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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사내연애① 자연스러운 '직장 내 만남' 추구해도 될까

모든 직원의 관심 집중 각오해야…압도적인 '득 보다 실' 마지막 연애라는 확신 필요

2023.05.04(Thu) 10:11:01

[비즈한국]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썸/연애 게시판’​은 오늘도 분 단위로 새 글이 올라온다. 그중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글 하나가 사내 연애에 대한 찬반 투표다. 4400명이 넘게 참여한 투표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찬성이 70.2%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사내 연애를 할지 말지 고민을 털어놓는 자유게시글에는 ‘가족 간에 무슨 연애냐’, ‘CC(캠퍼스 커플)를 생각해 봐라.’, ‘헤어지면 지옥이다’라며 만류하는 댓글이 많기도 하다. 이건 뭐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직장은 연애보다는 밥벌이가 우선인 공간이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따라서 공개 연애보다는 비밀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필자는 사내 연애를 결사반대하는 입장이다. 하루 24시간 중 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하여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9시간. 왕복 출퇴근에 1시간씩 잡으면 11시간. 행여 초과근무라도 한다면 하루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일주일에 5번이나 회사에 갖다 바치고 있는데 퇴근 이후만큼은 일과 무관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의 사회 경험을 비추어 보면 공적인 관계에서 만난 사람들은 가급적 공적인 영역에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다.

 

게다가 지금의 회사에서 신입시절 겪었던 불미스러운 경험으로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입사 당시 인사담당자였던 K선배는 오지랖이 넓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당시만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기 이전이라 개인정보는 공공재나 다름 없을 때였다. K는 직원들이 입사시 제출하는 인적사항, 학력사항, 가족사항과 같은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인사담당자로서 그 정보를 활용하여 회사에서 ‘뚜쟁이’로 활약했다.

 

그는 공채가 끝나면 ‘누가 무슨대 출신이고 집은 어디더라’라든지 ‘부모님이 모두 법조인이다, 혹은 의사다’라며 자기 나름 괜찮은 그룹으로 분류한 인물들을 추려서 미혼인 직원들에게 사내메신저로 정보를 흘리곤 했다. 업무적으로 엮인 적이 없어 이름 석 자 밖에 모르는 낯선 이에게 손발 오그라드는 구애 메일을 받고 만남을 거절했을 때는 이를 어떻게 알고 찾아와 ‘그 친구 괜찮은데 왜 거절했냐’며 한 소리 하기도 했다. 젊은 직원들 짝짓기에 열 올리는 하릴없는 모 임원의 법인카드를 활용하여 점심식사를 빙자한 사내 맞선을 주선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지금이라면 상사의 과도한 사생활 개입 혹은 구애갑질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대상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대상 혹은 징계대상이 될 만한 일들이 버젓이 행해졌다. 이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무료한 직장인들에게 싱글직원의 사생활,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연애생활이 초미의 관심대상이라는 사실을 깨우쳤다. 그 와중에 사내 연애라니. 굶주린 하이에나들에게 쌍으로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과연 예전에만 그랬을까? 그 옛날 사랑의 작대기가 어디로 향할지 점치며 일희일비했던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프로그램은 이제 초등학생도 코웃음 칠 귀여운 수준이 되었다. 이름도 미처 다 알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 지상파와 케이블, OTT 를 통해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인기를 얻고 화제몰이를 하는 것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남의 연애이야기와 짝짓기만큼 재미있고 솔깃한 게 없기 때문이리라.

 

어찌 되었든 많은 사람이 말리기도 하고, 또 권장하기도 하는 사내 연애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다음 두 가지를 꼭 기억하길 바란다.

 

회사는 연애보다 밥벌이가 우선하는 곳임을 잊어선 안 된다. 내가 회사의 실소유주이거나 드라마처럼 일보다 연애를 우선하며 사방팔방 티를 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위치에 있다면 모르겠지만, 공적인 공간에 가장 사적인 행위를 하는 두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꽤 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주위 사람들이 알아차렸을 때 위화감을 느끼기 쉽고 같은 부서 내이거나 밀접한 관계의 부서라면 팀워크 붕괴는 물론 당사자들의 평판에도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때문에 비밀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데이트는 회사 밖에서만 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다중이용시설도 피하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높은 확률로 휴일 대형쇼핑몰에서 회사 사람을 자주 마주친다) 언젠가 밝혀지더라도 내 입으로 말하는 것이 낫지 누군가에게 ‘들키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또한 모든 연애가 그렇겠지만 특히 사내 연애만큼은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고백을 받고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혹은 지금 당장 내가 외로워서 와 같은 어중간한 마음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기에 사내 연애는 헤어졌을 때의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월요일이 오면 출근해야 하는 것처럼 원치 않아도 계속 마주쳐야 하고 일이라도 함께하게 되면 그 이상 불편하고 껄끄러운 게 없다.

 

결국 어느 한쪽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인사팀에 찾아와 부서이동을 신청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러니 이 사람을 놓치면 절대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이 아니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 물론 이 믿음은 반드시 쌍방간이어야 한다. 이 믿음이 일방일 경우, 본인은 썸을 타는 중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구애갑질이나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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