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패션 산업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 같은 상황을 바꿀 논의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 위기 시대가 도래해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이 경영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데도 말이다. ‘패션피플(패피)’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패스트 패션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이제는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기반해 소비하는 ‘그린 패피’로 달라지고 있다. ‘그린 패피 탐사대’는 새로운 패피의 눈으로 패션을 비롯한 일상의 환경 문제를 파헤치고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캠핑족이 늘고 있다. 2022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휴가기간 중 가장 많이 한 여가활동 3위는 국내캠핑이다. 한국관광공사의 ‘2021 캠핑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캠핑 산업 추정 규모는 6조 3000억 원, 이용 인구는 523만 명 수준이다. 4일 기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고 캠핑’에 등록된 전국 캠핑장은 3470개에 달한다. 캠핑족 증가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최근에도 증가세는 여전하다.
캠핑이 트렌드가 되면서 관련 업계는 웃고 있지만, 캠핑장을 관리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반갑지 않다. 캠핑족들이 모이는 곳에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지정된 캠핑장은 예약이 몰려 이용이 쉽지 않자, ‘불법’으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강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례도 증가했다.
#‘캠핑족’ 모이는 캠핑 현장 가보니…예약 힘들어 불법 이용 증가
지자체 소유 캠핑장은 주로 지자체의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한다. 소량의 예약금만 받고 캠핑 공간과 텐트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약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경쟁률이 엄청나다. 한 캠핑장 관계자는 “보통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5분도 안 돼 마감된다. 경쟁률이 굉장히 높다”고 밝혔다.
서울시 난지한강공원 캠핑장에서 만난 20대 A 씨는 “요즘 캠핑을 많이들 간다고 해서 와 봤다. 글램핑존을 예약하려 했는데 번번이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지인들과 일반 바비큐존을 예약했다. 여기도 예약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캠핑장 이용객이 늘자 캠핑장을 증설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경상남도 양산시는 최근 이용객 증가로 인해 황산공원 캠핑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않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캠핑장만으론 예약이 어려워지자 저수지나 강변에서 무단으로 캠핑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최근엔 대전광역시 대덕구의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민간 캠핑장이 운영돼온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비즈한국은 캠핑족들에게 암암리에 알려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인근을 방문했다. 이곳은 연천군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캠핑장 근처에 있다. 정식 캠핑장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캠핑 용품과 음식을 판매하고 강 위에 카페도 운영된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B 씨는 “캠핑장은 미리 예약하고 일정을 맞춰야 하는데, 이곳은 자유롭게 올 수 있어서 좋다. 강 바로 옆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캠핑을 많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정식 캠핑장보단 ‘숨겨진 장소’를 찾아다니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일회용품 사용에 안전 문제까지…고민 늘어난 지자체, 대안은 감시밖에?
쓰레기 배출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자체나 공단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은 쓰레기 분리 배출이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되지만, 캠핑장이 아닌 곳은 관리가 쉽지 않다. 실제로 한탄강을 찾은 캠핑족들이 잿더미나 쓰레기를 강가에 버리고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자체는 쓰레기 투기를 집중 단속하고 나섰다. 연천군청 관계자는 “한탄강 캠핑장은 예약제, 유료로 운영된다. 그런데 인근 한탄강변에 차박으로 캠핑을 즐기는 인원이 늘어났다. 캠핑이나 취사 행위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분리 배출이 전혀 안 되고 대형 폐기물까지 나온다. 현수막을 걸고 주말엔 교대로 근무하며 감시하는 상황이지만, 휴일과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감당하기 힘들다. 최근 캠핑 인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다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캠핑 자체가 일회용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평소 캠핑을 즐기는 50대 C 씨는 “기본적인 캠핑용품을 갖추고 있어도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장작이나 연탄은 기본이고, 포일이나 나무젓가락도 많이 사용한다.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도 ‘기본 옵션’이란 게 있다. 보통 당일 캠핑을 하면 장작을 담아온 박스가 가득 찰 정도로 쓰레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캠핑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도 문제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불 속에 넣으면 불이 초록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으로 변하는 ‘오로라 가루’가 유행하는데, 전문가들은 이 제품이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0대 D 씨는 “몇 개월 전 회사에서 MT를 갔는데, 그때 오로라 가루를 사용했다. 캠핑할 때 이 가루를 넣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감성샷도 유행한다. 위험하다는 건 몰랐다”고 전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오로라 가루는 알칼리 금속을 넣어 색을 낸다. 사용할 때는 완전히 개방된 곳에서 연기를 흡입하지 않아야 한다. 흡입하게 되면 몸에 굉장히 좋지 않다. 가까이만 있어도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캠핑 인구가 늘면서 쓰레기 투기와 안전 문제가 동시에 떠오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방지하긴 어렵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리하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치우기라도 하지만, 산이나 강에 몰래 가서 캠핑을 하는 경우엔 단속하기 어렵고, 위험한 행위도 전부 제재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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