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실제 이전까지는 법 개정이라는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회와 일각에서는 이전 절차와 배경을 두고 반발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3일 KDB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했다. 앞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산업은행이 3월 제출한 부산 이전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서울 여의도에 본점을 둔 산업은행이 금융기관이 모인 부산으로 이전하면 유기적인 연계와 협업,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정희 국토부 혁신도시정책총괄과장은 “산업은행이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이 됐으니 혁신도시법에 따라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수립하는 절차가 개시돼야 한다. 산업은행 노조 및 직원들과도 긴밀하게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당초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서 수도권 잔류기관에 포함됐다. 정부는 2005년 수도권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국전력공사 등 176개 공공기관을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12개 광역자치단체에 분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산은은 “동북아 경제중심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으로 수도권 잔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돼 이전에서 제외됐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출마 시점에 재점화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2월 부산 서면 유세 현장에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지역 공약으로 공식화 된 산업은행 이전은 당선 직후 지역균형발전 정책 과제로 선정됐다. 금융위원회는 올 1월 ‘2023년 주요업무추진계획’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담았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까지는 법 개정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1953년 제정된 한국산업은행법에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이를 부산광역시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 산업은행 이전 시도에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법 개정에 앞선 이전 시도가 절차 위반이라는 취지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 14인은 4월 “산업은행 이전 결정을 위해서는 법 개정부터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전략 구상과 타당성 검증, 이전 여부에 대한 노사 숙의까지 일련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며 국회 합의 전까지 이전 추진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냈다.
이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와 논의 없이 고시를 통해 산업은행 이전을 강행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산업은행 이전 문제는 신중히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노조 역시 절차를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3일 입장문을 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유관기관들에게 ‘기관 내부 노사협의를 통해’ 이전기관 지정을 신청하라고 안내했지만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경영진은 노동조합과 어떠한 노사협의도 진행한 적이 없다. 정부와 학계 전문가, 은행 경영진과 노동조합 모두가 함께 모여 깊이 있는 토론과 논의를 선행해야 한다”며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배경을 두고 음모론도 확산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2022년 9월에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지역균형발전은 전혀 관심 없다. 목표는 여의도 산업은행 부지를 헐값으로 특정그룹에 매각해서 그 자리에 상업용 복합쇼핑몰을 짓는 것”이라는 산업은행 직원의 주장이 올라온 바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여의도 금싸라기 땅을 특정 기업에게 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혹 제기다.
이에 대해 한정희 국토부 과장은 “여의도 본점의 처리 계획은 이전 계획이 수립된 이후에 진행된다. 부지 매각은 논의될 단계도 아니고 전혀 검토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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