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사태로 불거진 주가 조작 의혹의 주범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측 해명이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핀다. 승계 목적으로 주식을 처분한 것일 뿐 ‘공교로운 우연’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주가 급등락을 그대로 승계에 악용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업체 대표 라덕연 씨가 배후세력으로 지목한 김 회장은 폭락 이틀 전인 지난 4월 20일 600억 원 규모의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매도했다. 20일 종가 기준 4만 6500원이던 다우데이타 주가는 4월 24일 29.97% 급락하며 3만 500원으로 내려앉은 뒤 하락세를 이어갔다.
키움증권 측은 김 회장의 주식 처분에 대해 증여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주가 조작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다우데이타 주식 200만 주를 자녀들에게 증여하면서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른 증여세를 연부 연납하던 와중,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김익래 회장은 2021년 증여 이전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하락한 시기에도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배하는 비상장사 이머니에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도하면서 승계를 본격화한 바 있다. 이머니는 정보기술(IT)업체로 김 대표(33.13%)를 비롯해 장녀 김진현 씨와 차녀 김진이 키움자산운용 상무(각 6.02%)가 지분 45.18%를 보유하고 있다.
김익래 회장은 2020년 3~4월 다우데이타 주식 224만 주를 이머니에 매도했다. 이로써 이머니는 2020년 3월 말 25.16%이던 다우데이타 지분이 2020년 6월 말 28.55%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지분은 38.19%에서 34.79%로 감소했다. 이머니가 다우데이타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2021년 10월 이머니와 김 회장의 지분율이 역전돼 이머니가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가 됐다.
다우키움그룹 오너 일가가 주가를 십분 활용해 승계를 완성하는 모습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하락해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동안 오너 일가가 주가 부양은 외면하고 승계에만 집중했다는 것. 이미 여러 상장사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너 일가가 승계를 시작하면 낮은 가격에 지분을 넘기기 위해 일부러 주가가 오르지 않도록 누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던 터다.
더욱이 이머니가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 또한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내부거래로 이익을 내고, 그 이익으로 다우데이타 주가 하락 시 주식을 사들여 승계에 활용해 절세효과를 누렸다는 것. 이머니는 당초 2003년 다우인터넷 금융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설립된 회사로, 키움증권의 증권상담실을 운영하고 금융데이터베이스를 판매해왔다. 이머니의 내부거래 비중은 2020년 13.6%(14억 6500만원), 2021년 11.17%(14억 6300만 원)였다.
한편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사태로 불거진 주가 조작 의혹의 주범을 둘러싼 진실공방도 점입가경이다. 투자자문업체 대표 라덕연 씨가 주가 조작의 배후세력으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목하자 키움증권은 라 씨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김 회장의 매도시기에 대해 ‘공교로운 우연’이라며 “직을 걸겠다”고 강조했으나 증권가에서는 김 회장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하다.
이번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작전 세력을 이끈 것으로 지목된 라덕연 씨는 “이번 사태로 누가 이익을 봤는지 봐달라”며 폭락 이틀 전 주식을 매도한 김익래 회장을 언급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다우데이타 주식 1만 9855주를 추가 매수한 바 있다. 다우데이타 주식은 2022년 11월부터 상승세를 탔다. 승계를 마무리하고 증여세를 납부하던 상황에서, 주가 상승 직전 추가 매수하고 급락 직전 대량 매도를 했다는 점에서 증권가의 의구심은 깊어진다. 일부 종목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한 데다 신용융자비율이 높았던 만큼 업계에서 이미 일부 종목에 대한 주가 조작 가능성이 언급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추가 매수와 관련해 “지배구조 강화 목적이 아니라 수익실현 목적으로 다우데이타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는 점이 특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이) 주가 상승을 예상해서 추가 매수했고, 주가가 폭락할 것 같으니 절묘한 시점에 매도했다”며 “증권가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주가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는데 키움증권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주가 조작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연내 초대형IB(투자은행) 인가 신청을 목표로 하는 키움증권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개인고객 비중이 높아 리테일 부문 비중이 타 증권사에 비해 높은 만큼, 주가하락 사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개인투자자 대표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김 회장이 떳떳하다면 전면에 나서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앞서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회사의 오너가 폭락을 조장하거나, 폭락장에 기름을 끼얹었다면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가 조작 혐의 입증은 어려울 수 있지만 만약 주가 조작 가능성이나 금융당국 조사 등 향후 폭락 가능성을 예상하고 거래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면 김 회장이 직을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핫클릭]
·
[현장] 인천 현대시장 화재 두 달 뒤…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쳤다
·
세금 5천만 원으로 관계자 잔치? 용인시의회 '셀프 골프대회' 논란
·
신반포2차 주민·조합 고소전…서울시 '신통기획'에 주민 갈등 커지는 까닭
·
금감원장 "이차전지 이상과열" 경고에 관련주 폭락…어느 기업 떨고 있나
·
[지금 이 공시] '배터리 아저씨' 한마디에 롤러코스터 탄 '금양'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