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연루 의혹에 휩싸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김 회장의 사과에도 키움증권을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누그러들지 않으면서 개인 고객 비중이 큰 키움증권은 신뢰도 하락이라는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개인투자자 집단소송, 초대형 투자은행(IB) 추진 차질, 미수채권 손실 발생 등 여러 악재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근 저의 주식 매각에 대해 제기된 악의적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고자 했으나 논란이 여전하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더불어 폭락 직전 다우데이터 주식을 매도해 얻은 605억 원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 측은 당초 주가 폭락 직전 주식을 매각한 것은 우연이었음을 강조해왔으나, 의혹 탓에 키움증권 신뢰도에 금이 간 데다 주가마저 하락세를 보이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 시가총액은 3400억 원가량 증발했다. 4월 21일 종가 기준 10만 4700원이던 주가는 5월 8일 9만 1700원까지 내렸다. 키움증권 주가는 폭락 사태가 발생한 지난 24일 이후 연이어 내림세를 보이며 5월 4일 8만 9000원까지 주저앉았다. 다만 김 회장 사과 이후 첫 거래일인 8일에는 9거래일 만에 반등해 9만 1700원으로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불매운동도 키움증권에 치명적이다. 키움증권은 사업포트폴리오에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다른 증권사보다 높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폭락 사태를 비껴간 김 회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한편, 공매도 반대의 연장선상에서 CFD(차액결제거래)를 운영해 폭락 사태를 야기했다며 키움증권에 반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은 허술한 CFD 계좌 관리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며 집단소송도 준비 중이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키움증권을 비롯해 SG증권과 CFD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은 유형별, 혹은 증권사별로 진행될 전망이다.
정병원 원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일반거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계좌가 개설됐지만, 신용거래나 CFD의 경우 투자자들 대부분이 계좌가 개설된 줄도 모른 채 원금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거래나 CFD는 증권사에서 조금 더 엄격하게 봤어야 했는데, 금융당국의 권고를 지켰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빚을 떠안게 돼 자포자기 상태로 소송보다 회생이나 파산을 고려하는 투자자도 있는데, 주가조작 일당이 손쉽게 위법한 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증권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연내 추진 계획이던 초대형 IB 인가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데다, 미수채권 발생에 따른 손실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오너 리스크가 키움증권의 발목을 잡는 양상이 된다. 김 회장의 사퇴에도 책임론이 여전한 이유다.
키움증권은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 4조 691억 원을 기록, 초대형 IB 신청 요건(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해 연내 초대형 IB 인가 신청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해 기업 대출, 부동산 금융, 해외사업 등에 투자할 수 있다. 개인고객 리테일 의존도가 높은 키움증권으로서는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해 초대형 IB 지정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제동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일부터 키움증권 조사에 착수한 데다, 주가조작 핵심 인물로 지목된 라덕연 씨가 김 전 회장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금융당국과 검찰에 제출했다. 통상적으로 최대주주에 대한 검찰 조사, 금융당국 검사 등이 진행되면 초대형 IB 인가는 보류된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에 발행어음업 인가를 신청했으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끝난 2021년에야 승인을 받았다.
CFD 미수채권에 따른 손실 우려도 남았다. 투자자들이 손실액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CFD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가 미수채권을 떠안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증권사들의 미수채권 손실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키움증권의 최종 미수금 규모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지만, 지난 1분기 기준 키움증권의 CFD 거래금액은 1조 원 규모로 CFD 운용 증권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이에 키움증권은 지난 8일 CFD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현재 미수채권을 파악하고 있으나 규모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미수채권에 대한 안내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초대형 IB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인가 신청을 진행할지 미룰지 아직 논의하지 못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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