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홈플러스가 2022년 매출이 전년보다 상승하며 12년 만에 역성장을 벗어났다. 올해는 경쟁력을 더 키워 이익 측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점포 매각에 나서 점포 수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인 데다, 계획에 없던 폐점까지 늘어 매출 하락이 우려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마트 성수점 폐점에 반사이익 기대했지만 ‘눈물의 폐업’
22년 동안 성수동 터줏대감 노릇을 한 이마트 성수점이 4월 25일 문을 닫았다. 이마트가 성수동 본사의 토지와 건물을 크래프톤·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지난해 폐점이 결정된 것.
이 소식에 홈플러스는 남몰래 웃었을 것이다. 성수동에 대형마트가 없는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슈퍼체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성수동 주민 A 씨는 “인근에 대형마트라고는 이마트가 유일했다. 이마트가 없어지면 그나마 규모가 있는 뚝섬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사람들이 몰리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홈플러스가 이 점포의 폐점을 결정했다. 주민 사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앞서의 주민은 “이마트 폐점 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문을 닫았다. 장 보러 갈 곳이 마땅치 않아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런 폐점은 점포 계약 문제 때문이다. 임대차 매장인 점포의 재계약 불발로 홈플러스는 ‘눈물의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계약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주가 점포 자리를 직접 사용할 계획이 있다며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내년 11월 폐점이 예정된 홈플러스 목동점 역시 임대 계약 종료에 따라 불가피하게 문을 닫게 됐다. 목동점 부지 소유주인 양천구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퇴거를 요구했다. 양천구는 홈플러스 부지를 업무시설로 개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목동점은 홈플러스가 서울 지역 최초로 선보인 창고형 할인점이다.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이 취임 첫날 깜짝 방문하는 등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익스프레스 뚝섬점, 홈플러스 목동점 등은 지자체 소유 건물로 임대 계약을 맺고 운영해왔는데, 지자체와의 임대 계약 종료로 인해 둘 다 폐점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안정적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점포를 계약 문제로 부득이하게 폐점하는 상황이 홈플러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간 공격적으로 점포 정리를 한 탓에 매출을 낼 수 있는 매장이 경쟁사 대비 적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7년 142개였던 홈플러스 매장 수는 2022년 133개까지 줄었다. 2019년 7조 3001억 원이던 매출도 2021년 4조 8928억 원까지 떨어졌다.
#아직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
홈플러스는 지난해 점포 리뉴얼 등을 진행하며 1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벗어났다. 이제훈 사장은 ‘2023년 경영전략 보고’ 행사에서 “마트, 익스프레스(슈퍼마켓), 몰(임대매장),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전 채널에서 성장을 이뤄내 12년간 이어진 역성장의 고리를 마침내 끊어냈다”며 “올해는 고객 관점에서 쇼핑 환경을 구현해 이익 측면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 반등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홈플러스가 메가푸드마켓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경쟁사 역시 유사한 형태의 미래형 점포 확대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2월 인천 간석점에 메가푸드마켓 1호점을 선보인 후 현재까지 18호점을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도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마트도 최근 몰(Mall) 타입 점포인 이마트 연수점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이마트, 롯데마트가 미래형 점포 등에 대대적 투자를 하는 것과 달리 홈플러스는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마트는 올해 10여 개 점포 리뉴얼에 8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홈플러스는 여전히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아 공격적으로 투자하기엔 조심스럽다.
홈플러스는 계속해서 점포를 매각하는 자산 유동화 전략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약 30개 점포를 매각했다. 일부 매장은 매각 후 폐점했으나 노조 반발과 매출 감소 우려 등으로 최근에는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택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 확보, 온라인 인프라 강화 등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성장 동력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며 “자산유동화를 통해 폐점한 점포는 새로운 콘셉트의 미래형 마트로 다시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점포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부채 관리에 활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재무 상태는 좋지 않다. 2022년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696.8%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에 대해 “대형마트 업계에서 경쟁력이 약화했고 이로 인해 실적 부진이 심화했으며, 자산 매각 등으로도 재무 안전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내린 바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점포 리뉴얼로 성과를 낸 만큼 올해도 오프라인 매장으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각오다. 앞서의 관계자는 “2022년부터 점포 리뉴얼을 통해 오프라인 채널 활로 모색에 전념하고 있다”며 “올해도 각 지역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며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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