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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거센데 상장은 해야 하고…" 11번가 'IPO 딜레마', 돌파구는?

9월까지 못 하면 연리 8% 상환, 불발 시 강제 지분매각…11번가 "투자자 유치 등 다방면 고려"

2023.05.09(Tue) 15:36:41

[비즈한국] 컬리, 오아시스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잇따라 상장을 연기한 가운데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의 기업공개(IPO)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 받으며 5년 내 IPO를 약속했는데, 그 기한이 오는 9월 말로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IPO에 성공하더라도 투자자에게 약속된 수익률을 보장해야 하기에 ​11번가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가 약속한 기업공개(IPO) 시한이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사진=11번가 제공

 

11번가는 현재 IPO 추진을 위해 대표주관사를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으로 선정한 상태다. 상장 심사 승인과 상장까지 4~6개월이 소요되기에 이달 안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야 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증시 한파에도 11번가는 IPO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2018년 11번가는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 받으면서 5년 내에 ​IPO를 약속했다. ​기한인 ​2023년 9월까지 IPO에 실패하면 투자금에 연리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한다. 

 

상장에 성공해도 투자금 5000억 원에 대해 3.5% 이상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렸다. 일부 투자자는 IPO 불발에 대비해 ​2018년에 ‘동반매도청구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IPO가 실패하면 투자자는 11번가의 대주주인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까지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지난해부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이미 여러 기업이 ​지난해에 ​상장 철회를 발표했다. IPO를 쉽게​ 진행하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11번가는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초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IPO 시장이 더욱 냉랭해졌다. 고물가·투자심리 위축·출혈 경쟁 등 악조건에 산적했다. 자신감을 보였던 컬리와 오아시스마저 올 1월과 2월에 상장 연기를 발표했다. 11번가도 상장을 미루려고 2021년 투자자들에게 IPO 연기를 요청했지만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현재 11번가의 실적과 재무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해외직구 품목 등을 확장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매진한 결과 매출은 증가했으나 적자폭이 커졌다. 2022년 매출액은 7890억 원으로 전년(5614억 원) 대비 40% 성장했다. 그러나 누적 영업손실이 1515억 원으로 전년(694억 원) 대비 약 2배 늘었다.

 

투자자들과 약속한 기한이 다가올수록 ​11번가의 고민이 ​깊어진다. 11번가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말 기준 ​590억 원 수준이다. 상환해야 할 자금의 10% 정도만 보유한 상황이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사진)은 지난 2월 “11번가도 SK쉴더스처럼 IPO가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1번가의 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분 매각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SK스퀘어 제공

 

올 들어 시장과 11번가의 재무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시장에서는 IPO를 강행하는 것보다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도 언급된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SK쉴더스 매각 계획을 발표할 때 “11번가도 SK쉴더스처럼 IPO가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SK스퀘어​는 11번가의 지분 80.26%를 보유하고 있다.

 

IPO와 관련해 ​​최근 ​11번가에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기에 지분 매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특히 큐텐이 위메프, 티몬 등을 품고 업계 4위를 꿰차면서 업계가 재편되는 점도 주목된다. SK스퀘어도 이런 분위기에 따라 11번가 매각에 나설 수 있다. 

 

최근 11번가는 ‘슈팅 배송’, ‘우주패스 멤버십’,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버티컬(전문관) 서비스, 신선식품, 명품 카테고리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차별화가 매각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PO에 성공해도 원하는 값을 인정받기 어렵고, 실패하더라도 투자금을 물어내야 하기에 어느 쪽이 손해를 덜 볼지 가늠하는 것 같다. 일부 지분을 매각한 후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IPO가 중단된 상황은 아니다. 다만 IPO 시장이 너무 좋지 않아 새로운 투자자 유치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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