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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기내에서 투자하기, 튀르키예에선 가능해!

10년째 스타트업 발굴·소개하는 튀르키예항공, 눈에 띄는 몇 곳 살펴보니

2023.05.25(Thu) 11:12:51

[비즈한국]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이동이 늘었다. 특히 몇 년간 검역과 규제로 막혔던 외국 방문이 가능해지자 항공을 이용한 장거리 여행이 증가했다. 항공사들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들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 스타트업과 관련해 눈에 띄는 서비스가 있다. 튀르키예항공의 IOB 프로그램이다. 

 

IOB는 Invest on Board(기내 투자)의 약자다. 튀르키예항공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메뉴로 튀르키예의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서비스다. 기업가들이 비행기를 교통수단으로 많이 이동한다는 데에서 착안했는데, 올해로 벌써 10년을 맞았다.

 

튀르키예항공이 기내 엔터테인먼트 메뉴로 제공하는 스타트업 소개 콘텐츠 IOB. 사진=investonboard.com 캡처

 

#매월 11개 스타트업 발굴

 

튀르키예항공은 2013년 12월부터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IOB 메뉴를 추가해 다양한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있다. 매월 11개 스타트업을 새로 소개하는데, 스타트업 선정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이토훔(eTohum)을 통해 매년 2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이토훔은 2009년부터 시작된 튀르키예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매년 2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이토훔에 참여하게 되면 ‘스타트업 튀르키예(Startup Turkey)’로 선정돼 코칭과 멘토링을 받으며 투자자에게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된다. 사무실 공간, 업무용 소프트웨어 지원, 인터넷 액세스 지원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이토훔은 회사 설립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설립 후 특정 영역의 도움이 필요한 단계까지 다양한 단계의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만나는 플랫폼 역할도 한다.

 

IOB에서는 2~3분가량의 짧은 영상을 통해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투자자들이 사무실을 벗어나 비행하는 틈에 스타트업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것. 튀르키예 국적 항공사인 튀르키예항공이 자국의 창업가들을 세계에 소개한다는 사명감도 느껴진다. IOB에서 발견한 튀르키예의 보물 같은 스타트업 몇 곳을 소개한다.

 

그동안 IOB에서 소개된 스타트업 영상. 사진​=investonboard.com ​캡처

 

#온라인 인증서 생성 ‘서티파이어’

 

서티파이어(Sertifier)는 인증서 디자인과 인쇄 프로세스를 혁신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온라인에서 쉽고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다양한 인증서를 생성, 저장, 배포할 수 있게 해준다. 2019년 아르다 헬바실라(Arda Helvacilar)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설립했다. 

 

기존 업체들은 고객의 로컬 데이터베이스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인증서를 발급했다. 데이터에 물리적으로 접근을 해야만 인증서를 검색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관리 비용도 많이 들었다.

 

서티파이어의 디지털 인증서. 사진=sertifier.com

 

서티파이어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인증서를 생성, 배포하는 솔루션을 고민했다. 이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발전시켰고, 이메일 전송 및 온라인 웹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증서 전체를 디지털로 배포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디지털 인증서에 포함된 고유 일련번호 및 QR 코드를 통해 인증하고, 웹을 통해 접근하기에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 디지털 인증서를 (링크드인 같은) CV(Curriculum Vitae)·포트폴리오 제작 웹사이트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유, 저장하는 간편한 통합·사용 시스템도 제공한다. 지금까지 65만 달러(8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제공 앱 ‘쿰파라’

 

소비자의 의사결정과 구매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기업은 매장의 금전등록기(POS), CRM 시스템 등을 사용한다. 오랫동안 큰 발전이 없던 이 분야에 새로운 솔루션을 내민 스타트업이 쿰파라다.

 

쿰파라(Qumpara)는 모바일 쇼핑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는 소비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모바일 앱이다. 2016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으며 현재 튀르키예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쇼핑 보상 프로그램 중 하나다. 

 

쿰파라는 소비자에겐 할인과 보상을, 기업에겐 소비자 데이터를 제공한다. 사진=쿰파라 페이스북

 

쿰파라 앱에서는 제휴를 맺은 기업들의 프로모션 등이 진행된다. 소비자는 쿰파라 앱에서만 제공되는 할인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영수증을 업로드하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포인트나 상품권으로 보상도 받는다. 광고 동영상 청취, 스폰서 링크 클릭, 퀴즈게임에 참여해도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영수증을 업로드한 소비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구매 선호도를 파악한다. 또 설문조사와 기타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제품을 평가 받는다. 이렇게 수집한 고객 정보는 마케팅 요소로 활용한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 분유 회사 압타밀, 이탈리아 초콜릿 브랜드 페레로로쉐 등이 쿰파라를 통해 마케팅을 진행했다. 

 

#축구 스카우트 플랫폼 ‘스카우티움’

 

통상 축구단은 선수 에이전트나 스카우트 중개인에게 이적료의 3분의 1을 수수료로 지불한다. 그렇게 해도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는 선수대로 축구단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스카우티움을 통하면 축구단은 먼 지역의 선수를 발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선수는 축구단에 자신을 알릴 수 있다. 

 

스카우티움(Scoutium)은 축구단과 전문가에게 매달 일정액을 구독료로 받고 선수 분석 정보와 영상 등을 제공하는 앱이다. 선수를 평가하는 축구 팬이 11만 명 이상, 면허를 보유한 스카우터가 6400명이 등록돼 있다. 

 

스카우티움에는 선수, 에이전트, 축구팬 등 누구나 선수의 정보를 올리고 볼 수 있다. 축구팬은 회원으로, 선수는 선수로 등록한다. 선수는 자신의 이력과 경기 영상을 올리고, 회원은 등록된 선수의 경기를 직접 보거나 동영상을 시청하고 분석글을 남기면 된다. 여러 사람이 남긴 분석 데이터가 그 선수의 자산이 되고, 전 세계 축구단에 자신을 노출하는 기회가 된다. 축구단이 선수의 정보를 열람하면 그 사실이 선수에게 통보되기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구단이 어딘지 알 수 있다. ​

 

축구단에 매달 구독료를 받고 선수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스카우티움. 사진=scoutium.com

 

선수는 스카우티움 앱을 통해 자신의 경기에 스카우터를 직접 초대하고 분석을 요청할 수도 있다. 분석 내용은 경기 종료 후 72시간 이내에 선수의 계정에 업로드된다. 

 

축구 이적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6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세계 곳곳에 등록된 축구선수가 5000만 명 이상, 축구단은 100만 개에 달한다. 스카우티움은 약 340억 달러(44조 원)의 시장 잠재력을 창출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튀르키예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매우 흥미롭다. 매년 2500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이 이토훔 플랫폼을 이용해서 등장하고, 이것이 국적기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업로드된다는 사실이 튀르키예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비행기가 이륙해 세상과 잠시 단절된 동안에도 혁신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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