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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개발자를 양성하는 새로운 방식 '코딩학교 42'

파리서 시작해 서울 등 전 세계 26개국 47개 캠퍼스 운영…철저히 '현장 중심'

2023.05.17(Wed) 11:44:50

[비즈한국]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요즘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핵심 인재다. 좋은 개발자를 데려오기 위해서 기업들은 높은 연봉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개발자 직군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부트캠프를 통해 개발자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기도 하고, 코딩 전문학교도 등장했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걸리는 개발자 양성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이 개발자로 일하는 것을 꿈꾼다. 

 

유럽에도 개발자를 양성하는 학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42는 이 혁신 생태계에서 매우 흥미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42는 어떻게 전 세계 혁신 산업의 인재 양성소로 성장했을까?

 

코딩학교 42는 프랑스에서 시작해 전 세계 혁신 산업의 인재 양성소로 성장했다. 워크숍 모습. 사진=42 페이스북

 

#프랑스 억만장자가 만든 코딩 전문학교

 

42학교는 2013년 파리에 세워졌다. 프랑스의 억만장자 기업가 자비에르 니엘(Xavier Niel)이 파리디지털혁신대학원(Epitech)을 이끌던 니콜라스 자디락(Nicolas Sadirac) 등 프랑스 디지털화의 주역들과 함께 만들었다. 

 

니엘은 프랑스 부자 순위 12위에 꼽히는 인물이다. 통신 업체 일리아드(Iliad)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이며,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Le Monde)의 공동 소유주다. 2010년부터 프랑스계 이스라엘 사업가 제레미 베레비(Jeremie Berrebi)와 함께 키마 벤처스(Kima Ventures)라는 VC를 설립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1년에 50~100개 운용한다. 앤젤 투자자로서 개인 투자도 활발하게 한다. 또 LVMH그룹의 장녀이자 현재 디올(Dior) CEO인 델핀 아르노(Delphine Arnault)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니엘은 통신 업체를 경영하면서 전 세계 많은 회사가 디지털 인재 부족으로 겪는 고충에 주목했다. 이 영역의 인재들은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미래를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42파리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코딩학교를 설립한 자비에르 니엘. 사진=42.fr

 

이를 위해 2013년 파리에 42학교를 처음 설립했고 이후 리옹, 랭스, 뮐루즈 등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도 문을 열었다. 프랑스 이외에 루마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몰도바, 벨기에, 러시아, 모로코,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핀란드, 독일, 호주, 아르메니아, 아랍에미리트, 영국, 캐나다, 태국, 스위스, 터키, 그리고 한국에도 42학교가 생겼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26개국에서 47개의 캠퍼스가 운영되고 있다. 보통 지역 이름을 따 42파리, 42베를린, 42볼프스부르크, 42서울 등으로 이름이 붙는다. 

 

‘42’는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따온 것으로 삶과 우주를 비롯해 모든 것의 궁극적인 해답을 의미한다. 

 

#교사도 교재도 없다

 

삶의 해답을 의미하는 42처럼, 42의 운영방식은 단순한 학교의 운영방식을 넘어 사람이 배우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지혜를 전해준다. 

 

42학교는 18세 이상 입학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이 학교에는 수업을 해주는 교사나 교수가 없다. 정해진 교재도 비싼 학비도 없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전통 시스템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고 그 과정에서 동료와 협업하고 외부와 소통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42의 방식이다. 동료들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서로 토론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42에서 시험을 치르는 모습. 사진=42 페이스북

 

42에서는 학비도 학위도 필요 없으며 철저히 현장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진다. 사진=42.fr


그렇다고 이 학교에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2의 입학시험인 ‘라 피신(La Piscine)’은 어렵고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피신은 프랑스어로 ‘수영장’이라는 뜻이다. 지원자들을 물속에 빠뜨린 다음 스스로 헤엄칠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 선발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총 4주간에 걸쳐 테스트가 이루어지는데, 1단계는 논리와 추론 능력 테스트, 2단계는 4주간 합숙하면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보통 이 피신의 경쟁률은 15 대 1에 달한다. 

 

42학교는 높은 취업률로도 유명하다. 현장 중심 교육 덕분에 거의 100%가 취업한다. 창업의 길을 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 역시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이 이루어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은 42 시스템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스냅챗 CEO 에반 슈피겔, 트위터 창업자이자 스퀘어(Square) CEO 잭 도시, 슬랙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42학교의 예찬론자들로 유명하다. 에반 슈피겔은 42를 ‘미래 학교’라 불렀고, 잭 도시는 “우리는 42 출신 사람들과 같이 다양한 배경과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를 항상 찾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Y콤비네이터 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부트캠프보다는 MIT 같은 것”이라고 42의 교육 수준을 극찬했다.

 

#42의 한국인 개발자들 

 

유럽 42학교에는 한국인 개발자들도 많다. 2018년부터 42파리에 재학 중인 이동빈 씨는 42를 “지식이 아닌 배우는 법을 배우는 곳”으로 정의하며 “능동성, 주도성, 소통력과 커뮤니티 정신의 함양”을 그 차별점으로 꼽았다. 그는 42서울에서 스타팅 멤버로도 근무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이노베이션 랩 MBition의 수석 개발자 배창혁 씨는 독일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42서울 멘토로 활약했다. 42는 세계 여러 지역 캠퍼스 간에 다양한 교류 활동을 하는데, 배창혁 씨는 42서울에서 42볼프스부르크로 6개월간 파견 나온 학생들과 함께 sea:me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 경험을 미리 해본 선배로서 가이드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42볼프스부르크에서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볼프스부르크는 폭스바겐의 공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분야와 관련한 프로젝트가 많다. 

 

배창혁 씨가 자동차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에 관한 세미나에서 독일의 모빌리티 개발자들과 다양한 학습 모임을 이끄는 모습. 사진=123factory


배창혁 씨가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sea:me(Software Engineering in Automotive and Mobility Esyscosystems)는 모빌리티 오픈소스 러닝프로젝트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6개월 동안 임베디드 시스템 모듈을 파일럿으로 진행했다. 

 

그는 42학교와의 협업에 대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학생들과 함께한 42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특히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매우 구성이 잘 되어 있어 함께 성장한다고 느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해는 한국의 국민대에서 이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42볼프스부르크에서 진행하는  모빌리티 오픈소스 러닝프로젝트 sea:me. 사진=seame.space

 

42볼프스부르크의 파트너십 매니저 욘 묄러(Jörn Möller)는 “42는 경계가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지역 이름이 붙어 있고 지역별로 다양한 특색을 가진 산업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구와도 파트너가 되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성할 수 있다. 이런 열린 파트너십이 여기에서 배우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일이 되고 창업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 대학, 연구소, 다양한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교류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시작해서 베를린, 볼프스부르크, 서울까지 연결된 42의 힘이 흥미롭다. 나이가 많든 적든, 경험이 있든 없든, 학위가 어떠하든 상관없이 혁신 기술 산업의 주역이 되기 위해 배우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는 42의 성장이 기대된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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