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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배우 박은빈 님, 실컷 울어도 괜찮습니다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이 정신적 건강에 도움…개인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출 방식으로 이해해야

2023.05.15(Mon) 14:52:57

[비즈한국] 지난 4월 말 백상예술대상의 대상의 영광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더할 나위 없는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얻은 배우 박은빈에게 돌아갔다. 10분에 걸쳐 공개된 그녀의 수상소감은 “훈훈하고도 따뜻했다”는 평가를 얻으며 수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는데, 그런 박은빈의 수상 소감을 저격한 사람이 있어 더 뜨거운 이슈가 됐다.

 

그 주인공은 시인이자 문화평론가인 김갑수다. 그는 지난 1일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이하 매불쇼)’에서 우리나라 시상식 수상자들의 뻔한 리액션과 수상소감에 대해 쓴소리를 했는데, “우리가 스피치가 딸려서 모든 시상식에서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건 이제 포기 상태”라고 운을 띄우며 시상식 문화 비판을 시작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배우 박은빈. 사진=백상예술대상 화면 캡처

 

문제가 됐던 건 김갑수가 이날 대상을 수상한 박은빈에 대한 저격이 이어지면서다. 김갑수는 박은빈의 수상 소감을 언급하며 “대단히 미안하지만, 대상을 받은 박은빈 씨. 훌륭한 배우고 앞으로도 잘할 거다. 근데 울고불고 코 흘리면서 아주”..., “시상식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 앞에서 감정을 격발해서는 안 되는 거다”, “심지어 열여덟 살도 아니고 서른 살이나 먹었으면 송혜교 씨한테 배워라”, “너무 기쁜 건 알겠는데 콧물 흘려가면서 울고불고하던데 그러지 좀 마시라”라고 비난했다.

 

수상자 박은빈에 대한 김갑수의 저격성 비난은 순식간에 언론과 일반인들에게 야유를 받게 됐고, 여론의 분위기에 심각성을 느낀 김갑수는 결국 ‘매불쇼’에서 배우 박은빈 코멘트에 대해 사과를 했다.

 

“제가 뭘 잘못을 했냐면 중간쯤에 박은빈 이름을 언급했다. 심한 분은 따로 있었는데 그 사람은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라 대상 수상자인 박은빈이 기뻐서 눈물 흘리는 행동을 얘기하다 보니 표현이 사람을 조롱하는 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코멘트가 진정한 사과인가 솔직히 의문은 가지만, 그 사과에 앞서 그는 수상자들이 우는 모습에 대해 “감정에 자기 통제가 전혀 안 이뤄지는 건 미성숙한 사회 모습이다”라고 말하며 ‘수상자가 시상식장에서 우는 모습은 좋지 않다’는 본인의 주장에는 여전히 굽히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나는 김갑수의 이런 견해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눈물이 날 만큼 행복한 순간까지도 우리는 왜 울면 안 되는 것일까? ‘우는 것은 성숙하지 못하다’라는 어른들의 가르침, ‘눈물 따위를 흘리는 것은 약자들이나 하는 행위’로 치부하는 사회적 요구와 분위기는 감정의 억압을 낳고, 이는 사람을 스트레스의 상태로 몰아가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실제 이를 방증하듯 남녀노소 1053명의 앙케트를 조사로 쓴 박마루 작가의 ‘울어도 돼요’에 따르면, “일 년에 몇 번 우나요?”에 대한 남녀노소 응답의 전체 수치는 “1~2번 운다”가 65.8%, “3~4번 운다”가 23.7%였다. ’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라는 사회적 관념 때문일까. 울고 싶을 때 우는 사람의 숫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우는 사람이 적을수록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전문가들의 코멘트다.

 

‘울어도 돼요’의 저자는 그 원인을 눈물(울음)에서 찾는다. 울어야 할 때 울지 않으면 속병이 되고, 그것이 결국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해 극단적인 선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도 말한다. 울고 싶을 때 마음 놓고 울 수 있게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까지도 말이다.

 

게다가 실제 우는 것은 마음의 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방증하듯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눈물과 건강 간의 상관관계는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 분비와 밀접하다고도 말한다. 카테콜아민은 스트레스에 의한 교감신경 자극 전달물질인데, 이 물질이 눈물을 통해 배출되면 마음에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작용을 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슬픈 영화를 보고 흘리는 눈물, 그러니까 감정적인 동요에 의해 생기는 눈물에는 이런 ‘카테콜아민’ 성분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눈물은 스트레스 조절 건강에는 명약이기도 한 셈이다.

 

우는 것도 웃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감정의 자연스러운 표출의 방식이 아닐까. 그러니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된다. 소리를 지르며 아이처럼 엉엉 울든, 눈물 섞인 행복한 눈물을 흘리든 그렇게 당신 감정을 표출하는 순간, 솔직한 당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길 바란다. 내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잘 흘린 눈물은 당신을 다독여 주고 당신의 삶을 잘 버티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러니 배우 박은빈 님도, 요즘 삶이 퍼걱거려서 울고 싶은 당신도,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된다. 실컷 울어도 괜찮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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