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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 임박한 용산역 공중보행교…300일 넘게 고시원에 방치된 노숙인

'비정상 거처'에서 '비정상 거처'로 가는 악순환…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필요

2023.05.15(Mon) 16:21:53

[비즈한국] 2022년 6월경 서울시 용산역과 서울드래곤시티호텔(SDC)을 잇는 공중보행교 공사로 인근 노숙인 텐트촌 4가구가 거처를 옮겼다. 이들 가운데 두 가구는 옆 텐트촌으로 이동했고 나머지 두 가구는 정부의 ‘긴급주거지원’을 받아서 인근 고시원으로 떠났다. 이들 모두 주거취약계층으로 공공임대주택 입주 대상이지만 1년 가까이 입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월 11일 용산역 3번 출구에 걸린 현수막이다. 현재 기존 공중보행교를 철거하기 위해 임시우회도로가 설치돼 있다. 사진=이강원 인턴기자


#잔인한 2022년, 기약 없는 2023년

 

2022년 3월 용산역 뒤편 숲길에 있는 노숙인 텐트촌 일부가 철거 대상이 됐다. 당시 ‘용산역-드래곤 시티호텔 보행육교 건설공사’라는 이름으로 3월부터 12월까지 새 공중보행교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시공사는 공중보행교가 설치될 장소에 있는 텐트 4개 동에 대해 강제 철거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노숙인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용산구청과 시공사가 주민들과 텐트 이전 협의를 시작했다. 텐트촌 주민들은 국토부 훈령에 따라 주거지원을 요구했지만, 구청이 거부하면서 협의는 결렬됐다.

 

이후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해 5월 4일 시공사가 철거를 강행했다가 시민단체의 반발로 중단했다. 당시 시공사는 대상 주민에게 ‘국밥을 사 먹으라’며 5만 원을 주고 이를 텐트철거에 대한 동의로 여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25일 텐트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철거 대상이던 2개 동이 전소됐다. 이곳에 살던 주민 두 명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고시원으로 이동했다. 나머지 2개 동은 텐트촌에 남았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고시원으로 간 두 사람이 임대주택 신청을 하는 것을 도왔다. 국토부 훈령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 지침’을 보면 정부는 주거지원과 주거 상향을 위해 건설·매입임대사업과 전세 임대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입주대상자는 △쪽방 △고시원, 여인숙 △비닐하우스 △노숙인 시설 △컨테이너, 움막 등 △피시방, 만화방 등 비정상 거처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다. 안 활동가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월세 30만 원짜리 고시원에 임시로 들어갔고 공공임대주택 입주 날짜를 기다리게 됐다.

 

그러나 이들은 임대주택 입주를 신청한 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고시원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활동가는 “입주 대기 순번이 당시 630번 대였다. 지금은 400번대로 기억한다”며 “이전에는 신청하면 300번 대에서 400번 대 초반 순번을 받았다. 보통 1년 내로 입주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임대 담당자가 올해 공급이 거의 안 되고 있어서 올해 계약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정상 거처에서 비정상 거처로 옮기는 것은 주거 대안 아니다”

 

정부 정책의 실효성 부족과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부족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4월 10일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비정상 거처 거주자의 이주 지원을 위한 무이자 대출’ 사업을 실시했다. 이는 정부가 주거취약계층에게 민간임대주택 이주 시 최대 5000만 원을 최장 10년 동안 대출하거나 공공임대주택 이주 시 최대 보증금 50만 원을 최장 20년 동안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사업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는 비정상 거처 거주 가구 지원을 위해서는 1만 5000가구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홈리스행동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취약계층용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 물량은 2000호였다. 2020년 이후 공급된 취약계층용 건설형 임대주택은 매년 약 100호 정도였다.

 

이에 대해 홈리스행동은 “계획대로라면 공공임대 1만 호 중 8000호에 가까운 물량은 민간 주택을 활용한 보증금 지원 프로그램인 전세임대주택으로 공급될 수밖에 없다.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로 공급될 민간임대주택 5000호를 포함하면 약 1만 3000호가 민간 주택시장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임대 입주 신청을 했을 때 경쟁률이 높아서 순번이 뒤쪽으로 간 것 같다. 이는 이번 정부에서 공공임대가 줄었다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택 공급 같은 경우에는 지난 정부 때 이미 사업 승인이 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물량 자체는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공공분양을 늘리면서 (취약계층 대상) 공공임대가 상대적으로 조금 줄어든 부분은 있지만,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물량이 확연히 부족해서 입주 대기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을 합친 파이는 더 늘었다”고 답했다.

 

결국 노숙인들이 비정상 거처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제공하는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절차가 까다롭다. 대출받기 위해 보증금 5% 이상 납부 확인서 등 여러 서류를 작성해 은행에 신청해야 한다. 민간 임대 보증금 대출의 경우 대출금의 5%를 먼저 납부해야 하지만 노숙인은 이러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서툴고 이와 같은 금액을 지불할 재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형진 활동가는 “(민간 임대의 경우) 민간 임대인이 전세금을 올려 받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 거주 안정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활동가는 지금처럼 노숙인이 고시원에 머무는 것은 대책이 아니라며 “비정상 거처에서 비정상 거처로 옮기는 것이 주거 대안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어떤 텐트는 고시원보다 훨씬 크다”고 비판했다.

 

새 공중보행교의 모습. 공중보행교 아래에 있는 작은 숲 안에 노숙인 텐트촌이 있다. 사진=이강원 인턴기자


#서구 선진국 같은 주거우선 전략 필요 

 

많은 나라에서 노숙인 문제 해결 방안으로 ‘주거 우선’ 전략을 택하고 있다. 주거 우선 전략이란 노숙인에게 양질의 주거지를 보급하고 다른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핀란드·프랑스 등 13개 OECD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핀란드는 2008년 주거 우선 전략을 시행한 뒤 알코올 중독과 정신질환이 있던 만성 노숙인 3500명에서 2019년 961명으로 감소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6년 서울시와 이랜드재단은 핀란드를 참고해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을 시행했다. 약 6년 동안 200여 명의 노숙인에게 주거지를 제공했다. 이들 가운데 80% 이상이 정신질환과 알코올 의존증을 다스리며 1~3년 동안 주거를 유지했다.

 

한국도시연구소 홍정훈 연구원은 “노숙인의 경우 보증금 대출만으로는 주거 상향을 이루기 어렵다. 임시적인 주거라도 지원 받아서 안착하는 곳이 대부분 고시원”이라며 “취약계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공공주택이 가장 중요한 재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연구원은 “서울에 공공주택 사업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토지가 적다. 그래서 건설임대 유형보다는 매입 임대 유형이 더 적합하다”며 “(정부가) 매입임대 방식을 활용하면 재고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원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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