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 씨는 최근 치킨 한 마리를 배달 주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치킨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뉴스는 들었지만, 치킨 한 마리 가격이 배달비를 포함해 3만 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배달 온 치킨은 예전보다 양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2년 5개월 동안 매달 꾸준히 올랐다. 누적된 상승률만 해도 16.8%다. 품목별로는 햄버거와 피자, 김밥, 갈비탕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로 누적된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에 원재료값 인상까지 반영된 탓이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15일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추가 인상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6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 인상으로 월평균 332kWh의 전기와 3861MJ의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각각 약 3000원, 440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지난 2021년 5조 8000억 원, 지난해 32조 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조 20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92조 8000억 원에 이르렀다. 재무위기에 휩싸인 한전의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기요금 인상이 유일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특히, 전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을 앞두고 요금 인상은 부담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기요금의 경우, 이미 지난 1분기에 kWh당 13.1원이 이미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 부담 논란에도 한전과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요금 인상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한전은 이번 인상으로 올해 적자를 2조 6000억 원 가량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렇다면 A씨가 이제 한전 주식에 투자한다면 그동안의 물가 상승분을 상쇄시킬 수 있을까.
앞서 한전은 지난 12일 2026년까지 여의도 건물 매각과 임직원 임금 반납 등을 통해 25조 원 이상 재무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발표한 재정 건전화 방안보다도 5조 6000억 원 가량 늘어난 규모였지만, 이 같은 자구안과 전기요금 인상에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전 주가가 당장 반등하기에는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자 규모가 축소되고 있고, 분기와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배경은 밸류에이션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내년까지 주당순자산(Book Value)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2만 원 중반 수준의 적정 주가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도 거론됐다.
박 연구원은 “내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 기대감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할 때까지는 박스권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도 여전히 연간 적자 탈피가 불가능하고, 최근 늘어난 차입금과 이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하면 조속한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한전 정상화에 대한 가시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 정상화가 가시화돼야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는 곳은 ‘3분기’다. 다음 달 말에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을 결정해야 한다. 또다시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름철과 겨울철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 경제에 부담을 크게 주기 때문에 남은 분기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다가오는 내년 총선은 여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1년부터 누적된 적자 규모가 44조 7000억 원에 달해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와 다가오는 총선, 전력소비량이 많아지는 여름철 성수기가 다가오는 것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충분한 전기요금 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A씨는 “더워지면 전기 쓸 일만 남았는데 계속 오르는 물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투자보다는 ‘절약’이 중요하고 절실한 때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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