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커피빈은 ‘NO 카공족’을 외쳤다. 콘센트, 와이파이 등을 제공하며 고객 편의에 맞춰 매장을 운영하는 경쟁사를 비웃으며 ‘커피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매장에서 와인, 위스키 등 주류를 취급하고, 반려견 간식과 음료까지 판매하는 등 콧대를 낮추고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주류 판매 면허 보유 덕에 컬리와 협업, 홍보 효과 및 수수료 수익 기대
커피빈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최근 커피빈은 GS25와 손잡고 아메리카노와 바닐라라떼를 출시했다. 커피빈이 편의점과 협업해 커피 제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커피빈 측은 “아메리카노 PET 음료를 GS 전용으로 처음 출시했다”며 “6월 중에는 컬리 전용 아메리카노 PET 음료의 출시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커피빈과 컬리가 협업해 진행하는 ‘주류 픽업 서비스’도 품목 확대에 들어갔다. 와인으로 한정했던 픽업 상품을 위스키까지 확대한 것이다. 커피빈은 지난해 12월 컬리와 손을 잡고 와인 셀프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마켓컬리를 통해 와인을 주문하면 커피빈 매장에서 제품을 받아갈 수 있다. 와인과 위스키 픽업이 가능한 커피빈 매장은 현재 85곳이다. 커피빈은 컬리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효과와 함께 일정 비율의 판매 수수료 수익까지 얻게 됐다.
컬리가 픽업 매장으로 커피빈을 선택한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픽업 매장은 ‘접근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 커피빈은 여기에 적합하지 않아서다. 전국 매장 수가 230여 개에 불과한 커피빈은 커피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매장 수가 적은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 5월 기준 매장 수를 보면 이디야는 2825개, 스타벅스 1633개, 투썸플레이스 1218개로 집계됐다. 커피빈은 할리스(484개), 탐앤탐스(312개), 카페베네(279개)보다도 매장 수가 적다.
매장 수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컬리가 커피빈을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커피빈이 주류 판매 면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온라인 플랫폼은 와인, 위스키 등의 술을 직접 배송할 수 없다. 컬리가 와인이나 위스키를 판매하려면 주류 판매 면허를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과의 협업이 필수다. 커피빈은 전국 235개 매장 중 85개 매장이 의제주류(술은 팔 수 있지만, 마시거나 시음은 불가) 허가를 받았다.
커피빈은 2015년 주류 매장을 도입했다. 커피 프랜차이즈가 늘면서 경쟁력과 신사업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고, 주류 매장 확대로 가닥을 잡았다. 처음에는 수입 맥주를 판매했는데 전통주, 칵테일 등으로 점차 품목을 늘렸다. 최근에는 와인 판매에 힘을 싣고 있다.
커피빈 관계자는 “기존에 컬리와 함께 스틱커피 판매 등의 커피 서비스 협업을 진행했다. 주류 픽업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더 많은 고객에게 홍보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주류 면허 취득 매장 또한 올해 확대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수익성 낮은 점포 정리·펫 사업 확대로 흑자 전환…고객 이탈 가능성도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커피빈은 스타벅스와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다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커피빈은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식자재와 매장 분위기를 고급화하며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카공족이 늘어나는 트렌드에 맞춰 스타벅스가 발 빠르게 매장 내 무료 와이파이, 콘센트 등을 적극 도입한 것과 달리 커피빈은 노(NO) 와이파이·콘센트 전략을 유지했다. 이후 커피빈 매출은 급격히 하락했고, 2016년부터 매장 운영 방침을 바꿔 와이파이, 콘센트 등을 도입했다.
꺾인 매출을 회복할 겨를도 없이 코로나19가 덮쳤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이 침체기를 겪었는데, 유독 커피빈의 타격이 컸다. 오피스 상권에 매장이 많이 있다 보니 재택근무 등의 여파로 매출 하락 폭이 컸던 것. 가성비 커피를 찾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것도 성장세를 꺾은 요인이 됐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650억 원이던 커피빈 매출은 2020년 1269억 원, 2021년 1359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2020년에는 183억 원의 영업손실을, 2021년에도 7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커피빈은 수익성 낮은 매장을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19년 291개이던 매장 수는 2020년 278개, 2021년 256개, 2022년 241개로 줄었다. 최근에는 커피빈이 처음으로 선보인 드라이브 스루 매장인 학동역DT점까지 폐점했다. 현재 매장 수는 235개다. 커피빈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나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정리하는 과정이었다”며 “수익성 높은 매장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점포 축소 계획은 없으며 매장 확대를 다양한 방면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신사업 전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2021년 감종철 대표 취임 후부터는 펫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려동물과 동반 출입이 가능하고 반려동물 용품이나 간식 등을 판매하는 펫 프렌들리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커피빈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선보인 펫 프렌들리 매장은 모두 15개다.
앞서의 관계자는 “펫 프렌들리 매장 중 이용률이 가장 높은 위례2차아이파크점의 경우 2022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1.5% 신장했다”며 “펫 프렌들리 매장이 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하는 고객 이용률도 전년 대비 약 34%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익성 낮은 점포 정리와 공격적 신사업으로 수익성은 개선되는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커피빈 매출액은 1535억 원으로 전년(1359억 원)보다 176억 원 증가했다. 수익도 흑자로 전환해 2022년에는 24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커피빈은 펫 사업 등을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한 커피 업계에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펫 프렌들리 매장이 반려동물 동반 고객에게는 높은 호응을 얻지만, 자칫 일반 고객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빈 펫 프렌들리 매장을 이용했던 한 고객은 “사람이 앉는 자리에 강아지를 앉히는 고객이 일부 있더라. 펫 동반 가능 매장인데 펫 전용 매장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불편함을 느껴 이후로는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커피빈 관계자는 “지속적인 직원 교육과 청결한 매장 환경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며 “반려동물과 반려인, 비반려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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