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 간편 투자 플랫폼 ‘핀트’를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 자산관리서비스) 업체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디셈버앤컴퍼니)을 세운 정인영 대표가 최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디셈버앤컴퍼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창립 이후 대표직을 이어온 정인영 대표가 사임한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4월 17일 디셈버앤컴퍼니 임원 사임 공시에 따르면 정인영 대표는 4월 6일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새 대표이사는 선임하지 않은 상태로, 최고제품책임자(CP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송인성 부대표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았다. 송 부대표는 AI 간편 투자 플랫폼 ‘핀트’를 만든 개발자이기도 하다.
디셈버앤컴퍼니 관계자는 정 대표의 사임 이유로 “대표가 회사를 운영한 지 10년이 넘었다.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도 고려하는 듯하다”라고 답했다. 아직 디셈버앤컴퍼니 등기부등본에는 정 대표의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 사임이 등재되지 않은 상태다. 신임 대표가 확정되면 선임과 사임을 처리할 예정이다.
디셈버앤컴퍼니는 2013년 8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정 대표가 설립한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다. 정 대표의 아이디어에 김 대표가 개인 투자해 회사를 세웠다. 김택진 대표는 회사 설립 직후 대표를 맡았다가 곧바로 물러났다. 김 대표 부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과 정진수 전 엔씨소프트 부사장(현 하이브 최고법무책임자)도 설립 당시 디셈버앤컴퍼니의 사내이사로 취임했으나 김 대표가 사임할 때 함께 물러났다.
정인영 대표는 엔씨소프트 투자경영실장 출신이다. 일찍이 로보어드바이저의 가능성에 주목해 창업에 나섰다. 2013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디셈버앤컴퍼니의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를 역임했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정 대표 사임 이후 디셈버앤컴퍼니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임원사에서 정회원사로 바뀌었다.
디셈버앤컴퍼니의 주요 서비스는 자체 개발한 AI 자산 배분 엔진 ‘ISAAC(아이작)’과 로보어드바이저 금융 플랫폼 ‘PREFACE(프레퍼스)’, 2019년 출시한 AI 투자일임 플랫폼 핀트다. 핀트에서 아이작이 실시간 시장 분석, 리밸런싱, 자산 배분을 하고 투자자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식이다.
26일 기준 핀트 회원은 약 107만 명, 1인 평균 투자금은 약 303만 원이다. 핀트는 2021년 인기 배우 전지현 씨를 광고모델로 세우고 운용자산이 1000억 원이 넘으며 화제를 모았다. 디셈버앤컴퍼니에 따르면 핀트는 현재 ETF만 다루지만 연내 미국 주식을 포함한 상품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포블과 손잡고 토큰 증권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디셈버앤컴퍼니의 3월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일임 계약 건수는 10만 9241개, 고객 수는 9만 8648명이다. 일임계약 자산총액(계약금)은 1568억 원이다. 2022년 영업수익은 19억 원으로 이 중 수수료 수익이 1억 8582만 원이다. 디셈버앤컴퍼니는 핀트로 수익을 냈을 때만 수수료 9.5%를 받는다.
디셈버앤컴퍼니는 엔씨소프트 관계사 가운데 금융 AI 투자 사업을 맡은 곳이다. 2020년 디셈버앤컴퍼니와 엔씨소프트, KB증권은 합작법인을 출범해 AI 간편 투자 증권사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출범 당시 엔씨소프트와 KB증권은 각각 300억 원을 출자했다. 2021년에는 비씨카드로부터 99억 원을 투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지원과 대규모 투자에도 디셈버앤컴퍼니는 수익성 악화로 고민해왔다. 재무제표(결산월 3월)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적자 폭은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전문경영인 영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2사업연도(2022년 4월 1일~2023년 3월 31일) 기준 영업손실은 294억 원으로, 전년(267억 원) 대비 10%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016년 20억 원, 2017년 26억 원, 2018년 34억 원, 2019년 77억 원, 2020년 107억 원으로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디셈버앤컴퍼니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아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웠다”며 “핀테크 사로서 당장의 영업손실에 연연하기보다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디셈버앤컴퍼니 최대주주는 지분 36.1%를 보유한 김택진 대표다. 윤송이 사장은 25.5%, 엔씨소프트는 16.8%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지분을 합하면 78.4%에 달한다. 나머지 지분은 KB증권(7.8%)과 비씨카드(4.8%)가 보유했다. 2020년까진 김택진 대표의 지분이 100%였다.
디셈버앤컴퍼니 임원진은 엔씨소프트 출신 인사가 주를 이룬다. 송인성 부대표는 엔씨소프트에서 모바일플랫폼 개발팀장을 거쳤다. 김희천 경영기획실 실장은 엔씨소프트 R&I실 출신, 비상임 등기이사인 이종환 이사와 이준수 이사는 각각 엔씨소프트 법무실 상무와 R&I실 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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