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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주택 비율 최고' 강북구 재개발·재건축 35곳 진행…환골탈태 가능할까

미아동 20, 번동 9, 수유동 6곳 모아타운·신통기획 추진…기대감 속 경기 침체가 변수

2023.05.30(Tue) 08:58:11

[비즈한국] 강북구는 서울시에서 노후 지하·반지하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2022년 9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 반지하 주택 조사에 따르면 강북구는 노후 지하·반지하 주택 비율 45.6%(6434호)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았다. 지하·반지하 주택 수 역시 관악구(1만 6265호)에 이어 강북구(1만 4121호)가 2위를 차지했다. 

 

강북구 주택의 노후화 해결은 서울시의 숙원 사업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8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달살이를 하면서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강북구의 빈집, 공터 등을 매입해 필요한 시설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강북구 삼양동 골목길 모습. 노후 주택이 많은 강북구의 노후화 해결은 서울시의 숙원 사업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박 전 시장의 해법이 ‘보존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이었다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개발 중심의 도시정비사업’이다. 오 시장의 모아타운과 신통기획 등은 빠르고 간소화된 개발 사업으로 변화를 꾀한다. 특히 강북구와 도봉구의 ‘모아타운’은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 주택이 많지만, 신축 건물이 혼재된 탓에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비즈한국은 강북구에 추진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전수 조사했다. 

 

#번동·수유동·미아동 재개발 열풍 한창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대표적으로 ‘모아타운·모아주택’,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다.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모아 단지화하는 개념이다. 기존에 있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정비방향을 정한다. 지역을 블록단위로 묶어 모아타운으로 지정하고, 블록마다 정비 방법(자율주택형, 가로주택형, 소규모 재개발형, 소규모 재건축형)을 선택해 추진하는 식이다. 사업 기간도 1~4년으로 간소화됐다. 임대주택 건설 시엔 용적률과 건축규제 완화도 가능하다. 

 

신통기획은 속도와 공공성이 핵심이다. 기존 재개발·재건축사업과 규모 차이는 없으며 지구단위계획과 정비계획 기간을 단축했다. 마을 공동체를 위한 녹지, 공원 등을 조성하는 대신 시에서는 용적률과 건폐율, 각종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해준다. 

 

서울시에서 본격적으로 모아타운과 신통기획을 공모한 지 1년, 강북구의 많은 지역이 재개발·재건축 지역으로 선정됐다. 지역 곳곳에선 모아타운과 신통기획 신청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특히 우이천을 중심으로 저층 주택이 몰려 있는 번동과 수유동 일대는 모아타운이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현재 강북구에선 모아타운 4곳, 신통기획 3곳, 소규모재건축사업 3곳이 선정돼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자료=서울특별시, 강북구청

현재 강북구에선 모아타운 4곳, 신통기획 3곳, 소규모재건축사업 3곳이 선정돼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자료=서울특별시, 강북구청


현재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곳은 번동 3곳, 수유동 1곳으로 총 4곳이다. 모아타운으로 선정된 번동 429-114는 관리계획이 결정된 상황이다. 나머지 구역(번동 454061일대, 번동 411 일대, 수유동 52-1일대)은 관리계획을 수립 중이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모아타운에 선정되지 않은 구역에서도 모아타운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모아타운이 수시 공모로 바뀌면서 최근에도 한 구역이 접수했다”고 밝혔다.​

강북구 모아타운 대상지 현황. 자료=강북구청

 

인근 공인중개사 A 씨는 “주민 동의를 받은 곳도 있고, 추진을 준비하는 구역도 많다. 이 지역은 재개발, 재건축이 시급하다. 서울시가 진행하는 여러 재개발 사업이 있는데, 그 중 모아타운은 소규모로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여기는 수익성도 낮고, 대규모로 재개발하기에는 요건이 안 되는 구역이 많다. 인근 도봉구에 모아타운 시범단지 1호가 있는 만큼 모아타운에 대한 인지도도 높고 호응이 있다. 당장 주차할 공간도 없는 동네기 때문에 주민 ​대부분은 모아타운을 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아타운으로 선정된 구역 내에선 가로주택 정비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 강북구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총 11구역이다. 이 중 9곳이 번동이다. 

 

신통기획으로 선정된 수유동 170 일대 골목. 강북구 번동과 수유동 다수 지역은 모아타운과 신통기획을 추진 중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소규모 재건축이 진행되는 곳도 3곳이다. 전부 수유동에 있다. 소규모재건축은 노후한 아파트나 연립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재건축 대상 면적은 1만 ㎡ 미만이어야 한다. 삼흥연립주택, 보광연립주택, 동익연립주택이 모두 추진 중이다. 

