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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아닌 '공간'에 방점…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변신

클라이밍, 골프, 테니스에 경기 생중계까지…"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확장"

2023.05.22(Mon) 10:47:24

[비즈한국] 극장가가 코로나 대응으로 시작한 공간사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이용객 발길을 붙잡기 위해 도입한 비(非)영화 시설에서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최근 OTT가 영화관의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극장가는 더 강력한 경쟁자로 레저를 즐기는 모든 공간을 꼽는다. 테니스, 골프 등 빠르게 유행이 바뀌는 스포츠부터 클래식 공연이나 콘서트까지 경쟁 대상도 다양하다. 멀티플렉스 3사가 상영관 좌석을 떼어내고 그림을 전시하거나 강연장, 실내 스포츠 연습장을 설치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관련 기사 '스크린 넘어 스포츠로' 폐점 어려운 영화관들의 생존전략)

사진=CGV

극장가가 체험 문화 공간 사업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피커스 3호점 신촌점(위)과 디어프로치. 사진=CGV


#스포츠 체험도 관람도 영화관에서? 

최근 극장가는 스포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CGV가 주력하는 건 스포츠 체험 사업이다. 지난해 1월 극장 상영관 일부를 클라이밍 짐으로 개조해 선보인 ‘피커스’가 대표적이다. 오픈 당시 상영관의 특징인 높은 층고를 활용한 공간 재구성으로 관심을 받았다. 이 사업은 약 1년 동안 3개 지점으로 확대되며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종로, 구로점에 이어 지난 3월에는 신촌에 3호점이 개장했다. 골프 유행에도 올라탔다. 골프 인구가 늘고 연령대 역시 다양해지자 올해 1분기에는 송파점 8관과 11층 유휴 공간을 리뉴얼해 숏게임 골프 스튜디오 ‘디 어프로치’를 열었다.  

롯데시네마 역시 일부 지점에 테니스, 암벽등반 체험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운영사인 롯데컬처웍스는 스포츠마케팅 파트너사와 함께 중대형 규모의 실내 스포츠센터를 오픈했다. 1년 전 대구 동구 율하점에 문을 연 약 380㎡(115평)의 센터에서 축구와 테니스 레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간을 대여해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롯데시네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 상영 일정(위)과 메가박스의 WBC 상영 홍보 포스터. 사진=각 사

롯데시네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 상영 일정(위)과 메가박스의 WBC 상영 홍보 포스터. 사진=각 사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영화 관람객의 빈자리를 메워줄 스포츠팬 확보에도 한창이다. 롯데시네마는 13일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 상영 일정을 시작했다. 월드타워·건대입구·수원 등 20개 극장에서 2만 원짜리 티켓에 콜라, 팝콘을 함께 제공했다. 스포츠 전문 채널 스포티비와 손잡은 결과물로, 앞으로 MLB·NBA, 윔블던 테니스 대회도 선보일 예정이다. 손흥민, 오타니 쇼헤이 등 스포츠 스타들이 뛰는 주요 해외 경기로 고정 관객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메가박스는 지난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단독 생중계하며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레저 확대·팬데믹·OTT로 위기의식 느낀 극장, 출구 전략 찾는다  

 

공간 활용에 대한 멀티플렉스의 관심은 5~6년 전부터 시작됐다. CGV는 2017년 만화카페를 시작으로 볼링장 등을 도입했고 메가박스의 경우 5년 전부터 클래식 공연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 1년여간 업계가 다목적 공간 사업 확대를 가속화하는 배경에는 팬데믹으로 인한 영화시장의 축소가 있다. CGV 관계자는 새 공간사업에 대해 “코로나19를 계기로 극장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클라이밍과 골프 유행 덕을 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는 상영관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관을 개조해 체험 공간을 선보이는 바탕에는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자리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연간 관객 수는 1억 1280만 명으로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5953만 명)보다는 회복됐지만 2억 2667만 명이 극장을 찾았던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동안 멀티플렉스 3사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극장 1위 사업자 CGV는 2020년 3887억 원, 2021년 2414억 원, 지난해 7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가박스의 영업손실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684억 원, 79억 원이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연간 기준 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사 중 가장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올 1분기에는 110억 원의 영업손실로 작년 대비 적자 규모를 180억 원 개선하고 있다. ​

하지만 단순히 부수입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목적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라는 콘텐츠 측면에서는 OTT가 경쟁자일 수 있지만 체험시설, 문화 공간들이 영화관의 경쟁자다. 극장이 얼터콘텐츠(alter-contents)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얼터콘텐츠는 극장에서 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스크린 콘텐츠를 말한다. 예전부터 콘서트나 공연 실황을 중계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벤트성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스포츠 분야로도 확장됐고 상영관이나 빈도수가 늘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업계는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보다도 영화관을 복합 레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과제로 보고 있다. 스포츠나 문화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관객들을 영화 관람이나 식품 및 음료 판매로 연계하려는 전략도 눈에 띈다. 일반 상영관을 축소하고 사운드나 스크린에 특수 기술을 적용해 관람 경험을 차별화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서울 시내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들. 사진=박은숙 기자


사업 초기인 만큼 지금까지는 수익면에서 두드러지는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3사 모두 공간사업자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어 사업 확대를 지속해나갈 전망이다. 올해 전국 지점 곳곳에서 개장을 앞둔 공간 사업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네임밸류가 있는 가수의 공연 실황 등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되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수관이나 공간 활용 사업으로 극장이라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측면에서 아직은 성과가 미미하지만 업계는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3사 중 공간 사업 매출을 공개한 업체는 없지만 특화관이나 공간 임대 매출을 묶어 별도로 밝힌 CGV를 살펴보면, 관련 실적이 조금씩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GV는 특화관 정산, 위탁 상영관 수수료, 사이트 공간 임대료를 포괄하는 기타 사업 부문 매출이 2023년 1분기 460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1분기 117억 원, 2022년 1분기 231억 원 등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년 동안 1.5% 늘었다. CGV 관계자는 “종로 피카티리 1958점의 경우 8개 관에서 6개 관으로 줄었지만 상영관을 찾는 관객 수는 유지됐고 클라이밍 센터 이용 고객은 순증했다”며 “방문 이용객의 극장, 매점 연계 효과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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