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월 9900원만 내면, 한 달 내내 배달료를 추가로 내지 않아도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요기요가 업계 최초로 배달비 무료 혜택을 무제한 제공하는 ‘요기패스X’ 구독서비스 내용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는 요기요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익을 내기보다는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으로 보기 때문.
쿠팡이츠도 질세라 ‘할인’을 시행하고 있다. 와우 회원이면 모든 주문에 5~10%씩 할인을 제공하는데, 통상적으로 배달 음식 가격이 3만~5만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배달비(3000~4000원)만큼을 할인해주는 셈이다. 지난해 배달의민족(배민)이 매출 3조 원, 수익 4200억 원을 기록해 ‘수익성’을 입증하면서 배달 플랫폼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요기요가 불붙인 ‘점유율’ 경쟁
요기요가 선보인 구독서비스는 요기패스X에 해당하는 음식점을 주문할 때 유효하다. 앱에 요기패스X가 뜬 음식점에 1만 7000원 이상 주문을 하면 배달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음식점뿐 아니라 편의점과 스토어 카테고리에도 배달비 무료 혜택이 제공된다. 요기패스X 가게는 알고리즘이 고객위치에 따라 거리·날씨·피크타임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선정한다. 주문할 때마다 적용가게가 변경될 수 있다.
이는 최근 올라간 비싼 배달비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6월 30일까지는 요기패스X 가입자에 한 달 구독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한 달간 배달비를 ‘무료’로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심산이다.
배달 플랫폼에 친숙한 20대, 특히 1인가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1주일에 두 번가량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는다는 20대 여성 노 아무개 씨는 “배달비가 비싸서 직접 포장해 가져다 먹기도 했는데 한 달에 1만 원만 내면 배달비가 공짜라면 한 번 써볼 것 같다”며 “요기요를 한 번도 쓴 적이 없지만 광고를 보고 시도해볼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고(高)배달비 흐름 속에 주춤했던 소비자들의 지갑을 노린 마케팅은 쿠팡이츠도 선보인 바 있다. 쿠팡이츠는 쿠팡 와우 회원 대상으로 10%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쿠팡이츠 앱 내 와우할인 가능 음식점에서 3만 원어치 음식을 주문하면 최대 3000원이 즉시 할인되는 구조다. 현재 서울 21개 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관악구 등 2개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시장 1등 배민도 ‘알뜰배달’로 맞불
배민은 ‘저렴한 가격’으로 맞불을 놨다. 배달료를 낮추는 새로운 배달요금 체계를 만든 것. 묶음배달로 배달 시간이 늘어나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배달료 부담을 덜어주는 마케팅이다. 배민은 소비자들의 주문을 모아 최적의 동선을 짜서 ‘저렴하지만 빠르게 묶음배달’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플랫폼 기업들의 ‘점유율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는 평이 나온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발생 이후 1주문 1배달이 나오면서 불붙었던 출혈경쟁이 잠시 줄어드는 듯했지만 최근 요기요를 시작으로 다들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려다 보니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택한 것 같다”며 “올해는 다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쟁이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지난해 배민은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2조 9471억 원, 영업이익 4241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경쟁이 치열했던 2021년에는 75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었다.
업계 2위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은 지난해 매출이 2496억 원에 불과했다. 배민 매출의 10분의 1 수준이었던 셈. 특히 2021년보다 매출이 1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요기요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들고 나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1위를 하면 수익을 어느 정도 낼 수 있는지 입증한 것이 배민의 2022년 실적이 가지는 의미”라며 “소비자가 배달 앱을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쉽게 다른 앱으로 넘어가지 않다 보니 쿠팡이츠가 1주문 1배달을 들고 참전했을 때처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본격 경쟁이 다시 시작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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