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기 위축 여파에 시달리면서 세수 부족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가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하반기 고성장)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며 하반기에 세수 부족분이 상당부분 회복할 거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전망은 하반기에도 예상치보다 낮은 성장률이 이어지면서 자칫 상저하저의 경기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올해 세수가 30조 원 가량 펑크가 날 상황이 뚜렷해지자 올해 70조까지 늘어나게 되는 국세 감면액을 일부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해 증가일로인 복지 관련 국세 감면과 일몰시기를 무한 연장 중인 일부 조세특례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근로자 5명 중 2명 정도가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는 문제점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정부 예상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처음으로 세수 결손 가능성을 인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23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 올해 세수 전망치를 400조 5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자 세수 부족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시인한 것이다.
정부가 올 1분기에 거둬들인 국세는 총 87조 1000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세수 111조 1000억 원을 비하면 24조 원 부족한 것이다. 4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세금(284조 8000억 원)을 걷는다고 가정해도 올해 연말 국세 수입은 371조 9000억 원으로 정부의 세수 전망치보다 28조 6000억 원이 부족하게 된다. 정부는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지면서 현재 발생한 세수 부족분이 상당 부분 만회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올해 세수 부족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해가 갈수록 증가폭이 커지는 국세 감면액을 일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여전히 높은 수준의 근로소득세 면세자를 빨리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 최근 10년 국세 감면액 추이를 보면 2014년 34조 3000억 원에서 2018년 44조 원으로 4년 만에 10조 원이 늘어나며 40조 원을 넘어섰다. 이어 2020년에는 52조 9000억 원으로 50조 원을 돌파하더니 2022년에는 63조 6000억 원으로 60조 원도 넘어섰다. 올해는 국세 감면액이 69조 3000억 원으로 7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세 감면액이 늘어난 것은 근로장려금 확대 등과 같은 사회복지 분야 감면액이 증가한 탓이다. 2019년 17조 4000억 원이었던 사회복지 분야 감면액은 2021년 20조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23조 1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복지 분야 감면액이 전체 국세 감면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33.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수별로 보면 각종 조세특례제도로 인해 소득세 감면액이 가장 컸다. 소득세 감면액은 2019년 30조 4000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40조 4000억 원으로 5년 사이 10조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소득세 감면액은 전체 국세 감면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했다. 또 세금감면액이 큰 20개 조세특례제도 중에서 14개가 일몰 규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해 세금 감면 액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일몰이 규정된 제도들도 선거 등을 감안해 연장되기 일쑤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999년 도입됐지만 지난해 말 연장을 포함해 지금까지 10차례 일몰이 연장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각종 조세특례제도를 이유로 소득세 등을 감면하다 보니 근로소득세를 단 1원도 내지 않는 근로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33.2%였던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은 2021년 35.3%를 나타냈다. 이에 반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2012년 19조 6000억 원에서 2021년 47조 2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세금을 내는 근로자들에게만 세금 부담을 더욱 가중시켜왔다는 의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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