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청년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수가 해마다 늘어났음에도 신규 채용 인원은 최근 감소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들의 부채가 늘어난 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사람을 뽑을 여력이 줄어들면서 신규 채용을 줄여온 것이다.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을 내세워 공공기관 정원을 줄이기로 한 상태여서 청년들의 공공기관 입사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매년 지정하는 공공기관 수는 이명박 정부 시기를 제외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일로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던 2008년 305개였던 공공기관은 2009년에 297개, 2010년 286개로 줄어든 뒤, 이명박 정권 말인 2012년까지 286개로 유지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 295개로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2014년에 304개로 300개를 다시 넘어섰다. 박근혜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해였던 2016년에는 323개까지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러한 공공기관 증가세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 332개로 늘어난 공기업은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던 2022년에는 350개까지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부터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던 만큼 당연한 흐름이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였던 2022년에 350개였던 공공기관은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에 들어간 올해 347개로 줄었다. 한국과학기술원과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등 4곳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고, 한국특허기술진흥원 1곳이 지정되면서 전체적으로 3곳이 감소한 것이다. 매년 증가일로였던 공공기관 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 2010년 이래 13년 만에 있는 일이었다.
매년 공공기관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공공기관의 신규채용도 증가해왔다. 공공기관 수를 줄여왔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신규채용은 단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증가세였다. 공공기관 신규채용은 2008년 1만 1168명에서 공공기관이 감소한 2009년에 9147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0년 신규채용 수가 1만 759명으로 늘어나더니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1만 5583명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매년 공공기관을 늘리기 시작한 박근혜 정부에서 더 빨라졌다. 2013년 1만 7277명이었던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2016년에 2만 1009명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권 초에 공공기관 신규채용이 브레이크 없는 질주 양상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던 2017년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2만 2553명이었으나 일자리를 공무원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늘리는 정책이 본격화된 2018년에 3만 3632명으로 전년대비 1만 명 넘게 늘어나며 3만 명대를 돌파했다. 2019년에는 신규채용 규모가 무려 4만 1195명을 기록하며 4만 명대마저 넘어섰다.
하지만 이러한 폭증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0년에 신규채용 규모가 3만 645명으로 급락하더니 2021년에는 2만 6946명, 2022년에는 2만 5356명까지 하락했다. 정권 초기 신규채용을 지나치게 빨리 늘린 데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신규채용 여력이 사라진 때문이다. 2016년 500조 4000억 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던 2017년에는 495조 6000억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8년에 500조 7000억 원으로 증가세로 전환하더니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던 2022년에는 670조 원까지 급증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신규채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환은 2018년 1만 3517명이나 될 정도로 급속히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문재인 정부에서 방만하게 운용됐던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에 나서기로 하면서 신규채용 감소세는 더욱 지속될 것으로 보여 청년층이 공공기관에 입사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말 현재 44만 5000명인 공공기관 정원을 향후 1만 2000명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원 감축은 퇴직·이적 등 자연감소 등을 통해 해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신규채용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전임 정부에서 공공기관을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한 탓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올해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아 청년들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공공기관 정원 감축 등 개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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