 

미아사거리역 인근 지역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원래 이 구역은 서울시 조례로 ‘뉴타운’ 사업을 시작했던 곳이다. 정부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해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명칭만 뉴타운에서 재정비촉진지구로 바뀌었다. 여러 개의 재개발 사업이 필요한 지구들을 정비구역으로 묶어서 구역별로 도로 등을 확보해 기반 시설을 함께 확정하는 식이다. 현재 지구 내에서 다양한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옥탑방 한달살이 ‘삼양동’, 4년 만에 도시재생사업 끝

 

강북구에서 신통기획 재개발 사업으로 선정돼 진행되는 구역은 총 3곳이다. 수유동 170 일대는 지난 1차 공모에 선정돼 신통기획이 확정됐다. 1만 2124㎡(약 3668평) 규모 대상지에 7층 이하 84동, 142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수유동 170 일대 종합구상도. 사진=서울특별시

 

2차 공모에는 두 곳이 선정됐다. 번동 441-3 일대(3만 2877㎡, 약 9945평)와 미아동 791-2882 일대(14만 696㎡, 약 4만 2561평)다. 

 

눈여겨볼 곳은 미아동 791-2882 일대(삼양동)다. 삼양동은 지대가 높고, 노후 저층 주거지가 많아 노후 주거 지역의 대표 예시로 꼽혔다. 박원순 전 시장이 옥탑방 한달살이를 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은 원래 주거환경개선지구로 묶여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개발사업에 공모가 불가능하지만, 서울시는 주거환경개선지구 구역도 신통기획 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2차 공모에 선정된 신통기획 지역 중 관악구 신림동 412 일대 다음가는 규모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달동네 삼양동은 신통기획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삼양동 소나무협동마을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4년간 주거환경개선지구로 보존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적용됐고, 약 62억 원 규모가 투입돼 마을회관, 도로와 골목 포장, 화단 조성, 주택 수리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워낙 주거 요건이 좋지 않아 큰 효과가 없었다. 여전히 소방차와 구급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곳도 많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겉모습만 조금 바뀌었다. 누수가 심한 집들이 많아 장마에는 동네가 난리가 난다. 이러다 보니 젊은이는 다 떠나고 나이 드신 분들과 외국인 노동자들만 남았다. 이번 신통기획은 고도제한 완화 분위기도 있어 기대감이 크다. 삼양동이 고도제한 완화의 시범사업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건 아니다. 소나무협동마을 추진위 관계자는 “이제 막 선정된 참이라 주민 동의도 받기 전이다. 주민 동의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의 공인중개사 B 씨는 “대부분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택 규모가 크거나 월세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대부분 재개발 필요성에는 공감해 다수가 찬성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바로 옆인 미아동 7구역(2만 5486㎡, 약 7710평)도 신통기획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삼양사거리역 인근으로 미아동 791-2882 일대와 맞붙어 있는 곳이다. 미아7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신통기획 신청과 관련해 구청과 면담을 진행했다. 주민 동의서도 받을 예정이다. 일반 재개발이 아닌 신통기획으로 신청하려는 건 속도 때문이다. 선정되면 7~8년 정도 소요될 거라 예상한다. 주민들 반응도 대부분 좋다”고 전했다. 

 

서울시 숙원사업인 강북구 삼양동 주거환경 개선은 신통기획으로 풀어갈 전망이다. 미아동 791-2882 일대에 이어 미아7구역까지 신통기획으로 선정되면, 삼양동 대부분 지역은 재개발 대상이 된다. 대표적인 노후 지역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거듭나는 셈. 

 

삼양동 주민들은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재개발한다고는 하는데 아직 고도제한이 풀린 것도 아니고, 층수가 엄청 높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대하지는 않는다. 벌써 바람 잡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시장 상황이 재개발 성공 좌우”

 

오랜 기간 재개발에 목말랐던 강북구 주민들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침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모아타운이 추진 중인 번동 공인중개사 C 씨는 “작년에는 주민들이 나서서 모아타운을 추진했다. 동의율도 높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니 분위기가 백팔십도 달라졌다. 시장이 좋아야 개발 붐도 일어날 텐데 최근엔 동의서를 제출한 주민들도 걱정하고 있다. 조합이 생기고 이미 시행사가 들어온 곳은 일단 진행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구역은 술렁대고 있다. 애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가가 재개발 사업 성공 여부를 절대적으로 좌우한다고 말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은 보존 중심과 전면철거를 통한 재개발로 나뉘는데, 서울은 사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보존할 문화가 많지 않다. 전면 철거를 통한 재개발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최근 경기 상황이 안 좋다는 거다. 서울시 재개발사업은 공공 기여를 많이 요구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저층 주거단지, 빌라촌 같은 경우는 기대감과 상관없이 분담금 부담 능력이 되지 않아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경기가 과열되고 개발이 많이 진행될 때는 공공기여가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이런 부담을 줄여줄 필요도 있다. 결국 재개발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하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재개발 성공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서울시는 도시재생 방향으로 갔는데, 사실 시장에 맞지 않거나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건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마을 고치기라는 도시재생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억지로 정비사업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힘이 있는 곳에서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의 ‘개발 해법’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주택 경기가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는 실질적으로 추진이 어렵다고 본다. 강남권에서도 분담금과 관련한 갈등이 있다. 시의 의지만으로는 진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뉴타운사업을 했다가 이걸 해제했다가 다시 또 재개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데, 이렇게 전면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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