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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푸는 중국 시장, 한국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판호 발급 재개는 '전략적 개방'으로 봐야…완성도 높아진 중국 게임과 차별화가 '숙제'

2023.05.18(Thu) 16:05:15

[비즈한국] 2017년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닫혔던 중국 게임 시장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국내 게임사는 2022년 말부터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외자 판호’를 받는 데 성공하면서 속속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17년과 비교해 지금의 시장 상황이 많이 다르고, 중국이 시장을 열어준 속내는 따로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사는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까. 

 

데브시스터즈는 중국 게임사 창유, 텐센트 게임즈와 손잡고 인기 게임 ‘쿠키런: 킹덤’의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데브시스터즈 제공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중국은 한국 게임사의 판호 발급을 제한했다. 여기에 중국이 게임 시장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강하게 규제하면서 외산 국산 할 것 없이 판호 발급 자체가 크게 줄었다. 외자 판호 발급 추이를 보면 2017년 467건에서 2022년 44건으로 6년 사이 무려 90.6%나 감소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2022년 12월 넷마블, 밸로프, 스마일게이트, 엔픽셀 등 국내 업체의 게임 8종이 외자 판호를 받은 데 이어 지난 3월엔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 등 5종이 판호를 받았다. 이런 변화에 중국이 걸어뒀던 빗장을 푸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중국 시장은 신작 부재, 실적 부진 등으로 고민하는 국내 업체에 활로가 될 수 있다. 지난 11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올해 중국에서 신석기 시대,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 A3:Still Alive, 제2의 나라: Cross World 등 게임 4종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대표작인 쿠키런 IP 게임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적자를 낸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킹덤’의 중국 진출로 새로운 수익원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외교 리스크에도 게임업계가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PC·모바일 게임 통틀어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의 수출 국가별 비중에서 중국이 34.1%로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1%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서 압도적인 비중이다.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2021년 기준 약 10조 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3조 4000억 원이 중국에서 나오는 것이다. 

 

중국 효과는 게임사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넥슨은 지난 1분기 1조 1920억 원이라는 눈에 띄는 실적을 거뒀는데, 중국 시장에서 ‘던전앤파이터’가 기대 이상의 매출을 낸 덕이 컸다. 넥슨의 1분기 중국 매출은 41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3084억 원 대비 4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부진한 국내 게임사의 수익원이 되겠지만, 이번 재개방은 결국 중국 내수 진작을 위한 전략적인 개방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것도 우려할 점이다. 국내 최초 게임학 박사이자 중국 길림애니메이션대 게임대학 학장을 역임한 윤형섭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중국의 판호 발급은 자국 이용자의 유출을 막고 중국 기업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중국에서 참신한 게임을 찾는 수요가 높다. 이용자가 해외 게임을 소비하지 않고 중국에서 유통하는 게임을 하게 만드는 거다. 또 중국은 수입 게임 규제가 심해 해외 업체는 중국 개발사나 퍼블리셔를 거쳐야 하기에 외자 판호 발급은 자국 기업의 매출을 높이는 효과도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중국이 판호 발급을 줄이고 외산의 진입을 막은 지난 몇 년 사이 그래픽이나 기술 면에서 한국을 위협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도 문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개발사는 교대 근무를 하며 사실상 24시간 쉬지 않고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안다”라며 “국내에선 따라갈 수 없는 속도”라고 전했다. 윤 교수도 “중국의 서버 개발이 강할 수밖에 없다”라며 “미국이나 한국은 게임 서버를 테스트할 때 시뮬레이션을 하지만, 중국은 2000만 명이 직접 접속해서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넥슨게임즈의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4월 중국 사전예약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꼽힌다. 사진=넥슨 제공


다수의 국내 게임사가 중국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앞으로 국내 게임이 어떻게 중국에서 경쟁력을 갖출지가 굉장히 중요한 숙제다. 게임 소재 측면에서 아예 한국 색채를 강조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국내 콘텐츠와 협업하거나 스토리텔링이나 게임 요소에 한국적인 것을 담는 식”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역발상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동안 신작 IP의 효과가 사라진다. 게임을 향한 기대감도 줄어드는 것”이라며 “아예 중국 판호 발급을 고려해 신작의 출시 타이밍을 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 발매하면 흥행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유명세를 이용하든지, 아예 마니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과거 중국에서 성공한 온라인·PC 게임의 IP로 진출하거나, 현재 중국에서 인기 있는 장르인 서브컬처 게임(애니메이션풍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라며 “레거시(유산)로 승부하거나, 니치마켓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제는 중국에서 ‘대박’이 아닌 ‘중박’ 정도를 기대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중국 시장에 진입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국내 업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형섭 교수는 “중국 이용자도 독창성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다양한 장르를 융합한 복합장르 게임이나 인디게임이 유리할 수 있다”라며 “국내 게임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 협회 등을 활용해 게임사끼리 미니멈 개런티를 논의하는 등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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