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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은 어떻게 완전자본잠식상태인 얍컴퍼니를 인수했나

얍컴퍼니와 소니드 관계 청산 이후 VIK와 거래…유증 약속 안 지키고 경영성과 없어 1인 회사로 연명

2023.05.11(Thu) 15:46:06

[비즈한국]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라덕연 씨는 ‘얍컴퍼니 대표’, ‘얍글로벌 이사회 의장’ 등의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했다. 또 이번 사태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 임창정 씨와 얍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나는 등 사업적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라 씨는 지난해 초 사모투자조합을 통해 얍글로벌을 실질 지배하고, 같은 해 9월 밸류인베스트코리아로부터 얍컴퍼니 주식을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얍컴퍼니는 라 씨가 당초 약속했던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않은데다 자금 지원마저 끊겨 1인 회사로 껍데기만 남았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얍컴퍼니는 비상장사이지만 비상장 주식 거래를 통해 다수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도 온라인상에서는 얍컴퍼니 장외주식을 소개하는 게시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얍컴퍼니의 장외주식 가격은 한때 4560원(2021년 10월 7일 최고가)까지 올랐으나 현재 기준가는 490원까지 추락했다. 얍컴퍼니 주식을 인수하고 유상증자 등을 약속한 ‘라 회장’이 라덕연 씨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투자자들은 지금도 마음을 졸이는 중이다.   

 

얍컴퍼니는 2019년 이후 공시가 게재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채권 변제 과정을 통해서만 얍컴퍼니 상황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얍컴퍼니에 1조 원대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을 일으킨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3만 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VIK 사태 이후 이철 전 VIK 대표와 경영진들은 구속됐고, 현재 VIK는 법정관리인이 맡아 피해자들이 가진 채권을 변제 중이다. 그러나 지난 9일 얍컴퍼니를 실질 지배하던 라 씨가 체포되면서 VIK의 자산 매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9월 기준 VIK는 얍컴퍼니 지분 16.43%를 보유했다. VIK가 관리 중인 JNC5호 개인투자조합과 JNC5A개인투자조합 역시 각각 지분 7.74%, 7.28%를, VIK가 투자한 인텔렉추얼밸류는 얍컴퍼니 지분 0.79%를 보유했다. VIK 측 지분만 32.24%에 달했던 셈이다. 그러나 VIK는 지난해 9월 라덕연 씨에게 보유 중이던 얍컴퍼니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라 씨가 얍컴퍼니 주식을 인수한 시기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던 얍컴퍼니가 코스닥 상장사 소니드(구 얍엑스)와의 협력 관계를 청산한 직후다. 얍컴퍼니 장외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소니드와의 협력 사실이 알려지자 얍컴퍼니의 우회상장 가능성, 매출 성장 등을 기대했다. 소니드가 협력 초기 얍컴퍼니에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얍모바일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해 50억 원을 투자했기 때문. 그러나 양사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별한 이후 라 씨가 등장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지난 2022년 9월 라 씨 측에 보유 중이던 얍컴퍼니 주식 가운데 224만 주를 매각했다고 공지했다. 사진=밸류인베스트코리아


라 씨는 VIK로부터 얍컴퍼니 주식을 매수하기 이전 이미 얍컴퍼니의 해외사업 전담 자회사 얍글로벌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 라 씨는 ‘글로벌 IoT 기술투자조합’ 등 사모투자조합을 통해 240억 원 규모의 얍글로벌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이 가운데 85억 원 상당을 주식으로 전환해 얍글로벌을 장악했다. 실제로 2022년 1월 얍글로벌에는 라 씨의 측근인 미합중국인 김 아무개 씨가 감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 씨는 라 씨가 대표로 있던 한 경영컨설팅업체의 감사다. 

 

라 씨는 지난해 9월 VIK로부터 얍컴퍼니 주식 224만 주를 56억 원(주당 2500원)에 인수하면서 유상증자를 약속했다. 또 유상증자를 전제로 얍컴퍼니 창업자인 안경훈 전 대표를 몰아내고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했다. 이에 안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지난해 12월 얍컴퍼니 사외이사에 라덕연 씨의 측근 조 아무개 씨가 이름을 올렸다. 조 씨는 라 씨 측근 변 아무개 씨가 대표이사로, 라 씨의 가족들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투자자문업체 호안에프지의 감사다. 조 씨는 지난 1월 얍모바일 사내이사로 등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유상증자는 없었다. VIK는 지난 4월 20일 ‘주요 피투자기업 현황’을 알리며 “현 경영진은 경영권 장악 이후 특별한 경영 성과를 보이지도 않고 유상증자 납입 등 사전 약속한 사항들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얍컴퍼니에 대한 자금 지원도 끊었다”며 “얍컴퍼니는 3월 대표이사를 제외한 전직원이 얍모바일 및 얍글로벌로 이직했고, 이에 따라 1인 회사로서 연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 씨의 체포로 당초 합의한 ‘N차 매각’도 불투명하게 됐다. 라 씨 측은 당초 2024년 9월 30일까지 VIK가 보유한 얍컴퍼니 잔여 주식을 일괄 또는 분할로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나, 라 씨의 자산과 범죄수익 등은 환수될 전망이어서 향후 VIK는 얍컴퍼니 주식 매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가폭락 피해자들 라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라 씨 또한 재산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VIK에 따르면 라 씨는 얍컴퍼니 유상증자에 앞서 실시한 실사 중 부외부채(회사 장부에 계상되지 않은 부채)와 장기간 정체된 기술력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신규 투자 논의를 중단하고, 얍글로벌에 대한 투자 철회까지 검토했다. 얍컴퍼니는 2021년 자본이 -78억 원에 달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데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2021년 초부터 급여가 밀리고 4대보험까지 체납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에도 라 씨 측은 얍글로벌과 얍컴퍼니에 일정 자금을 투입하고 두 회사를 장악했고,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당초 라 씨 측이 자금세탁 용도로 얍컴퍼니를 인수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라 씨가 어떤 연유로 얍컴퍼니 인수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라 씨 측근들과의 관계로 유추해보면 라 씨의 측근으로 추정되는 김 아무개 씨가 과거 얍컴퍼니가 인수했던 얍티브이방송(현 한국버스방송)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2016년 6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얍티브방송 대표이사를 역임한 김 씨는 라 씨가 대표로 있던 한 투자자문업체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또 라 씨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와 함께 펀드를 만들어 투자해 한 바이오업체의 최대주주 자리까지 오른 바 있는데, 얍컴퍼니는 2019년 9월 CJ파워캐스트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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