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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부처님오신날, 조계사 색색 연등 아래서 소원 빌어볼까

일제 치하 승려들 의연금 모아 각황사 창건 후 오늘날 조계사로…인근 공예박물관서 전통 공예도 감상해보길

2023.05.24(Wed) 10:09:55

[비즈한국]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이번 토요일(5월 27일)이지만, 대체공휴일이 적용되어 3일 연휴가 되었다. 짧지 않은 연휴, 아이와 함께 가까운 사찰을 찾아서 연등 아래 소원을 비는 것은 어떨까. 서울 한복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사도 좋을 듯하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연등의 그늘이 펼쳐졌다. 오른쪽에 수백 년 된 회화나무가 방문객들을 맞아준다. 사진=구완회 제공

  

#하늘을 뒤덮은 연등의 붉은 그늘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왔다. 절집마다 울긋불긋 연등의 물결이다. 서울 사대문 안,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 조계사도 연등이 가득하다. 번잡한 차도를 지나 사찰 경내로 한 발짝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이 늘어선 연등이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들어온 것만 같다. 붉은 연등 그늘 아래 띄엄띄엄 놓인 의자에 앉아 활짝 열린 대웅전 안 부처님을 바라보니 세상사 모든 근심이 저절로 사라지는 듯하다. 오늘 같은 날이라면 아이와 함께 연등을 하나 올리고 우리 가족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겠다. 

 

강남 봉은사와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사찰인 조계사는 유명세에 비해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봉은사를 비롯한 유명 사찰 대부분이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져 ‘천년고찰’임을 자랑하지만, 조계사가 문을 연 것은 조선(대한제국)이 망하던 1910년이다. 숭유억불의 나라 조선에선 한양 사대문 안에 절을 세우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기 때문이다. 처음 세워질 때의 이름은 조계사가 아닌 각황사였고, 위치도 지금 자리와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조선불교 총본산 건립운동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조계사의 연혁을 정리한 사적비 주위로도 연등이 걸려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각황사는 당시 일제와 함께 일본 불교가 물밀듯이 들어오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전국의 승려들이 의연금을 거둬 세운 절이다. 나라 잃은 승려들은 이곳에 조선불교중앙회무소를 두고 우리 고유의 불교를 지키고자 했다. 이후 일제가 이토 히로부미를 위한 사찰인 박문사를 짓고 식민지 불교의 총본산으로 삼으려 하자, 한용운을 비롯한 뜻있는 승려들이 각황사를 지금 조계사 자리로 옮겨서 태고사라 이름 지었다. 조선 조계종의 창시자 태고 보우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였다. 이후 태고사는 불교계의 중심 사찰로 명맥을 이어오다가 해방 이후 불교계의 대대적인 정화운동이 일단락된 1955년부터 조계사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른다. 

 

역사가 오래지 않은 탓에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재는 없으나,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을 중심으로 지장보살을 모신 극락전과 불교정화기념관, 불교회관 등이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수백 년 된 회화나무가 방문객들을 넉넉하게 품어준다. 부처님오신날 저녁에는 동대문에서 종로를 거쳐 조계사까지 연등행렬이 이어질 예정이다.

 

지장보살을 모신 극락전 앞은 온갖 염원이 담긴 등으로 빼곡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아름다운 우리 공예의 모든 것, 서울공예박물관

 

조계사를 둘러보고 저녁의 연등행사까지 시간이 남았다면, 걸어서 8분이면 닿는 서울공예박물관을 보는 걸 추천한다. 몇 해 전 강남으로 이사한 풍문여고 자리에 들어선 서울공예박물관은 2021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자리한 곳은 세종의 아들 영응대군의 집과 순종의 가례를 위해 지은 안국동별궁 등이 있었던 유서 깊은 장소다. 조선 왕실에 공예품을 만들어 바치던 경공장도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박물관 건물은 기존의 풍문여고 건물 5동을 리모델링했다. 여기에 새로 지은 건물 둘을 더해 7개의 건물이 전시동 셋과 교육동, 관리동 등으로 쓰이는데, 어린이박물관을 겸한 교육동은 둥근 건물에 색실을 감은 듯한 독특한 모양이 전통 공예품을 닮았다. 

 

서울공예박물관 상설전시관 내부 모습.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건물 전체를 둘러싼 담장이 없는 것도 서울공예박물관의 특징이다. 탁 트인 박물관 마당을 산책하듯 걸으며 유명 공예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중간에 쉬어 갈 수 있는 의자 몇몇은 공예가의 작품이다. 전시1동 로비에는 소장품의 이미지를 터치스크린으로 살펴보는 미디어월이 자리하고, 상설전시실에선 조선 이전부터 근대 이후까지 우리 공예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풍문여고가 이사한 뒤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둥근 건물에 색실을 감은 듯한 교육동의 외양이 전통 공예품을 닮았다.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여행정보>


조계사

△위치: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문의: 02-768-8600

△운영시간: 상시, 연중무휴

 

서울공예박물관

△위치: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문의: 02-6450-7000

△운영시간: 전시실 10:00~18:00, 야외공간 08:00~22:00, 월요일·1월 1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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