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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기업 총수 가상자산 해킹범, 항소심서 징역 6년 원심 유지

양형 부당 이유로 양측 모두 항소했으나 기각…재판부 "피해 금액 너무 커 감형 어려워"

2023.05.02(Tue) 17:48:13

[비즈한국] 넥슨의 창업자인 고 김정주 NXC(옛 넥슨홀딩스) 이사의 가상자산 해킹 사건의 피고인이 ‘형이 너무 많다’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 그대로 형이 선고됐다. 법원이 가상자산 계좌의 해킹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판단한 것. 이 사건으로 사망자 가상자산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편취금의 행방과 반환 여부가 주목된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 사진=NXC 제공


고 김정주 NXC 이사의 가상자산 계좌를 해킹해 거액을 탈취한 사건에 가담한 피고인 A 씨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6년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서승렬)는 2일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검찰은 형이 적다는 이유로, 반대로 A 씨는 형이 많다는 이유로 쌍방 항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에서 “피해 금액이 너무 커 검사가 한 양형 부당의 항소 이유에 관해서도 고려했으나,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점을 감안했다”라며 “하지만 형을 돌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피고인이 범행에 가담하면서 생각한 것보다 결과적인 불법성이 너무 크다”라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고 김 이사의 가상자산 해킹 사건은 2022년 5~6월 발생했다. 김 이사가 유명을 달리한 지 약 3개월 후다. 해킹범 일당은 ‘유심 불법 복제’ 수법으로 김 이사를 포함해 10명이 넘는 피해자의 자산을 탈취했다. 유심 불법 복제 수법이란 공격자가 피해자의 유심 정보를 이용해 유심을 복제한 후, 복제 유심을 단말기에 장착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나 계좌에 접근하는 수법을 뜻한다. 

 

당시 사건에서 해킹범 일당은 김 이사 등 피해자의 유심을 복제해 자신들의 단말기로 본인 인증 메시지를 받아 피해자의 가상자산 계좌에 접근했다. 일당은 열흘간 김 이사의 코빗 계정에 61회 접속해 김 이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 약 85억 원어치를 27회에 걸쳐 탈취했다. 

 

사건의 1심 판결은 2022년 11월에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종채)는 김 이사 등 피해자의 유심을 복제하고 음성인증 등 통신정보를 가로챈 피고인 A 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법률 위반(사기), 정보통신망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6년 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에선 A 씨를 대상으로 배상명령도 인정됐다. 하지만 김 이사 유족이 편취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피고인 A 씨의 변호를 맡은 황재현 더불어섬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A 씨가 85억 원대 편취금을 모두 가지고 있지 않아 변제 능력이 없는 상태”라며 “A 씨가 대법원에 상고할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 형사재판이 확정돼야 배상명령을 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넥슨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김정주 이사의 가상자산 해킹 사건은 NXC 자회사이자 거래소인 코빗의 신고로 드러났다. 김 이사의 계좌에서 비정상적인 거래가 발생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코빗이 수사기관에 알리면서다. 사건이 알려지자 코빗은 수십 차례의 이상 거래와 자금 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망한 사람의 가상자산 보호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와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는 상속인의 금융거래 내역 조회·통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족 등이 직접 거래소에 통보하지 않는 한 계좌 동결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다. 

 

이에 4월 20일 코빗은 업계 최초로 종합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손잡고 사망자 정보 수집을 시작했다. KCB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망자 정보를 받으면 코빗에 연계가 되는 식이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KCB와의 계약으로 사망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에 대한 보호 및 원활한 상속 진행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향후 코빗은 다양한 기관과 꾸준히 협력하면서 이용자 보호 조치에 힘써 기존 금융사 수준에 걸맞은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고 김정주 NXC 이사는 게임사 넥슨의 창업주다. 1996년 출시한 첫 게임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잇달아 성공시켜 넥슨을 대기업으로 키운 인물로 꼽힌다. 2006년 지주회사인 NXC 대표로 취임했으나, 2021년 사내 이사직은 유지한 채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김 이사는 2022년 2월 27일 미국 하와이에서 세상을 떠났으며, 그가 보유한 NXC 지분은 유정현 이사와 두 자녀에게 상속됐다. 김 이사를 뒤이어 넥슨그룹 총수로 지정된 유 이사는 지난 3월 31일 자로 NXC 감사직을 사임하고 사내이사직을 맡았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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