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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 공동도급 허용에 중견·중소 건설사 '이유 있는 반발'

"유찰률 상승" 공공공사 기술형 입찰 규제 완화…10대사 점유율 50% 육박, 독과점 고착화 우려

2023.05.19(Fri) 17:23:33

[비즈한국] 정부가 공공공사 기술형입찰 시장에서 10대 건설사의 공동도급을 제한하는 규제를 풀겠다고 하자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입찰 경쟁을 높여 예산을 절감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공동도급 제한이 10대 건설사의 시장 진입을 막아 오히려 경쟁이 약화됐다고 밝혔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 독과점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공사 현장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 25일 ​조달청은 공공공사 기술형입찰에서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10대 건설사) 상호 간 공동도급을 제한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공사 기술형입찰 시 10대 건설사의 공동도급을 2개 사까지 허용하되, 올해 말까지는 종전대로 2000억 원 미만 공사의 공동도급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기술형입찰은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일반입찰과 달리 시공업체가 설계에 일정 부분 관여해 입찰하는 제도다. 주로 규모 300억 원 이상의 대형 공사에 일괄입찰이나 대안입찰,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조달청 지침에 따라 그간 10대 건설사끼리는 공공공사 기술형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번 규제 완화는 기술형입찰 시장의 환경 변화가 반영됐다. 조달청에 따르면 기술형입찰 경쟁률은 2008년~2010년 3.23대1에서 2011년~2015년 2.98대1, 2016년~2022년 2.24대1로 감소했다. 조달청이 공고한 기술형입찰 33건 중 17건(51%)는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됐다. 정부는 10대 건설사의 참여가 확연히 줄어들면서, 입찰 경쟁을 높여 예산을 절감하자는 제도 도입 취지가 상실됐다고 판단했다.

 

김종열 조달청 시설총괄과장은 “기술형입찰은 고난이도 공사나 예술성, 창의성 등이 필요한 대형 공사에 주로 적용된다.​ 대부분 ​중소 건설사가 아닌 30대 건설사들이 참여했다”며 “최근 기술형입찰에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아 유찰되는 사례가 전체 60% 수준에 다다르면서 대형 공사가 계속 지연되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움직임에 ​중견·중소 건설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375개 중견·중소건설사는 12일 기술형입찰에 대한 10대 건설사 간 공동도급 금지 개정안 반대 탄원서를 작성해 기획재정부와 조달청에 제출했다. 시공능력평가액 100위 이내 건설사는 45개사로 10대 건설사를 제외하면 기술형입찰에 참여하는 중견 건설사 대다수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견·중소 건설사는 10대 건설사의 기술형입찰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기술형입찰 시장에서 10대 건설사 수주 점유율은 50%에 육박했다. 업계는 대형 건설사와 컨소시엄(공동도급)을 이루던 중견·중소 건설사가 또다른 대형 건설사에 수주 파트너를 빼앗기거나, 중견 건설사가 대형 건설사와의 대형공사 수주 경쟁에서 도태돼 중소형 공사 수주 시장에서 중견·중소 건설사 경쟁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10대 건설사 공동 도급 허용은 대형사의 기술형입찰 시장 독과점을 유발해 중소 건설업체가 대형 건설사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고 결과적으로 건설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이번 규제 완화는 상위 10대 건설기업의 기술형 입찰시장의 독과점 지위 확대와 고착화로 변질될 것이며, 이로 인해 중소건설사는 대형건설사에 종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규제 완화 배경이 된 기술형입찰 경쟁률 저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달청과 10대 건설사는 기술형입찰 유찰률이 올라간 것과 이번 제도 완화를 연결짓지만, 공공공사 유찰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익성이 낮은 데 있다. 건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늘었는데 예산 한계로 공사비가 그만큼 반영되지 않으면서 유찰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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