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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노동자들① 환경미화원] 정부는 수수방관, 지자체는 '청결기동대' 꼼수 운영

처우개선 논의기구 사라진 틈 '계약직 청결기동대' 늘려…고용촉진법 악용해 기간제로 고용

2023.05.03(Wed) 10:41:21

[비즈한국] 2023년 5월 10일은 윤석열 정부 취임 1주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기도 하다. 비즈한국은 지난 1년간 한국 노동 현장에 일어난 변화를 추적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라진 노동자들’이다. ‘노동’이 사라진 건 아니다. ‘노동자’가 사라졌다. 정규직에서 기간제로, 지상에서 지하로, 직관적인 이름에서 세련되고 모호한 명칭으로.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빠르게 감춰지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사라지게 만들까. 일그러진 노동 현실을 짚어본다. 

 

#22년 차 환경미화원 신지구 씨(가명)​는 ​공무직위원회 위원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공무직위원회 회의가 전무했다고 한다. 신분이 명확하지 않던 환경미화원을 ‘공무직’으로 규정하고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무직위원회가 무력화된 셈이다. 신 씨는 환경미화원 처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모두 사라졌다고 토로한다. 

 

#‘서울시 365 청결기동대’로 5년간 근무하고 그만둔 김수혁 씨(가명)​는 일하는 내내 기간제 근로자 신분이었다. 기간제법에 따라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2개년에 김 씨가 만 55세가 넘었기 때문에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 신분이 유지됐다. 5년 동안 김 씨가 한 일은 가로청소 업무로 동일했다.

 

#2022년 12월 부산시 연제구청은 정규직으로 뽑던 환경미화원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바꿨다. 무기계약직 환경미화원 3명이 퇴직하자 이 자리를 기간제로 채운 것. 연봉도 더 낮아졌다. 반발이 나오자, 연제구청은 정부에서 공무직 인원을 감축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해명했다. 


서울 중구에서 운영하는 청결기동대. 환경미화원 처우 개선 논의는 시작되자마자 사라졌다. 오히려 기간제 환경미화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전다현 기자

 

#환경미화원 처우 개선 논의 기구 사라져

 

환경미화원에 대한 처우 개선 논의가 시작된 건 코로나19가 확산하고부터다. 비대면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필수 노동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경미화원도 포함됐다. 

 

2020년 고용노동부에서 출범한 공무직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환경미화원의 공무직화가 논의됐다. ​고용 형태가 다양하던 환경미화원의 신분은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고용이 기준이 됐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근로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자는 문재인 정부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직고용하거나 공단을 설립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늘었다. 

 

2016년 환경미화노동조합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에 환영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고용 형태는 무기계약직으로 통일됐지만, 지자체마다 고용 기관마다 명칭과 처우가 상이했다. 환경미화원 대신 ‘환경공무직’, ‘환경공무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처우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필요해졌다. 이 기준을 논의한 곳이 공무직위원회다. 그런데 이 위원회가 올 들어 사라졌다. 관련 부서도 없어졌다. 공무직위원회가 종료된 건 올해 3월 31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년 한시 조직이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종료됐다. 논의가 완료된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강석화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정책본부장은 “환경미화원을 필수노동자로 지정했으니 그 후속 조치를 정부에서 해줘야 한다. 공무직위원회에서 공무직과 환경미화의 특수성을 계속 논의해왔는데, 작년 성과급에 대한 지침을 마지막으로 약 1년 동안 회의가 없었다​. 전 정부에서 했던 내용이라고 현 정부에서는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이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방침이 분명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미화원의 이름은 누가 뺏어갔나…늘어나는 ‘계약직’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고 한편에선 조용한 변화가 생겼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청결기동대 이야기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가로청소 환경미화원을 ‘서울시 365 청결기동대’라는 이름으로 운영한다. 이들은 모두 ​‘계약직’이다. ​인원도 해마다 늘고 있다. 50명으로 시작해 2023년은 70명까지 늘었다. 반면 임금은 줄었다. 2021년까지는 건설 노임단가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다가 2022년부터 서울시 생활임금에 맞췄다. 이전보다 임금이 약 37.7% 감소했다.

 

청결기동대​가 하는 일은 가로청소 환경미화원과 동일하지만, 지자체 별도 조직이기 때문에 환경부 지침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의 ‘꼼수’를 따라 하는 지자체도 생겼다. 영등포구는 서울시 청결기동대에서 환경미화원을 ‘계약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배워 2020년부터 자체적으로 ‘영등포 청결기동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22명이나 채용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청은 ‘바로바로 기동대’를 만들었다. 광주광역시 서구도 서울시 365 청결기동대를 따라 올해부터 ‘서구 365 청결기동대’를 모집했다. 광주시 환경미화원 노조는 청결기동대 운영을 우려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은 못하고 있다. 직제와 이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전국 환경미화원은 4만 45명이지만, ‘환경미화원’이 아​닌 청결기동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계약직 환경미화원은 다른 방식으로도 늘고 있다. 정규직 환경미화원이 퇴직한 자리를 비정규직 근로자로 채우는 식이다. 부산시는 임금 체계도 다르게 적용한다. 공무직 환경미화원보다 기간제 환경미화원의 임금이 적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올해 1월 이를 ‘차별’이라고 판정했다.

 

#기간제법 피하려 고령자고용촉진법 악용 “지자체가 계약직 양산”

 

청결기동대는 기간제법과 고령자고용촉진법도 악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10년간 매년 청결기동대를 기간제로 선발하면서 56명을 2개년 이상 고용했다. 이 중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는 한 명도 없다.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근거로 만 55세 이상 고령자만 계속 고용함으로써, 2개년 이상 고용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법의 적용을 피했기 때문이다. 2개년도 이상 근무한 서울시 청결기동대원에서 만 55세 이상자의 비율은 82%에 달한다.

 

 

방법도 교묘하다. 만 55세 미만자는 1~2년 징검다리 식으로 고용한 반면 최초 고용 시 만 55세 미만이었다가 고용기간에 만 55세가 넘은 직원은 계속 고용했다. 만 55세 이상 고령자는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다는 고령자고용촉진법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행태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공인노무사 A 씨는 “윤리적으로는 몰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단체협상(단협) 등 별도로 약속한 사안이 아니라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아마 서울시에서 이런 내용을 다 검토한 후 비정규직 채용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3년 청결기동대 채용 및 관리지침 문서에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해 55세 이상 고령자는 2년을 초과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에서 고용의 안정성을 담보로 전문성을 키우도록 가야 하는데, 이 부분을 단순히 비용 절감의 문제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하에 환경부 지침을 따라야 맞다”고 지적했다.

 

강석화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처우 개선 논의는커녕 지자체에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 정부에서 이런 부분들을 주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1년 동안 상황이 악화했다. 정부가 계약직 환경미화원을 양산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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