할 수 있다는 얘길 듣고 와봤는데, 물건도 싸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고객층이 달라지며 경매장의 인기 상품도 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최고 인기 상품은 중고 공구였다. 김 대표는 “공구 하나의 가격이 몇십만 원대로 비싼데 분실하거나 고장 나 새로 사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중고 공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공구 경매를 자주 찾았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비가 오는 날에는 일을 못 하기 때문에 비 오는 날이면 경매장에 사람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매장 뒷편에서도 브라운관을 통해 경매사가 꺼내는 상품을 살펴볼 수 있다. 천장에는 ‘늦었다고 할 때가 진짜 늦었다’는 인상적인 메시지가 붙어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최근 1~2년 사이에는 자전거나 캠핑용품, 낚시용품 등 취미 생활 관련 상품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코로나19로 야외 스포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저렴한 가격에 취미용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김 대표는 “은퇴 후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분들이 캠핑카를 끌고 와 주차장에서 숙박하며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매일 경매장을 찾는 갤러리가 바뀌고, 상품 목록도 알 수 없으니 원하는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며칠씩 경매장에 머무르기도 하더라”고 전했다. 

 

올해는 생활가전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불경기로 소비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치품보다는 꼭 필요한 가전제품 등을 저렴하게 사려는 알뜰족이 늘어난 탓이다. 

 

최근에는 당근마켓 등에서 활동하는 중고판매업자들이 경매장을 자주 찾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경매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한 뒤 당근마켓에서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김 대표는 “30대 중반의 남성들이 오면 경매에 나온 물건을 거의 싹쓸이한다. 그런 뒤 당근마켓에 다시 되파는 형태다. 경매장이 도도매 시장 같은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장이 젊은 고객 사이에서도 인기를 끄는 현상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은 경매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 인기 피규어나 아이패드 등도 유찰되곤 했다. 그런 대박 상품의 득템 기회를 노리고 찾아오는 젊은 층이 늘어난 것 같다”며 “경매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것을 보고 관심 갖는 젊은 고객도 많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경매 등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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