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골프레저기업 아난티그룹이 잇단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아난티그룹은 최근 이중명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에 투자했다는 의혹이 나온 데다, 지난 2월부터 불거진 삼성생명과의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난티그룹이 안팎으로 잡음에 시달리면서 7만 3891명(비율 64.37%)의 아난티 소액주주들은 향후 주가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은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의 주가조작 세력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중에는 이 전 회장의 권유를 통해 투자했다는 사람도 나왔다. 더욱이 이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해성학원과 협회장을 맡은 백혈병소아암협회의 이사진에 라 대표가 이름을 올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의구심이 증폭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아난티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아난티의 주가가 28일 장중 19% 가까이 급락하는 등 크게 흔들렸다. 이에 아난티그룹은 같은 날 이만규 아난티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 전 회장은 2015년 사내이사 사임 이후 아난티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으며, 아난티는 주가조작 논란과 일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대표는 “부친이 주가조작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26일 오후에 처음 알게 됐다”며 “부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의 입장문으로 소액주주들의 불안감은 점차 가라앉는 모양새다. 이중명 전 회장은 사태 발생 직후 주가조작 세력에 큰 금액을 투자한 투자자로 알려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검찰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다른 기업인들이 주가조작 세력에 투자하거나 이번 사태로 이익을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선이 분산됐다.
이 전 회장과 라 대표가 함께 협회 등 법인에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과 관련해 아난티 관계자는 “이 전 회장 개인의 외부활동이었던 만큼 회사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아난티는 주가조작 사태와 분명하게 선을 그었지만, 아직까지 주가 안정화와 부양을 위한 대책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난티그룹은 삼성생명과의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이라는 산도 넘어서야 한다. 이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만규 아난티 대표의 동생 이홍규 전 아난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재판에 넘겨진 데다, 이 대표 역시 지난 4월 6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아난티 최대주주인 중앙관광개발의 소유주로 아난티그룹을 실질 지배하고 있다.
검찰은 아난티 전 경영진이 2009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삼성생명에 매각하면서 삼성생명 임원들과 유착해 2배의 차익을 남겼으며, 이 과정에서 아난티 측이 삼성생명 관계자들에게 회삿돈으로 뒷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난티는 2009년 4월 신천동 부동산을 500억 원에 매입한 후, 잔금납부 전인 같은 해 6월 삼성생명에 이 부동산을 약 969억 원에 매각했다.
이 의혹과 관련해 아난티는 지난 3월 31일 회계처리기준위반을 사유로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지출증빙 없는 비용의 선급금 처리로 인한 재무제표상 선급금(전도금) 과대 계상’을 지적했다. 과대 계상된 금액은 최대 20억 8200만 원이다. 이 건과 관련해 아난티는 앞서 2019년 12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억 5900만 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아난티그룹은 부동산 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의 아난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회사에서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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