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5월 2일 대전에서 개최된 ‘에어로스페이스 컨퍼런스 2023’에서 KF-21 보라매 전투기의 새로운 유무인 복합(MUM-T)전투 개념과 이를 위한 두 종류의 무인전투기, 그리고 개발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전투기는 미국의 F-22와 F-35, 그리고 중국의 J-20 전투기 등이 스텔스 성능과 통합 항공전자 기능을 가진 5세대 전투기가 가장 성능이 뛰어나며, 한국이 현재 개발 중인 KF-21 보라매 전투기는 스텔스와 통합 항공전자 기능을 일부 갖춘 4.5세대 전투기로 분류한다.
미국 등 군사 강국은 현재 5세대를 넘어선 6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이나, 그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MUM-T라는 개념으로 기존 전투기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여러 시험을 하고 있다.
MUM-T의 개념 자체는 단순하다. 대공 미사일과 같은 공중 위협이 날로 발전하니, 무인기와 유인 전투기가 마치 하나의 비행기처럼 유기적으로 작전하여 위험한 곳에는 무인기를 대신 보내거나, 유인 전투기가 적을 발견하면 무인기가 대신 공격해서 적에게 위치를 드러내지 않고 몰래 공격하는 ‘팀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이런 개념이 나온 것은 인간과 무인 드론이 서로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과거 미국 등 선진국은 인간 조종사를 완전히 대체하고 온전히 혼자 임무를 수행할 무인 전투기(UCAV)개발을 야심 차게 추진했으나, 무인 드론이 인간 조종사를 완벽히 대체하려면 개발비와 단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고가의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할 무인기는 완벽한 성능 대신 가격 대 성능비를 생각한 기체와 단순한 임무 수행을 하는 ‘로열 윙맨’(Loyal Wingman)’, 혹은 무인 편대기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개발 중이고, 한국 역시 ADD와 대한항공이 ‘KUS-LW’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KAI의 새로운 제안은 로열 윙맨을 다시 세분화해서, 매우 작고 훨씬 가격이 저렴한 ‘다목적 소형 무인기’와 전투기급 무장 탑재가 가능한 ‘무인전투기’를 구별하여 KF-21 보라매와 합동작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다목적 소형 무인기’는 전장 3m, 폭 3m에 150kg 정도의 중량을 가진 소형 제트 무인기로, 쌍발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하여 보라매 전투기와 같이 편대비행이 가능한 수준의 기동성을 갖추어 90분 이상 작전이 가능하다. 다목적 소형 무인기는 미국이 개발 중인 XQ-58A 발키리 무인 편대기보다 약 40% 적은 크기로 내부 무장창에 무기를 장착할 수는 없지만, 소형 레이더나 전자장비를 탑재하여 정찰, 전파 방해 및 소모성 자폭 공격이 가능하다.
다목적 소형 무인기와 함께 작전하는 ‘무인전투기’는 반대로 기존에 개발 중인 대한항공의 KUS-LW나 미국의 XQ-58A에 비해서 더 크고 강력한 성능을 가진다. KF-21에 쓰이는 제너럴 일렉트릭(GE) F414 엔진 혹은 국내 개발 15,000파운드급 단발 터보팬 엔진을 가질 무인전투기는 FA-50과 동등한 3톤 이상의 무장 탑재 능력 및 내부 무장창을 가져 전투기급 폭격 및 공격 임무가 가능하다. KAI는 다목적 소형 무인기를 먼저 개발하여 개발데이터를 쌓고 KF-21과 먼저 통합한 다음, 개발과정에서 얻은 비행 데이터를 활용한 발전된 AI로 무인전투기를 만든다는 2단계 개발전략을 채택하였다.
한 종류의 ‘로열 윙맨’이 아닌 ‘로열 윙맨의 윙맨’을 KAI가 제안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유무인 합동작전을 위한 무인비행기는 완전 단독작전 무인전투기보다는 단순하지만, 그래도 수많은 비행시험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미국 역시 이미 두 종류의 무인 편대기를 완성은 했으나, 앞으로도 많은 실제 비행시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할 예정이다. 빠르게 개발 및 시험비행이 가능한 다목적 소형 무인기를 사용한다면, 경쟁자인 KUS-LW보다 먼저 비행시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두 번째로 임무에 따라 가장 적절한 조합으로 유무인 합동작전이 가능하다. 현재 연구 중인 무인 편대기는 1발~2발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혹은 2발의 소형 유도폭탄을 탑재하는 성능인데, 이 수준으로는 지상 표적이든 적 항공기든 임무 1회에 1회 이상의 교전이 어렵다.
반면 ‘하이로우 믹스(Hi-Low Mix)’ 방식으로 소모성 무인 편대기와 고성능 무인 편대기가 조합되면 KF-21 한 대에 더 많은 숫자의 무인 편대기가 같이 작전할 수 있고, 초소형 무인 편대기로 매우 위험한 자폭 임무나 초근접 정찰을 하면, 많은 탑재량의 무인전투기가 마무리 공격을 하는 등 상황에 맞춰 조합을 바꿔가며 대응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특히 교란 및 전파방해 등 전자전(EW)에서 다목적 소형무인기가 활약한다면 KF-21 보라매 전투기는 강력한 북한의 대공 방어시스템을 피해서 북한 내륙 깊숙이 자리잡은 탄도미사일 및 중요 군사시설을 공격할 수 있어, 공군의 북핵 대응작전인 일명 ‘킬체인’(Kill Chain)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리라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수출승인(E/L) 문제가 있다. 무인항공기는 지금도 엄격한 수출통제정책으로 국내 개발 및 부품 수입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다목적 소형 무인기는 중량과 엔진을 쉽게 도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 구하기 쉬운 쌍발엔진과 NATO 기준 Class II(150kg 이하) 체급으로 맞추어서 이를 피해 가고자 한다. 이 때문에 다목적 소형 무인기는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수출에도 문제가 없어 KF-21 및 FA-50과 패키지로 묶여 수출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KAI는 2025년까지 다목적 소형 무인기의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2028년부터는 FA-50 전투기와 다목적 소형 무인기와의 합동작전 기술을 실증한 다음, 2037년까지는 다목적 소형 무인기와 무인전투기를 모두 완성한다는 계획이지만, KAI의 계획이 실제 구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미 ADD는 대한항공과 함께 KUS-LW라는 이름으로 다목적 무인 편대기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상당 부분 KAI의 계획과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ADD와 대한항공의 KUS-LW 제안은 미국의 XQ-58과 유사한 장점이 있지만, 국산 터보팬 엔진의 검증과 목표 성능 문제로 개발에 난도가 있으며, ADD의 유 무인 복합(MUM-T) 기술 실증은 속도가 느린 KT-1 훈련기로 진행되어 초음속 고기동 상황에서의 임무 검증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ADD의 제안과 KAI의 제안이 각각 기술 확보와 신뢰성, 검증과 예산에 장단점이 있는 만큼, 방위사업청이 이를 잘 고려하여 KF-21 보라매 전투기의 충실한 ‘윙맨’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개발방안을 결정하길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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