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컬리, 오아시스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잇따라 상장을 연기한 가운데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의 기업공개(IPO)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 받으며 5년 내 IPO를 약속했는데, 그 기한이 오는 9월 말로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IPO에 성공하더라도 투자자에게 약속된 수익률을 보장해야 하기에 11번가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현재 IPO 추진을 위해 대표주관사를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으로 선정한 상태다. 상장 심사 승인과 상장까지 4~6개월이 소요되기에 이달 안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야 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증시 한파에도 11번가는 IPO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2018년 11번가는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 받으면서 5년 내에 IPO를 약속했다. 기한인 2023년 9월까지 IPO에 실패하면 투자금에 연리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한다.
상장에 성공해도 투자금 5000억 원에 대해 3.5% 이상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렸다. 일부 투자자는 IPO 불발에 대비해 2018년에 ‘동반매도청구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IPO가 실패하면 투자자는 11번가의 대주주인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까지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지난해부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이미 여러 기업이 지난해에 상장 철회를 발표했다. IPO를 쉽게 진행하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11번가는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초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IPO 시장이 더욱 냉랭해졌다. 고물가·투자심리 위축·출혈 경쟁 등 악조건에 산적했다. 자신감을 보였던 컬리와 오아시스마저 올 1월과 2월에 상장 연기를 발표했다. 11번가도 상장을 미루려고 2021년 투자자들에게 IPO 연기를 요청했지만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11번가의 실적과 재무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해외직구 품목 등을 확장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매진한 결과 매출은 증가했으나 적자폭이 커졌다. 2022년 매출액은 7890억 원으로 전년(5614억 원) 대비 40% 성장했다. 그러나 누적 영업손실이 1515억 원으로 전년(694억 원) 대비 약 2배 늘었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기한이 다가올수록 11번가의 고민이 깊어진다. 11번가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말 기준 590억 원 수준이다. 상환해야 할 자금의 10% 정도만 보유한 상황이다.
올 들어 시장과 11번가의 재무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시장에서는 IPO를 강행하는 것보다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도 언급된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SK쉴더스 매각 계획을 발표할 때 “11번가도 SK쉴더스처럼 IPO가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SK스퀘어는 11번가의 지분 80.26%를 보유하고 있다.
IPO와 관련해 최근 11번가에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기에 지분 매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특히 큐텐이 위메프, 티몬 등을 품고 업계 4위를 꿰차면서 업계가 재편되는 점도 주목된다. SK스퀘어도 이런 분위기에 따라 11번가 매각에 나설 수 있다.
최근 11번가는 ‘슈팅 배송’, ‘우주패스 멤버십’,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버티컬(전문관) 서비스, 신선식품, 명품 카테고리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차별화가 매각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PO에 성공해도 원하는 값을 인정받기 어렵고, 실패하더라도 투자금을 물어내야 하기에 어느 쪽이 손해를 덜 볼지 가늠하는 것 같다. 일부 지분을 매각한 후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IPO가 중단된 상황은 아니다. 다만 IPO 시장이 너무 좋지 않아 새로운 투자자 유치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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