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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용산은 강남을 대체할 수 있을까

강남과 용산의 수요는 달라…1위 장담 못 해도 두 지역이 '톱 2' 될 것

2023.05.30(Tue) 11:41:04

[비즈한국] 몇 년 전부터 용산구의 개발 계획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용산 개발 계획을 다룬 언론 기사들. 사진=네이버뉴스


최근 인터뷰 내용 중 향후 서울의 대장이 여전히 강남구일지 용산구로 대체될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미래의 일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그동안의 서울 지역의 입지 선호도 변화를 통해 향후 서울 부동산 트렌드의 변화를 예측해 보자.

 

1944년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는 종로구와 중구의 전성시대였다.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서울로의 상경이 지속될수록 종로구, 중구의 과밀은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종로구, 중구 뿐 아니라 서울의 한강 이북 지역, 즉 강북 지역은 포화상태가 됐다. 당시의 강북 면적으로는 늘어나는 서울 집중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추진된다.

 

지금이야 강남이 서울의 중심, 대한민국의 중심이지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강남은 지금의 1기 신도시처럼 새로 개발되는 신도시였을 뿐이고, 서울 내 위상은 그저 영동(영등포 동쪽)지역이었을 뿐이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특별한 지원 속에 강남은 비약적인 성장을 한다. 편리한 교통 환경을 만들어 주고, 교통이 편리해지니 양질의 일자리가 대량으로 생기게 되고, 좋은 학교를 이전시키자 좋은 학원가가 생기게 된다. 소비력이 있는 세대들이 증가하자 대규모의 상권이 자연스럽게 만들졌다. 혐오시설은 줄고 선호시설이 들어서면서 깔끔하게 정돈된 환경까지 갖추게 된 강남은 매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렇게 강남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부동산의 중심이 된다.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이렇게 강남으로 서울의 중심이 이전된 이후 강북은 낙후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지역 선호도도 낮아지게 된다. 1990년대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강북과 강남의 시세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강남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지면서 강북과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남이라는 곳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세가 폭등하게 된다.

 

1997년 IMF가 발생하면서 강남의 부동산 시세도 급락한다. 모든 신문과 매스컴에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강남은 결국 거품이었다”, “추락하는 강남 신화”라는 기사들이 도배됐다.

 

끝없이 하락하던 강남의 부동산은 2년 만에 IMF 분위기를 완전히 탈출하게 되고, 이전보다 더 거대한 위상의 지역으로 수직 상승했다. 일반인들은 진입하기 점점 더 어려운 지역이 됐다.

 

1980년 이후 강남이 수직 상승을 하는 동안에도 여러 가지 새로운 인기 입지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목동 아파트 단지가 양천구에 입주했고, 노원구 상계동에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주했다. 서울시에서 공급할 수 있었던 마지막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었다. 수십만 세대가 공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이 포함된 동남권의 수요는 계속 증가했다. 서울의 성장으로 목동이 있는 서남권과 상계동이 있는 동북권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동남권의 위상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심지어는 뒤늦게 개발된 서북권이 오히려 동북권의 위상을 역전하기도 한다. 일자리가 많은 강남으로 가는 3호선의 개통이 서북권 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정교해지는 도로망과 촘촘한 교통망의 확충은 서울이라는 지역을 완벽한 1일 생활권으로 묶는다. 서울이라는 지역이 구석구석 모두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2000년대다.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까지 개통된다. 1시간 전후면 서울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2000년대에는 그동안 강남 대비 일방적으로 떨어졌던 강남 이외 지역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철 8개 노선의 개통을 계기로 서울의 균형 발전을 추진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뉴타운 제도이다. 

 

2010년 이후 사람들은 입지를 선택할 때 개별적인 조건에 맞는 입지들을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선택받았던 부동산들이 소외되는 현상들이 발생했다. 아무리 서울이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 수요를 빼앗기기도 했다. 서울에서 충족하지 못했던 기대 요소들을 다른 지역에서 찾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부동산의 입지 선호도는 분화되고 있다. 

 

이제 서울 내 지역별로 다양한 수요에 맞게 지역이 발전해 가고 있다. 종로구, 중구, 용산구를 중심으로 하는 도심권은 지속적으로 수요가 존재했다. 다만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부지가 부족했을 뿐이었다. 이 도심권을 찾는 수요는 향후에도 많을 것이다.

 

태생부터 달랐던  강남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었다. 이러한 지역 인기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지역이 분화될수록 중심지로서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선호 조건을 다 갖춘 입지인 강남이라도 면적의 한계 때문에 모든 수요를 수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강남의 수용 한도를 벗어난 수요층들이 타 지역을 선택하게 된다.

 

교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요층은 마포구나 동대문구를 선택할 것이고,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요층은 한강과 남산 주변을 선택할 것이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 양천구와 노원구로 이주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일자리를 따라가야 하는 세대에서는 강서구와 금천구가 관심 지역 안에 들어올 것이다. 강남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강남 근처에는 있어야 하는 수요층은 강동구, 동작구, 성동구를 선택할 것이고, 풍수적인 환경을 따지는 이들은 용산구를 선택할 것이다.

 

입지의 선택 기준이 다양해졌다. 이러한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새로운 입지 선호 트렌드가 발생해도 과거 트렌드가 없어지지 않는다 점이다. 새로운 수요층이 생기고, 기존 수요층이 분화된다는 것이다. 선택의 대안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용산구가 강남구를 역전할 수 있을까? 미래의 일은 모른다. 하지만 강남의 수요와 용산의 수요는 조금 다를 것이다. 누가 1위가 될지 모르나 두 지역이 서울의 톱 2가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마트튜브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 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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