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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랑 상품권 아니면 쓸 일 없어요" 초라한 '제로페이' 5년 성적표

상품권결제비중 87.3%에 달해…누적 결제액 0원 가맹점도 63%

2023.05.04(Thu) 16:05:03

[비즈한국]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완화시키고 결제 서비스를 통일하기 위해 정부와 협업해 만든 간편 결제 표준안, 바로 ‘제로페이’다. 2018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도입된 이 정책은 시장에 난립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통일할 것이라는 기대를 얻었지만 출시 5년차인 현재, 실상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인다.

 

제로페이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쓰긴 쓰는데 거의 안 쓴다”고 말했다.  사진=김주원 인턴기자


#가맹업주들 “쓰긴 쓰는데…”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부근 제로페이 결제 가능 가맹점을 검색해본 결과, 지도를 가릴 정도였다.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한 매장에 들어가 “손님들이 제로페이 많이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오는 답은 항상 같았다. “쓰긴 쓰는데 거의 안 쓴다”였다. 가맹점에 등록돼 있지만 별도의 표시가 없어, 사용 가능한지 물어보면 그제야 가능하다는 곳도 여럿 있었다.

 

결제 빈도 또한 업종에 상관없이 비슷했다. 서울역 부근 카페 직원 A 씨는 “종종 사용하는 손님이 있긴 하다. 20~30명 중에 한 명 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도 마찬가지였다. “20~30명 중에 한 명 쓰는 것 같다. 일반 카드로 결제하는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강서구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C 씨는 제로페이 결제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하루에 한 건 제로페이로 결제할까 말까 하는 수준인데, 카드보다 결제 과정이 번거롭다. 휴대전화를 꺼내 앱에 접속해서 QR코드를 찍고 확인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입금된 것을 확인도 하기 전에 자리를 떠 버리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입금도 안 됐는데 가버린 손님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D 씨는 “4월 제로페이 결제가 8건 밖에 되지 않는다. 4월 매출 중 1% 정도만 제로페이로 결제됐다. 수수료가 없어 가맹점으로 등록하긴 했지만 결제가 거의 없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연 매출 8억 원 이하 소상공인은 결제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홍보조차 부족했다. 길에서 만난 직장인 E 씨는 제로페이를 평소에 사용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로페이가 무엇인지 솔직히 잘 모른다”고 말했다. 대학생 F 씨는 “식당이나 카페를 가면 제로페이 QR코드가 있어 존재는 알고 있지만 굳이 사용해 볼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삼성페이나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서울역 부근 제로페이 가맹점 지도. 사진=제로페이 앱 캡처


이런 상황과 관련해 제로페이 이용 현황을 서울시 제로페이 관계자에게 문의를 해봤지만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하 한진원)이 제로페이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가맹점 수 늘지만…점점 사라지는 존재감

 

2022년 12월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 수는 약 160만 개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38만 3000개의 제로페이 가맹점 가운데 누적결제금액이 0원인 가맹점 수는 87만 2792개로 전체의 63.1%에 달했다. 특히 전체의 83. 4%는 누적결제금액이 100만 원 이하였다. 누적결제금액이 1000만 원을 넘는 가맹점 수는 6만 4087개에 불과했다. 전체의 4.6% 수준이다.

 

2018년 출시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단위 서비스를 개시한 제로페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문 정부는 제로페이 가맹점 확대를 위해 가맹점 QR키트와 단말기 보급, 홍보 및 마케팅 지원 예산으로 2019년 60억 원, 2020년 102억 원, 2021년 135억 6000만 원, 2022년 102억 원 등 총 약 399억 6000만 원을 지원했다.

 

제로페이의 연간 결제액은 2019년 767억 원 수준에서 2020년 1조 808억 원, 2021년 2조 4653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제로페이를 통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 상품권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결제액 증가 때문으로, 실제 상품권을 제외한 결제액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제로페이에서 상품권 결제 비중은 2019년 결제액 767억 원 중 15%인 118억 원에서 2020년 1조 808억 중 9030억 원(약 83%), 2021년 2조 4653억 원 중 2조 2474억 원으로 전체 결제액의 91.2%를 차지했다. 2021년말 기준 제로페이 누적 총 결제액 3조 6228억 원 중 상품권 결제액이 3조 1623억 원으로 상품권결제비중이 87.3%에 달했다. 제로페이 제도 도입 이래 2021년까지 상품권을 포함하더라도 가맹점 1개당 결제액은 약 92만 원 꼴이다. 상품권을 제외하면 가맹점 1개당 결제액은 33만 4000원에 불과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결제 시장까지 참여하게 되면 민간 경제가 위축되는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애플페이’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엄청난 결제 건수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이 아이폰과 갤럭시로 양분돼 있는 상황에서 애플페이, 삼성페이처럼 인프라가 좋아야 하는데 제로페이는 인프라도, 이렇다 할 인센티브도 없다”며 “신용카드도 현재 수수료가 높지 않기 때문에 제로페이의 이점이 크게 없다. 혁신적인 개선이 없다면 세금 들여서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주원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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